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결혼 33주년

여디디아 2016. 12. 12. 10:44

 

 

 

 

 

 

 

 

 

 

 

 

 

 

1983년 12월 11일 일요일

어느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초침 덕분에 시간은 이렇게 훌쩍훌쩍 세월을 뛰어 넘는다.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가면서 양평휴게소에서 토악질을 해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3년전의 일이라니 놀랍고 기가찬다. ㅎㅎ

 

올해는 어느 해보다 큰일이 많았음을 생각하니 33년의 세월이 그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지나지 않은게 아니었고, 또한 나만 나이가 든 것이 아니었음이 깨달아진다.

평생을 시퍼렇게 살아서 며느리를 거머쥐고 흔들어댈 것 같던 시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셨다.

또한 늘 어린아이로 여겨지던 세현이도 이번 주말이면 결혼식을 거행하게 되고 이젠 자신의 삶을 찾아서 떠나게 된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 둔 2016년 12월 11일,

부모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고 총각시절의 마지막 시간이기도 한 주일저녁을 대접하겠노라는 세현이가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라는 말에 천마산에 있는 '석화' 한정식엘 갔다.

 

주일오전예배시간에 세현이와 둘이서 히즈윌의 '널 위해'라는 찬양으로 헌금찬양을 했다.

이른아침이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세현이와 드리는 찬양은 음악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고

하나님앞에 신앙고백이며 세현이를 위한 나의 고백이기도 했다.

가끔 아들들과 함께 찬양을 했는데 이젠 그런 시간도 어려울 것 같다.

 

서방과 세현이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마음이 애잔하다.

새롭게 시작할 세현이에게 진심을 담아 말을 하는데 어쩐지 울컥하여 목이 메어온다.

 

 

"우선, 네가 내 아들로 태어나주어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너로 인해서 얻은 기쁨과 행복은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

이제부터는 우리를 잊어버리고 너 만의 세계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셋  다... 눈에서 보석이 반짝...

잘 참았다.

 

첫째, 예배하는 가정, 하나님을 섬기는 가정을 만들어라.

둘째, 절대로 부모가 우선되지는 말아라.

         무조건 부부가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부부싸움을 하면 결코 이기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화해해라.

넷째, 시간이 지나서 아내가 시댁의 흉을 보더라도 어설프게 편들 생각하지 말고 침묵해라.

         침묵이 아니면 함께 흉을 봐라. 뒤에서는 대통령도 헐뜯는 세상이다.

         흉 잡힌다고 어떻게 되는거 아니다. 나도 시어머니 흉 많이 봤다. 괜찮다. 사람은 다 그렇다. 

다섯째, 우리집에나 처갓집에(며느리나 아들 모두) 과장되게 잘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라.

마지막으로, 엄마와 아빠는 너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이며 행복이란걸 명심해라.

 

간장게장과 갈비찜 정식으로 먹은 밥상은 설겆이가 필요없을만치 깨끗하게 비워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결혼식날 예식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사랑하는 작은 아들을 보냈다.

 

결혼 33주년,

인아가 아빠가 가르쳐 준대로 카메라를 향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축하해요.

 할아버지 할머니 생일, 결혼 축하해요,

 사랑해요" 라며 동영상을 보내왔다. 

 

"어머님 아버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저희곁에 지내주세요!"

성희의 문자이다.

 

사는거 별 것인가.

이만하면 잘 살아가는 것 아닌가.

 

사랑하는 주현이와 성희, 세현이와 선,

세상을 다 주어도 바꾸지 못하는 김인아!!

너희들로 인하여 내 삶이 충만하단다. 

 

결혼 33주년..

열심히 살아온 우리부부에게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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