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경숙 숙희 진옥 제주도 날기2

여디디아 2015. 10. 24. 11:38

 

 

 

새별오름의 억새

 

 

방주교회

 

네거리식당의 갈치국

 

 

 

황우지해변의 선녀탕과 세현 수영장

 

 

 

 

 

외돌개

 

천지연폭포

 

 

 

 

 

 

 

 

 

 

 

 

 

 

 

 

 

 

 

 

 

교래리 삼다수 숲

 

현호와 란이와 주현이가 내 염장을 지른 후, 영기씨가 조심스럽게 "절 구경해도 괜찮으냐?"고 묻는다.

뼛속 깊은 곳까지 예수쟁이로 보이는 아줌마들에게 어둑해진 날씨에, 관광하기 마땅치 않은 곳이라 선암정사의 멋진 야경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아는지라, 지금와서 우리가 불교에 귀의할 것도 아니고 신앙이 흔들 일도 없으니 구경하는데야 뭐 어떠냐며 순순히 따라 나섰다.

계절따라 핀 연꽃은 이미 씨앗까지 맺히는 때인지라, 꽃종이로 만들어진 수많은 연꽃들이 눈이 부신다.

꽃 송이마다 전구가 들어와 이른저녁의 어둑한 주변을 환한 연등이 고운 수를 놓는다. 넓은 선암정사 가득하게 핀 연꽃들이 이쁘고 멋지다.

선암정사를 나와 영기씨가 우리를 모신 곳은(?) 제주 주민들만이 찾는다는 어사촌 흑돼지집이다.

두툼하게 썰어진 흑돼지오겹살은 보는 것으로도 이미 체면을 잃어버리게 하고 군침을 넘기는 목울대가 울렁거린다.

 

모처럼 셋이 모인지라 밤 늦도록 수다를 풀어야지 생각했는데, 바다를 건너느라 몸이 긴장을 했는지 초저녁부터 잠 속으로 빠져든다.

여전한 나의 잠꼬대에 놀란 경숙이와 숙희가 놀라서 무슨 꿈이었느냐며 묻는데 이미 영기씨와 약속한 7시 반이 가까워진다.  

 

아침부터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세현이와 함께 저녁노을속에 빠졌던 새별오름이다.

오름가득하게 억새가 일렁이고, 이렇게 많은 억새를 처음보는 우리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라고 매일 아침, 이 시간에 밥상이나 차리고 설겆이나 하란 법이 있더냐? 우리도 이른아침부터 기분을 낼 수 있고,  상쾌한 공기속에 팔다리를 펼칠 수도 있고, 그깟 아침쯤 신경도 쓰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고, 누군가 차려주는 음식앞에 당당히 앉아서 숟가락을 들 수도 있다"라며 이른아침을, 정말이지 꿈 같은 아침시간을 새별오름의 억새와 함께 맞이하는 기분은...

허구헌날 아침상을 차리고 출근채비를 하고, 분초를 다투어보지 않았으면 말씀을 삼가시라!!!

엊저녁에 선암정사를 가도 되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묻던 영기씨가 당당하게 외친다.    

"방주교회로 갑니다"라고...

수요일이라 아침부터 예배에 참석하게 하는 것인가? 어리둥절함도 잠시,

방주처럼 지어진 커다랗고 조용한 교회앞 주차장에 5654번의 번호를 단 백마운수 택시가 미끄러지듯이 들어간다.

"정말 노아의 방주가 저렇게 생겼을까? 노아의 방주 그 모습으로 지었을까?" 의 진옥이와

"방주가 되어서 제주시민을 모두 구원하려는 뜻에서 방주교회라 했나보다"의 숙희의 차이는 믿음의 차이일까?

특이하게 지어진 교회는 이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곳곳에 놓여진 푯말을 보니...

 

방주교회를 나오니 이미 9시가 가까워지고 엊저녁에 먹은 흑돼지는 이미 소화가 된지라 배가 고프다.

네거리식당의 갈칫국을 마주하고나니 숙희와 경숙이의 성격이 슬슬 드러난다.

