내모습이대로..

생일입니다..

여디디아 2017. 2. 14. 19:19

 

성질 급한 인아가 초를 꽂았습니다.

 

 

 

오로지 할머니! 그래서 행복한^^* 

또 하나의 우리가족.. 인아가 찍음

설겆이하는 신혼부부

 

 

 

 설겆이하는 작은엄마 아빠가 기특해서 인아가 엉덩이도 툭툭!!

 

 

새색시가 차린 생일상

 

 

'시집가는 날 등창 생긴다' 더니..

지금 내 꼬라지가 딱 그 꼬라지라서 하루종일 심술이 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1년에 한 번 뿐인 생일인데, 오늘이 지나면 또 365일을 기다려야 오는 날인데,

그것도 올지말지, 당장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인생살이인데.. 에이씨...

 

어제아침 출근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데 갑자기 "뚝" 하며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내 허리에서 나는가 싶더니 퍽 주저앉혀진다.

그리고는 단 한걸음도 걷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되고 말았다.

급하게 서방이 수건으로 찜질을 하고 한참을 드러누웠다가  겨우 출근을 해서 병원엘 다녀왔다.

원체 허리가 부실해서 자주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이번엔 좀 심하다.

오늘아침에도 일어날 수 없을만치 아팠는데 병원가서 주사를 맞고나니 어제보다는 한결 수월하다마는... 그래도 짜증난다.

 

지난 토요일, 12월에 결혼한 세현이가 1월에 집들이를 한다는 소식에 "엄마 생일겸 집 들이겸 한번에 모이자"라고 통보했다.

우리집 아이들은 옆에 살고 있는 막내이모가 그냥 가족의 일부려니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참석하는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동생은 "혹시 내가 끼어서 분위기 깨는거 아니냐"고 조심스런 말을 해서 나를 섭섭하게 한다.

아들처럼 사랑하는 세현이의 신혼살림이 나 이상으로 궁금할 것 같은 마음에 집안 모든 일을 덮어두고 함께 가양동으로 향하는 길은 어찌나 밀리고 막히고 정체되어 내 숨통을 틀어막는지.

돌아오는 길은 45분이 걸렸는데 가는 길이 2시간이나 걸렸다.

우리보다 20분 일찍 출발했다던 인아도 우리가 도착을 하니 그제서야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중이다.

 

신혼집에 도착하니 작은 집에 하얀 색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베란다를 튼 곳에는 초록의 카펫을 깔아 마치 잔디밭을 연상하게 하는데 보일러까지 들어와 따뜻하고 아늑하다.

사진과 액자를 걸기 위해 전기드릴로 곳곳에 펀칭을 하는 아빠를 도와 형이 균형을 잡기도 하고 떨어지는 먼지를 청소기를 통해 미리 제거하기도 하고, 이곳 저곳을 다듬고 손질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형이구나' 싶어진다.

선이가 '세현인 그런 것 아무것도 못하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세현인 교과서 외에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  형광등은 교체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형광등 교체 못하면 전하해라.  내가 해줄께" 라는 주현이의 말에 한바탕 웃어보며, 역시 자식은 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인아네는 어쩐 일인지 동생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 ㅠㅠ

 

선이가 하루전부터 준비한 음식은 역시 신세대답다.

인터넷으로 얼마나 찾고 지우고 다시 찾고 다시 지우기를 했을지 상상이 된다.

주현이가 음식 이름을  가르쳐 주었지만 뭔 소린지 돌아서는 순간 잊었고, 찜닭과 샐러드와 두툼한 해물전이 보기에도 멋지고 아름다워서 어떻게 먹을까 걱정이다.

당면과 닭고기가 푸짐한 찜 닭은 간도 맞춤이고 양도 푸짐하여 며느리들의 손이 작지 않고 풍성해서 기분이 좋다.

샐러드 역시 토마토와 각종 새싹들을 소스를 부어 먹으니 깔끔하다.

해물전은 오징어와 각종 바닷물에서 헤엄치는 것들과 기어다니는 것들이 들어 있고 무엇보다 두툼하여 입에 쫙~~ 붙는다.   

버섯을 꽃처럼 가운데 꽂아두고 배춧잎 한 장, 소고기 한 장, 깻잎 한 장 다시 소고기 한 장, 청경채 한 장  소고기 한 장으로 켜켜이 들어간 음식은 육수를 부어 끓이면서 먹는 샤브샤브인데 소스를 찍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깔끔하고 맛이난다.

아직 살림살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던 선이가 이렇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푸짐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신세대들이 만들어내는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니 어쩐지 조용한 분위기다.

"뭐지? 이 조용함은? 우리가 이렇게 나긋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닐텐데 이 낯선 고요는 뭐지?"

서로가 바라보는 순간, 세현이가 인아를 방으로 데려간지가 몇십분이 지났다는걸 깨닫는다.

"세현이가 조용하게 애 잡는거 아니야? 인아 말도 못하고 울고 있는건가?" 낄낄거리며 귀를 기울이니 방에서 낮은 소리로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손뼉치는 소리가 들린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확인하고픈 것은 성희 혼자만이 아니다.

"분위기 깰까봐, 그래서 인아가 뛰쳐나올까봐 참는거예요"라는 성희의 말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음을...

 

거의 한시간을 세현이가 인아에게 10단위의 숫자를 가르치고 있었단다.

한 시간동안 애를 붙잡고 설명하는 세현이도 대단하지만 어린 것이 한 시간동안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세현이 말을 빌리자면 "애가 집중력이 이렇게 대단할 수 있는건지 신기하다" 고..

아무래도 이 집에서 천재가 나올 것 같다.. ㅋㅋㅋ 

 

미리 챙겨먹은 생일상이지만 오늘은 또 오늘이잖은가.

낮에 경자집사가 와서 라스텔라에서 스테이크와 샐러드와 파스타로 생일상을 차려주었다.  감사할 뿐이다.

저녁에는 멋진 곳에서 오붓한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염치없고 눈치없고 주책덩어리인 허리가 나를 잡아맨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천지삐까리같이 많은 날 중에 하필이면 이 때 아파야 하는가 말이다. A E C ....

 

내 50대의 마지막 생일이 이렇게 무참하게 지나가다니...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야!!!

 

내 몸뚱아리 하나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인간이여...

생일은 개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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