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씨스타 7호
통구미
통구미 향나무재생지
예림원
나리분지
투막집
더덕전 15000
비누와 화장품을 생산 판매 섬백리향
홍합밥
2박3일간 묵은 대경모텔
참 좋은 세월을 만나서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명절날의 여행이라니...
신한아파트에서 이안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27년간의 제사의 고리를 끊었다.
처음엔 시부모님이 신경에 쓰였지만 이젠 당당하게 명절 아침이면 예배를 드린다.
작은 사업이랍시고 하다보니 문을 닫아둘 수가 없어서 주일만 빼고는 문을 닫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여행은 늘 뒷전이고 가끔 일만하다가 죽는다는 서방의 넋두리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명절의 여행이다.
최대한 명절만큼은 아무 생각없이 셔터를 내리고 문을 닫아둘 수 있음이 다행이다.
1박2일의 매니아인 나는 1박2일에서 두번이나 소개한 울릉도가 늘 꿈인 듯하다.
얼마전 새로운 멤버들이 다시 찾은 울릉도를 보고 서방이 울릉도엘 한번 다녀오자고 한다.
따지고자시고 할 필요없이 이튿날로 배표와 야영지를 찾아 예매하려고 하니 한달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국립야영장 예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는지라 주현이에게 부탁을 했더니 알람을 맞추어서 예약을 했다고 한다.
야영장 예약을 확인하고 묵호항에 전화를 걸어 예매를 하려고 했더니 차를 가지고 가려면 448, 000원이 포함된단다.
어이가 없어서 웃을 수도 없었으니... 결국 차는 포기하고 사람만 떠나기로 했다.
아침 8시 묵호항에서 씨스타 7호를 타야하기에 인아네를 일찌감치 보내고 우리도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집앞 춘천고속도로엔 들어갈 틈도 보이질 않아 국도로 우회하기로 하고 떠난 길,
춘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놓쳐 인제를 지나 한바퀴를 빙빙 돌고나서야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동해휴게소에 도착해 텐트를 펴고 여기가 길바닥인지, 휴게소인지도 모른채 기절했다.
(추석전날부터 인아와 노느라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사실..)
동해휴게소는 울릉도에 가는 사람들이 하룻밤 묵어가는 곳인가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수건을 두르고 화장품을 든채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더러더러 만남으로 민망함이 감춰진다. 동해휴게소에서 묵호항은 10분의 거리이다.
웅장한 배가 눕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3일동안 맡겨질 스포티지를 위해 21000원을 계산한다.
일반석으로 예매한 탓에 자리가 비좁아서 다리가 길고 허리가 긴 서방은 안절부절이고 끝내 자리를 떠나 빈 공간에 다리를 편다.
4시간을 달린 바닷길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고 사람은 많은데 공기순환은 한정적이고 에어컨 역시 규정대로만 켜진 탓인지,
답답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도동항에 도착을 하니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해안산책로에 이미 사람들이 빼곡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올레길 1호라고 하니 얼른 나가서 걸어보고 싶어진다.
예약한 대경모텔은 도동항에서 3분 거리에 있고 찾아오기 쉽도록 배가 도착할 시간에 사장님이 문자를 주셨다.
오른쪽 바다횟집을 지나 24시 편의점을 지나면 대경모텔이 나옵니다...라고.
방에 들어서니 둘이 누우면 딱 좋을 작고 아담한 방에 이부자리가 개켜져 있고 깔끔하게 청소된 방이 마음에 든다.
패키지를 예약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만 이 잡듯이 잡았지만 결국은 블친 우서님의 울릉도여행기를 달달 외우고도 모자라 메모까지 했고 추천해주신 곳을 정했다. 문제는 차량이었지만 대경모텔 사장님께서 버스투어의 코스와 시간을 가르쳐 주셔서 헤매지 않고 오후에 A코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얼마전 억수같이 퍼부은 비로 인해 울릉도는 많은 부분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뉴스로만 듣고 보던 현장을 눈으로 보니 정말 어마 무시하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이 속히 복구되기를 빌어본다.
처음 도착한 곳이 통구미마을이다.
특별한 무엇보다는 울릉도의 바위가 화산으로 하여금 구멍이 쑹쑹 뚫린 것이 신기하고 손으로 툭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양이다. 통구미마을엔 주민들이 적은 숫자가 모여 살고 있으며 맞은편 바위 위에 향나무가 자생하고 있다니 하나님의 솜씨는 참으로 오묘하기만 하다.
통구미마을을 지나 예림원엘 들렀다.
아기자기한 것이 이쁘고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다엔 코끼리 바위가 보이고 울릉도의 짙푸른 바닷물이 철썩이는 파도에 몸을 뒤틀어대는 모습이 보인다. 이쁜 꽃들과 싯귀들이 나무결에 걸려 있어서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예림원을 지나 호박엿 공장으로 향했다.
울릉도의 자랑인 호박엿과 쑥으로 만든 빵과 젤리, 그리고 호박조청을 맛보이며 판매에 열심이다.
어디가서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
아침에 먹은 멀미약은 하루종일 효과를 발휘해 기대기만 하면 잠이다.
어딘가 버스가 정차하는 것 같아 눈을 뜨니 성불사라고 하는데 한번 내려진 눈꺼풀은 올라가질 않고 성불사는 별로 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 서방만 다녀오고 나는 세상모르게 주무셨다.^^
서방이 깨워서 일어나니 나리분지 가까이왔다고 한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는 좁게 여겨지고, 성인봉에서 내려와서 만나려고 기대한 탓인지, 조금 실망스럽다.
투막집을 구경하고 임신한 여자가 드러누운 듯한 형상의 산을 바라보고 나니 기사님이 늘푸른식당으로 안내한다.
관광지의 한 곳인지, 무조건 먹으라는 소린지, 먼저 온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틈에 우리를 들이민다.
씨껍데기술이니 무슨 술이니에 얼큰해진 사람들과 얼큰해지기 위해 미리 기분좋아진 사람들,
임플란트를 위해 금주중인 서방과 나는 더덕전 하나를 주문해서 먹었다.
나리분지를 나선 기사님이 마지막 코스로 데려간 곳은 섬백리향이라는 공장겸 판매처이다.
겨우 몇군데를 돌아보는데 세 곳이나 판매하는 곳이라서 마음이 편치 않다.
비누와 향초 뭐 그런 것을 파는 모양인데 관심이 없어서 간판 사진하나만 찍었다.
내국인들도 이러하니 외국인들에게는 오죽할까 싶은 지레의 오지랖이 앞장선다.
가방에 든 것들을 해치우느라 점심을 건너뛰었는데 더덕전으로 인해 저녁생각이 나질 않지만 홍합밥을 먹기로 했다.
간간한 맛이 배인 밥에 울릉도에서 채취한 부지깽이 나물과 생미역무침과 취나물을 넣어 비볐다.
촉촉한 밥에 홍합이 데려온 바닷내음까지..
입안에서 바다가 펼쳐진다.
아침에 먹은 멀미약의 효과와 세상 둘도 없는 인아와의 후유증은 울릉도의 첫날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이진옥이 혼자 센 척 하더니..." 가물가물..
머시라고... 내일 아침에 따지자.
지금은 잠이 나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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