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혼자 떠난 제주도^^* (별도봉과 사라봉과 산지등대)

여디디아 2016. 11. 1. 17:02

별도봉에 가기 위해 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고으니모르 정류장에서 하차... 화북동

제주국립박물관

 

별도봉 입구

 

 

 

별도봉 오르는 길

별도봉에서 보이는 제주

별도봉

 

 

 

 

 

 

 

사라공원 정자

 

낙조가 장관이라며 사진기사들이 죽~~ 기다린다.

 

1박2일간의 준비물

 

 

 

 

산 지 등 대

 

 

 

 

 

우당도서관 산책로와 도서관 전경

아침식사는 각자 원하는데로... 토스트 세겹과 오렌지쥬스 한잔 하고도 반... 다이어트는 누가??

 

 

예하 게스트룸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단풍은 누가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싶도록 곱고, 낙엽은 또 내 인생의 시기는 어디쯤일까를 

저절로 생각하게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국의 명품계절 가을이다.

여름이 지나고 굳이 가을이라 인정하기 싫은 가을을 앞두고, 나는 깨진 항아리처럼 마음이 박살이 났다.

친구에게서, 가족에게서, 자식에게서, 이웃에게서...

한번 다친 마음은 별일 아닌 것으로도 피를 흘리고 생채기가 나고 뒤엎어진다.

깨어진 항아리에도 가을햇볕은 낱낱의 모양으로 흘러들어와 한곳에 모으기 보다는 햇볕이 닿는 곳마다 반사되어 이리저리로 

흩어지기만 할 뿐 좀체 하나로 끌어모아지지가 않아 나를 더욱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고, 외롭게 하고, 서럽게 했다.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훌훌 떠나고 싶고, 낯선 곳에서 나를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일도 사랑도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그냥 흐르는데로 나를 버려두고 싶은 마음이 나를 구할 수 있는 구원의 방법이 아닐까 싶어져 제주도를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 진에어 나비포인트가 평일 편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주일오전예배 후에 떠났다가 월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을 세웠다.

떠나기로 마음을 다진 후로는 온 마음이 여행지로 날아가 한시도 낯익은 이곳에 나를 가둬놓기가 싫다.

 

블친인 썬님께 제주일정을 부탁하자 바쁜 중에서도 자세하게 일정을 소개해 주셨다.

메일을 읽는 시간에도 엉덩이가 들썩거려 무거운 엉덩이를 제자리에 앉혀놓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을 줄이고 다시 줄이고... 그리고도 하나는 넣고 하나는 빼고 하기를 반복하여 짐을 최소화하고 

30일  주일오전예배 후 1시30분 진에어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별도봉으로 향하는 마음은 이미 설레움일 뿐이다.

40분을 달려서 내린 곳은 고으니모르 버스정류장, 내려서보니 화북동이다.

너무나 꼼꼼하게 가르쳐준데로 길을 건너고 우회전을 하고 좌회전을 하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별도봉 입구를 찾았다.

우당도서관을 끼고 들어가는 별도봉 가는 길을 처음으로 맞아준 것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검정말이다.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이 어쩐지 나를 환영하는 듯한 마음이라 말 없는 말들에게 고마운 표시도 해주는 여유를 보인다.

 

한참을 걷다보니 별도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컥컥대며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제주의 바다가 아무렇지 않게, 무심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쩌면 우리네 삶도 가끔 파도가 몰아치고 태풍이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이렇듯 무심하고 적막한,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고요하다고 작은 목소리를 내게 보내는 듯 하다.

별도봉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바다, 이런 마음과 아름다운 풍경에 썬님이 그렇게 별도봉을 칭찬했었고

그 칭찬에 매혹되어 나는 천리길을 날아서 이 곳에 섰다.

 

별도봉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니 산속에 정자가 오도마니 서 있다.

사라봉정상이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뚜벅이가 되어 성큼성큼 걷는 내 마음엔 이미 외로움도 서러움도 사라지고 없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동안 바닷물에 마음을 빠트렸는게 아닌가 싶어진다.

사라봉공원엔 아이들이 뛰어놀고 아가를 안은 엄마는 자판기에서 대장균이 득실거릴 커피를 뽑는다.

