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쯤 전에 성경퀴즈대회를 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범위는 로마서와 고린도전후서..
내가 성경퀴즈대회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나름대로 가상했다.
첫째는 지난번 대회에서 어이없는 실수(마가복음은 몇장?)에서 탈락되었기 때문에 만회를 하고 싶었고
둘째는 더 늙어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둔한 머리가 되기전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기껏 공부를 해도 다음날이되면 아득하게 된, 듣도 보도 못한 문제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이번에 서글프게도 정확한 모습으로 확인하기는 했다. 그러니 시간이 더 지나기전에 '한번 더' 도전해야 할 의무를 느꼈다고 할까?
세번째는 교회에서 일을 계획하고 시행할 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함으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고 의미가 깊어진다는 생각때문이었음이 나의 생각이었다.
지난번 대회에서 4~50명이 출전하여서 문제마다 탈락하는 성도들이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끔은 일본열도를 휩쓴 쓰나미처럼 한번에 우르르 무너지게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초반에 탈락을 한다고 해도 특별히 부끄럽거나 창피할 일도 아니란 생각을 했다.
누가 출전을 했고 누가 몇번째 문제에서 탈락을 했는지, 본인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이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당당하게 출전하겠다는 이름을 쓰고는 예상문제지를 받아 펼쳐본 순간,
"아~ 내가 미쳤구나. 뭐 어쩌자고~~" 라는 말이 준비된 듯이 툭 튀어 나왔다.
포기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결정한 마음이고 이미 교회사무실에 들이민 명단인지라,
일등을 기대하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참가하는게 중요한 일이니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도 나는 성경이 아닌 다른 책을 읽는 것을 중단하지 않았다.
일주일을 남겨놓은 지난주간에는 모든 책을 접고 로마서와 고린도전후서만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사진에서 보다시피 틈틈히 예상문제지도 열심히 풀고 외우고 익혔다. 노력한만치 머리에서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6월 22일
1부 예배 찬양대라 일찌기 교회에서 찬양연습을 하는 중에 들리는 기가 찰 소식,
성경퀴즈대회 출전자가 4명이라 청년들로 보충을 했기 때문에 7명으로 치뤄진단다.
다시한번 내 입에서 예고없이 나온 말, "내가 아무래도 미쳤구나"...
젊고 똑똑한 집사님들과 스쳐가듯이 훑어도 머리에 쏙쏙 입력시킬 청년들앞에서 무슨 망신을 당하자는 것인지.
일주일 내내 긴장이 되지 않더니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긴장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오후예배를 간단히 마치고 시작된 성경퀴즈대회,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1번으로 신청된 내 이름이 역시 1번으로 불리워지고 골든벨이 아니라 장학퀴즈같은 분위기다.
다행히 주일학교에서 출전한 어린이와 중학생이 있어서 10명이다.
좌우로 살펴보니 평소에도 똑소리 나는 집사님과 평내교회 기도대장인 정권사가 버티고 있고 청년부 성진이가 덩치처럼 크게 버틴다. 같은 교회에서도 처음으로 얼굴을 대하는 이쁜 집사님은 내게는 베일에 쌓인듯하다.
청년부 미경이와 주은이의 사회로 시작된 퀴즈...
예상문제에서 나왔지만 생소하고, 어디서 들은 것일까 싶을 정도로 아리쏭하기만 하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간신히 문제를 풀어나가는 순간, 어느 선에서 탁 막힌다.
도대체 저 괄호안에 들어가야 할 두 단어는 무엇인지,
문장을 이어가고 눈치껏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고 자부하는데도 도대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옆에있는 집사님과 권사님은 자신있게 무언가를 쓰는데 나는 빈 판을 들고 말았는데 옆에 앉은 정권사가 오답이다.
결국 나와 둘이서 2, 3위전을 하는데 첫번째 문제는 둘다 정답이고 두번째 문제는 손을 드는 순서대로이다.
누구의 손이 먼저 올라갔는지 확인도 하기전에 정권사가 "은혜'라며 오답을 외친다.
"자유"라는 정답을 알고 있었던 내가 가까스로 2위를 결정하고 나니 정권사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일등하기 위해서 나왔다"라고 했으니 충분히 그럴 수가 있으리라.
박경옥집사님이 1등을 했는데 아쉽게도 골든벨을 울리지 못했다.
'산제물'을 '산제사'라고 썼기 때문이다. 많이 아쉽다.
항상 그렇다.
내가 틀린 문제를 지나면 나머지는 모두가 정답을 꿰고 있다는 사실말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욕심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간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처럼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을 기했기 때문에 내 실력의 한계는 거기까지였음을 인정한다.
교회에 젊은 집사님들과 청년들이 참 많은데 이런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런 기회에 도전하여서 성경에 대해서 더 많은 지식을 공유하고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탈락의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면 아직도 자신에 대한 체면일테지만 누구나 일등이 될 수는 없다.
다음에는 더 많은 성도들이 참여하여서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거머쥔 2등,
내게는 1등보다 더 소중한 2등이다. 아무렴^^*
이번 기회에 최소한 30번 이상은 읽은 로마서와 고린도전후서,
준비한 과정에서 받은 은혜는 출전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나만의 은혜임이 감사일 뿐이다.
이런 비밀스러운 은혜에 함께 동참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보며
몇등에서 자유로운 나는 그새 많이 성숙해진 것은 아닐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