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대로..

설날

여디디아 2016. 2. 11. 11:02

 

 

설날아침 우리집에서..

 

 

 

 

 

설 다음날 외갓댁에서

 

삼촌과 함께 동영상 관람중..

 

 

 

 

 

 

 

금남리 매운탕집

 

 

 

창현리 향기로운나무 카페

준경이와 백봉산 정상에서

 

 

산행 후 파파스테이블에서

 

 

시금치의 시字도, 시냇물의 시字도 하다못해 택시도 타기 싫어한다는 며느리의 시월드,

그중에서도 단연코 명절을 빼놓지 못하리라.

명절만 지나면 아니 다가오기만 하면 이미 명절증후군이니 뭐네 하면서 난리 아닌 난리가 이어진다.

30년의 세월이 흐르고나니 이젠 내가 시어머니의 자리에 앉아 있고, 며느리가 어느새 명절증후군을 앓는 시대가 되었다.

 

몇년 전부터 명절이라도 시동생이나 동서, 시누이들도 오질 않고 우리끼리 보내고 있다.

행여나 하고 기다리는 시동생이나 시누이들이 오질 않아서 이번엔 친정식구들이 우리집에서 모이기로 합의했다.

'시어른들이 계셔서 불편해서 싫다'는 언니 오빠들을 설득시키고, 형부를 설득시키고

명절 음식에다 조금씩 양을 늘리며 일주일전부터 서서히 준비를 해왔다.

 

설 전날인 주일에

"성희야 이번 시월드는 세식구가 함께 오후에배에 참석하는거다"라며 카톡을 보냈더니 예배 1시간전에 인아와 주현이와 성희가 유아실에서 예배를 준비하며 오후예배를 드린다.

예배 후에 집으로 와서 세현이와 주현이와 함께 참으로 오랫만에 두 아들과 탁구를 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王이었는데 어느 새 卒이 되었다는....사실이다.

주현이의 실력이 몰라보게 늘었고 세현이 또한 실력이 향상되었다.

두 아들과 시어머니의 탁구실력을 혀를 내두르며 구경하는 성희와 탁구공이 움직임에 따라 눈알이 저절로 돌아가는 인아,

땀을 흘리며 탁구를 치고나니 뿌듯하다.

 

설날아침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쉬다보니 어느 새 늦은 오후,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큰형부와 언니, 그리고 오빠 부부가 도착을 하고 한참을 지나자 작은언니와 형부가 나란히 도착을 한다.

감사하게도 큰언니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 세배를 올리고 난 후 10만원이 든 봉투를 드린다.

당신 아들 딸도 돌보지 않는 부모를 사돈이 드리다니... 딱하기도 하고 언니가 고맙기도 하다.

용돈에다 커피와 과자까지 준비해 온 언니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시아버지의 군것질을 위하여 빵을 준비해 온 작은언니와 식혜를 해서 들고온 작은오빠와 히,

그리고 설날을 잘 보내라고 갈비를 두둑하게 보내온 동생들이 있어서 힘이 나고 서방앞에서 목소리가 서너옥타브 자동으로 올라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벌어진 고스톱, 

세월이 흘러도 적응하지 못하는 큰언니와 히와 나와, 화순에서 올라오신 시어머니를 챙겨드리고 온 막내는 안방에서 수다풀기에 여념이 없다.   

화제는 역시 치매이다.

눈으로 확인하는 시어머니는 역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고생하는 동생을 안쓰러워하는 언니와 오빠들과 형부를 보니 역시 내 형제가 제일이다.

 

늦은 시간까지 화투로, 대화로 웃다보니 정월초하룻날은 어느새 저만치 밀려가고 초이틀의 새벽이다.

부지런한 식구들이라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도 8시가 되니 모두가 말간 얼굴로 식탁을 찾는다.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다시금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어젯밤에 잃은 본전을 찾기위해 다시 모인다.

간간히 커피와 사과와 식혜로 입을 축여가며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다.

 

점심은 큰형부가 쏘신다고 큰언니가 미리 귀띔을 했기에 금남리에 있는 양푼이 매운탕집으로 고고~~ 

설을 지낸 모든 사람들이 매운탕을 드시러 온거 아닐까 싶을만치 사람이 많다.

발을 디딜 틈도 없어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겨우 자리를 얻어서 앉고보니 매운탕값이 만만치 않다.

빠가사리 大가 110,000원이다. 어른 10명이라 2개를 시키니 커다란 양푼이 2개에 가득하게 나온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다보니 바닥이 드러나고, 드러난 바닥만큼 배는 해산달이 가까운 산모의 배처럼 올라온다.

얼마나 미련하게 먹었는지 일어서기조차 힘이 든다.

점심을 먹고 헤어지자니 또한 아쉽다.

지난번 준경이의 취업소식에 한턱 쏘기로 했던 막내가 커피를 쏘겠다고 하여 다시 마석으로 왔다.

금남리 커피는 한잔에 기본이 7,8천원이라 저렴한 마석으로 왔다는...

커피와 레몬차와 라떼와... 열명의 식성은 저마다 달라서 주문하는데만 10여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차를 마시다보니 역시 가족의 힘은 무시무시하여 북한강의 강물처럼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천마산의 바위처럼 응고된 마음도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풀어내는 힘이 있다.

올해는 유난히 만날 일이 많고, 그에따라 들어갈 돈도 많지만 얼굴과 얼굴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겹친다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다.

1박 2일동안 수고했다는 언니오빠들의 위로와 치매 시어른을 돌보는 동생부부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이 고맙고 실타래처럼 엉크러진 우리부부에게 커다란 힘이 된다. 

 

명절,

누군가의 희생이 있음으로 여러사람이 기쁘고 행복하다면 이미 댓가를 받은 것이 아닐까.

친정식구들과 함께한 설날은 피곤함 대신 힐링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며 언니, 오빠, 형부, 동생, 제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휴마지막 날은 준경이와 함께 평내에서 출발하여 백봉산을 넘어 마석까지 4시간에 걸쳐 산행을 하고

오랫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서로에 대한 찐한 사랑을 확인하기도 했다.   

브런치를 먹자고 신나서 계획했더니 연휴라 쉰다고..

파파스테이블에 가서 모둠튀김과 쌀국수와 해물볶음밥으로 이모와 조카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는 행복한 순간에

한달에 한번씩 산행하자는 약속까지 받아내었으니 난 횡재요, 준경인 바가지이다.

 

즐거운 설날,

행복하게 보냈음을 보고합니다.

 

그중에 최고는 역시 김인아였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이젠 말도 잘하고 말귀도 알아들어, 엄마 아빠보다 할머니가 가장 좋다는 말에 속아서

할머니 입은 귀에 걸렸고 인아앞에 등짝을 내밀기에 바빴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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