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32주년 결혼기념일

여디디아 2015. 12. 12. 10:05

 

 

성희가 보낸 케잌과 샴페인

 

 

세현여친 선이가 보낸 케잌

사랑하는 자녀들... 사랑해^^* 

 

 

작은어머님이 사다주신 가방

 

 

진달래가 곱던 봄이 지나고 햇볕이 두렵던 여름이 지나고, 유난하게 곱던 단풍이 가을인가 했더니,

고운 단풍이 낙엽이 되어 내 발아래서 부스럭거리더니 어느새 겨울이고 연말이고 그리고 11일이 되었다.

결혼기념일이라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는데 캐나다에 계시는 작은어머님과 아버님이 오셨다.

서방이랑 처음 만나던 날은 여름성경학교를 마무리한 여름어느 주일날 오후였고, 비가 내리던 날이라 키가 훌쩍한 서방이 

소라색 셔츠에 장우산을 들고 환한 웃음을 웃으며 다방에 들어서던 모습이 인상이 깊었었다.

만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결혼식을 치루었고 온 식구가 사방에 들어선 교회란 곳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아주 특별한 집안에 나름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내가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분명 황무지였고 선교지였다.

아무것도 모른채 전도하면 된다는 소망을 품고 들어선 곳,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교회는 못간다"며 서슬푸르게 윽박지르던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한채,

살금살금 교회로 나갔었고, 분가를 하자마자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했고, 두 아들 역시 신앙안에서 키웠다.

그런데 막내작은어머님이 신앙생활을 하고 계셔서 내게 늘 힘이 되어주셨고 무슨 일이든 내 편이 되어주셔서 버팀목이 되어주신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가만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나를 위하여 미리 작은어머님을 보내시고 나로하여금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게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할 뿐이다.

그런 작은어머님이 캐나다에서 오시면서 나를 위하여 특별히 가방까지 선물로 사오셨으니 기쁘기만 하다.

"딸 가진 여자들의 핸드백은 진짜이고 아들 가진 엄마의 핸드백은 짝퉁이다"라는 말은 집어치우시라!! ㅎㅎㅎ

 

어제아침, 시간이 지나는데도 두 아들과 성희에게서 카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냥 모른척 넘어갈까? 더  기다려볼까?'  마음속에서 갈등이 서로 지 잘났다고 치고받는다.

이러다 아이들이 모두 잊어버린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할 것 같고 섭섭함이 쌓이면 죄가 될 것 같아서 아직은 혼자인 세현이를 찔렀다.

"세현아 오늘 몇일이지?"

이 정도로 하면 알아들으리라 확신한채로....  ㅋㅋ

거의 맞추어서 날아온 카톡..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용~"

이어서 성희의 카톡..

"어머님 아버님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라는 문자가 온다.

 

잠시 후에 세현이 여친 선이가

"어머니~!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파리바게트에서 케잌을 교환하시고 초는 꼭 부세요"라며 

바코드와 케잌이 선명하게 그려진 사진을 보내왔다.

고맙다는 인삿말과 다음에도 잊지말고 챙겨달라는 부탁으로 은근 예비시어머니의 노릇을 해대는 여유를 부린다.ㅋ

 

나라는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지난해에 성희가  케잌과 샴페인을 보냈기 때문에 행여나 하는 마음에 또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ㅋㅋ

여섯시가 되었는데 성희가 서방과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머님 아버님 결혼기념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실은 오늘낮에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가기전에 기념케잌을 배송주문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말씀이 없으시길래 이상하다싶어 다시 확인해보니 사이트에 오류가 생겼더라구요.....

 이제와 확인하고 죄송하단 말씀드려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너무 속상해서 진실을 밝힙니다.

 칠칠맞은 못난며느리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두분 덕분에 오빠 만날수 있었고 ^^

 저희 또한 화목한 가정 이룰 수 있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란걸 알아주세요"

라는 문자가 왔다.

 

'아무렴!! 우리성희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나' 기분이 좋아진다.

시어머니가 케잌을 받았으면 당장 사진을 찍어 카톡에 올리고 고맙다고 표현을 하는데 하루종일 조용했으니   

어린 것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나.

조금있으니 '며느리 운다'는 주현이가 문자와 성희가 쩔쩔매는 모습으로 주현이와 대화를 나눈 문자를 사진으로 보내온다.

아무래도 자기와이프가 오늘을 잊지 않았다는 것과, 케잌을 보냈다는 것과, 행여라도 엄마한테서 며느리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바람처럼 스며들까봐 변명을 해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성희의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전화가 왔다.

"이진옥님이시지요? 작년에 제가 케잌배달을 했었는데요. 오늘오전에 김성희님이 케잌주문을 하셨는데

 배달이 너무 밀려서 지금 출발하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란다. 참내...

그것도 모르고 성희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겠는가.

작은어머님이 저녁을 사주신다며 기다리고 계시던 참이라 내일아침에 배달해 달라고하고는 두둥실 들뜬 마음과

작은어머님앞에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폼으로 퇴근을 했다.

 

작은아버님이 한방오리탕을 사주셔서 배불리 먹고 집으로 들어가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기쁘다.

 

아들들이 이 날을 기억하며 케잌으로, 마음으로 축하해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할 뿐이다.

 

사랑하는 주현이와 성희, 세현이와 선!!

모두모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사랑하고 축복하며 건강하게 잘 살아주길 바랜다.

 

32주년 결혼기념일을 보내는 소감은,

'까짓 딸이 없으면 어때?

 이럴줄 알았으면 아들을 넷쯤 낳을걸 그랬나...?? 

 그리고 내년부턴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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