갈칫국과 곁들여 나온 모든 반찬을 일일이 맛보며 맛과 재료를 분석하는 숙희는 만드는 법이나 들어간 양념까지, 갈치의 원산지까지 분석하며 목포갈치와 제주갈치의 차이점을, 갈치는 제주갈치보다 목포갈치가 낫다라는 분석을,

맞은편에 앉은 경숙이는 영기씨의 신상조사에 들어가서 구석구석 캐묻는 것이, 취업장의 면접관이 따로 없다. ㅋㅋ

그런 둘을 보며 자신들의 성격에 딱맞구나...싶어 실실 웃는 나는 감상하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 

시원하고 매콤하고 달달한, 단배추와 단호박과 갈치와 청양고추가 들어간 갈칫국으로 든든히 아침속을 채우고 나오니 제주의 아침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처음으로 제주도에 온 경숙이와 지난해 란이와 함께 다녀간 숙희, 올해만 세번째로 제주도를 찾은 나는 친구들에게 좋은 곳을 보여주기 위해 보고 또보고, 가고 또 갔던 곳을 이번에도 여전히 되풀이한다.

천지연폭포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제주도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중국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와 물빛과 햇빛이 만나 무지개를 이루는 아름다운 경치는 보는 이들의 양만큼이다.

어디서 저런 물이 계속하여 흘러내릴까를 궁금해하는 숙희의 표정은 늘 진지하다.

 

천지연폭포를 돌아서 외돌개로 향한다.

선녀탕을 보여주는데 놀랍게도 지난봄 세현이가 수영했던 곳 옆에 있는, 파도가 일렁이고 물결이 세찬, 그리고 한없이 깊어보이는 웅덩이다. 보는 것으로도 겁이나서 가까이 갈 수 없는 세 여자가 이상하다며 영기씨가 웃는다. 겁쟁이들이라고 한마디 덧붙이는 즐거움까지 누리며. ..            

선녀들이 목욕을 하기에는 너무 무서울 것 같은 선녀탕을 내려다보면서도 내 마음과 눈은 자꾸만 세현이의 수영하는 모습속에 머문다. 지나간 날들은 늘 아쉽고 아름답고 그립다. 특히 오늘은...

외돌개가 보이는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겁 많은 세여자는 바위위를 걷지도 못한채 입구에서만 알랑거려서 다시금 영기씨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폼저폼을 지으며 "역시 남는건 사진뿐"이라며 연신 셔터를 누른다.  

 

하룻동안 제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곳을 소개하려니 영기씨도 고생이다.

샤려니숲길은 주차난으로 인해 4.3평화공원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하는 공사때문에 복잡한 상황이다.

삼나무숲을 보여주고 싶다는  내 말에 영기씨가 삼다수숲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삼다수 물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 교래리 깊숙히 들어가니 삼다수 숲이라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숲이 나온다.

삼나무의 특징 그대로 위를 향하여 쭉쭉 뻗은 아름드리의 나무가 울창하고,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뿐이니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아침부터 억새가 우리를 설레이게 했고 삼나무의 통큰 기둥들이 기어히 우리에게서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합창하게 만든다.

숙희나 경숙이의 노래실력은 찬양대에서 솔리스트를 담당했을 정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다.

셋이서 부르는 숨어우는 바람소리는 삼나무숲에 있는 각양각종의 새들이, 하늘향해 우두둑 소리를 내며 흔드는 삼나무가 즐거운 마음으로 귀를 열어 듣는다. 참 좋다. 정말 좋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참 좋다. 나긋나긋하다 못해서 달달하다.

삼나무숲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는 친구들처럼, 이번여행에서 처음으로 생소한 곳에 오게된 나 또한 기분이 좋아지고 다음에 우리 자매들과 같이 와야겠다는 자유적금통장 하나를 개설하게 한다.

 

오붓한 오솔길, 폭신한 황토흙과 짚으로 엮어진 카펫이 깔려진 길,

끝을 알 수 없는만치 신비롭고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같이 곱기만 한 우리마음들, 

어느새 경숙이와 숙희가, 숙희와 내가, 옆에 있으면 언제 잡앗는지도 모르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우리가,

삶의 피폐함속에서도 굳은 의지로, 하나님 한분만으로 만족하며,  하나님의 때에 어려운 오늘이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처럼 매일매일 기뻐할 때를 소망하며, 이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과 염려를 내려놓은채로 삼나무가 주는 향기로, 그보다 짙은 친구들이 품어내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들의 봄, 제주에서 꽃 피다!  (0) 2016.05.02
경숙 숙희 진옥이의 제주날기 3  (0) 2015.10.24
경숙 숙희 진옥이의 제주도 날기  (0) 2015.10.23
완도 2  (0) 2015.10.03
청산도  (0) 201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