뒤질세라 나도 대장균이 득시글거리는 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사라봉을 향하여 걷는다.

구비구비 해송들이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향하고, 뜨락처럼 꾸민 화단엔 자잘한 꽃들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랄 것도 없이 오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몇 굽이를 지나자 정자가 나타나고 여기저기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낙조의 때를 기다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었고

연인들이, 친구들이, 나처럼 혼자인 사람들이 사라봉 앞의 제주바다에 눈을 밀어넣기도 하고 파란잔디에 발걸음을 새겨놓기도 한다.

 

사라봉에서 내려와 왼쪽길을 걸어가니 뜻밖에 산지등대가 나타난다.

별도봉 둘렛길을 걸으려면 왼쪽으로 걸으란 말을 그림까지 그리면서 알려주었건만, 길치 중의 길치인 나는 더구나 이해력까지 부족하다.

갔던 곳을 다시 가고, 다시 제자리로 찾아들고... 

그러다 어찌되었건 왼쪽으로 내려오니 처음의 길과 다시 만난다.

가을해는 제주 서쪽하늘에서 기웃거리며 낙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약올리고,

하늘과 바다에 걸쳐진 가을해를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가기엔 어쩐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 우당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잘 꾸며진 산책길을 걸어서 도서관을 돌아 그림처럼 이쁘게 꾸민 정원속의 공원을 구경한다.

멋지게 세워진 우당도서관에서 내일을 향하여 책과 씨름할 젊은이들이 내일 우리의 역사를 이어갈 청년들이기에 

뿌듯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해본다. 설사 오지랖일지라도... 

 

다시 버스정류장에서 100번을 타고 한국병원앞에서 하차하여 아침을 굶고 점심은 공항에서 롯데리아 햄버거를 채워넣은 뱃속을 위하여 제주흑돈이란 식당에 들어가 해물뚝배기로 저녁식사를 해결한다.

옆테이블에서 여자 혼자 오겹살을 굽고 해물뚝배기와 소줏잔을 기울이며 혼자서 굽고 마시고 먹느라 바쁘다.

이미 취했는지 발음은 속으로 향하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탁자위의 불을 껐다켰다하여 식당주인의 은근한 냉대를 받는다.

죽어도 하지 못할 일을 옆테이블의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처음으로 와보는 예하게스트하우스, 열쇠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1층을 차지하고 2층 침대만 남았다.

평소에도 높은 곳이 두려운 내가 2층에서 잠을 자야하다니...

숙소를 잘못 선택한건가.. 짧은 후회가 제주앞바다의 썰물처럼 조금씩 내 마음속에 비집어 든다.

맞은편의 2층 침대에  대구에서 온 간호사가 나를 편안하게 맞이한다.   

엄마 고향이 영천이라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싹 걷히고 금새 반가운 마음이 밀물처럼 스민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1층 침대 두 아가씨가 관광을 마치고 들어오는가 싶었는데 입에서 영어가 쏟아진다.

헉~~ 이 난감한 일을 어쩌나 했는데 대구아가씨가 영어로 대화를 한다.

요즘 청년들은 어디서나 막힘없이 영어가 버터까지 잘 발라진채로 매끌매끌하게 튀어나오니 신통하고 방통하다.

아~ 우리세현이가 있었으면 얼마나 유창하게 잘 했을까..    

자식자랑하고픈 팔불출의 엄마의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두서없이 본색을 드러낸다. 참내...

 

대구에서 온 간호사 쌤이 다리가 쉬어야한다며 파스를 건네준다.

덕분에 다음날까지 다리 아프지 않게 뚜벅뚜벅 잘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여행,

익숙함에서 떠나 낯섦과 만나는 시간들,

풍경도 사물도 사람도, 낯선 것들과 만남으로 모든 익숙한 것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이 축복이다.

 

낯섦,

단어조차 어색한 것,

알맞은 긴장과 두려움이 함께 곁들여지기에 색다른 즐거움이 보너스처럼 끼얹혀진 단어이다.

 

낯선 곳, 낯선 방, 낯선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잠은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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