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그녀들의 봄, 제주에서 꽃 피다!

여디디아 2016. 5. 2. 14:45

 

 

 

 

 

 

 

 

 

유월 그리고 열두마루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

 

 

참 다행이다 싶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날만 있는 것이 아니고 즐겁고 행복하고 유쾌한 날도 있다는 사실말이다.

올해 우리는 좀 어려운 해를 맞이했다.

가정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을거라 알고 있었지만 사무실에 현수막 기계가 나이가 듦으로 새로운 것으로 교체를 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좀 줬지만 1년동안 한달에 70만원이 지출된다는 것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를 들어온 날부터 우리는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고,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고난의 해라고 미리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유일한 희망인 제주도 여행마져 어쩌면 삼켜야할지 모른다는 각오를 했지만,

그런 내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제주도는 날마다 나를 손짓하고 맛이 들어버린 오름은 무심하게도 나를 유혹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정말 하고픈 것을 참을만치 나는 절제하지 못한다.

3월의 어느 날, 제주도행 비행기를 예매하고는 사월이 오기를, 어느 오름인는 몰라도 오름으로 향한 내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가는 것처럼 부풀고 설레이기만 했다.

 

평내교회에서 20년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한 이영숙집사, 특별한 일이 있어서 밥을 한 끼 같이 먹지 않았어도 늘 환하게 웃고,

결혼식이 있으면 영숙인 나를 통해 축의금을 전달하게 하는 그런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사이로 지냈다.

그러다 두어해 전에 평내교회에서 같은 나이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고 친구로 결합되던 그때부터 우리는 친구 같은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나를 향해 여우라고 하면 '진옥이 여우 아닌데'라며 나보다 더 큰 소리로 변명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찬양대를 그만두고 식당에서 봉사하자' 고 할 때는 '너는 찬양대가 어울리니 찬양을 해라, 네가 담당할 시간엔 내가 뛰어서 식당엘 내려갈께'라며 나를 치켜세우기도 하는 영숙이는 나와는 동갑내기 친구이다.  

영숙이와 둘만이 여행을 위해서 기도하며 준비하던 그날이 드디어 왔다.

 

평소에 엄마와 여행을 하기도 하고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사이사이에 사임당을 넣어서 엄마를 기쁘게 하는 대신 나의 염장을 지르던 한양대 간호사 초롱이가 엄마의 여행을 위한 선물로 제주도에 있는 유월 그리고 열두마루를 미리 예약했다는 말에 

주현이와 세현이, 성희와 선이를 앉혀두고 당당하게 외쳤다.

"나 제주도 여행가는데 초롱이가 펜션을 예약했다고 하니  주현인 렌트카를 예약하고 세현인 비행기 값을 보내라,

 그리고 앞으로 1년에 2번씩 제주도 여행갈 것이니 그때마다 그렇게 하기 바란다"... 고..

평소의 나답지 않게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큰소리를 치고 며칠이 지난 후, 렌트카를 예약했다는 성희의 문자와 농협에서 김세현님으로부터 20만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전화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ㅎㅎㅎ 암만이라^^*

 

일찌감치 사무실로 온 영숙이와 함께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을 했다.

얼굴도 이쁘게 생긴 아가씨가 '가능하면 앞자리로 주세요'라는 내 부탁에 '창가쪽이예요'라며 앞에서 두번째 좌석을 지정해준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성희가 예약한 힐 렌트카에 들러서 차를 인수한다.

K5를 예약한 성희는 모처럼 시어머니의 여행에 편안하고 좋은 차를 타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번도 운전한 적이 없는 차라 익숙하지 못하고 렌트카라는 이유 때문에 조심을 넘어서 긴장하고, 남의 땅에다, 

그것도 모자라 오전에 비가 내린 제주는 습기 때문에 유리가득히 성에가 끼어서 앞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주유소 입구에 주차를 한 뒤 박영기씨를 찾고 서방을 찾아 이것저것 묻느라 정신이 없는데 뒤에서는 요란한 클랙션이 빵빵거리고 난리다.

창문을 내리고 잡아 먹을듯이 노려보며 한마디 퍼붓는 이들에게 죽을 죄인의 모습으로 납짝 엎드리니 이여사를 김여사로 여기며

나무라지 않고 지나가 준다. 그저 감사할 밖에...

 

숙소에 들어서니 아담하고 전형적인 제주도의 여늬 집과 같은 유월별채가 우리를 기다린다.

선한 얼굴의 부부와 잔디와 봄꽃이 자잘하게 피어있는 집,  어느 한 곳이라도 손 댈 곳 없이 깔끔한 방으로 들어서니 초롱이가 굳이 이 집을 추천한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아침식사로 나온 빵과 샐러드와 쥬스는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황홀할 지경이다.

음식이나 집안의 모든 인테리어 보다 더 빛나는 주인 부부의 마음이 얼마나 귀하고도 귀한 것인지,

다음 날 아침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