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경숙 숙희 진옥이의 제주도 날기

여디디아 2015. 10. 23. 19:42

 

주현이가 보내온 맥포스코리아의 배낭

 

 

 

 

 

 

 

 

 

 

 

한담산책로

 

 

 

 

 

 

 

선암정사

 

제주 흑돼지 어사촌

 

 

친구.

세상을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있다면 바로 친구가 아닐까.

고향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가문과 족보까지(?) 알고 있는 친구들이라 언제 만나도 반갑고 즐겁다.

그러다보니 타향에서의 친구 사귀기란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직장친구들과 이웃들, 

때로는 속엣 것들을 다 내어줄만치 굴다가도 한마디의 말에 관계가 깨지기도 하고, 먼 곳으로 이사를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자신의 단점은 철저히 감추고 장점만 에드벌룬처럼 크게 부풀려서 말을 하는 그렇고 그런 관계들 때문에 어딘가 미덥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들간의 관계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서울에서 살다가 남양주로 이사를 온 것이 세현이의 첫돌을 지나고였으니 만 27년이 넘어간다.

남양주로 이사와서 바로 등록한 교회가 평내교회이고 보면 남편에게는 모교이기도 하고, 주현이와 세현이에게도 모교회가 될만치 오랫동안 몸을 담기도 했다.

30대의 푸르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니 참으로 젊고 패기가 넘쳤던 만치 혈기또한 왕성하다 못해 펄펄 끓어 오르는 용암같았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 나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또래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몇년이 지난 어느 날, 같은 나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리는 뭉쳤다. 

박현숙 이경숙 이진옥 황숙희,

한번 마음을 내려놓고나자 우리는 곧 예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속엣 것들과 겉엣 것들을 숨기지 않고 나누게 되었다.

누구나 30대는 힘든 시기였을까,

유독 우리의 30대는 거칠고 힘들었고,  어렵게 넘긴 30대의 끝에는 고요한 평화가 우리를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 40대 역시 만만치 않은 고달픈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렵고 고달픈 중에서도 우리는 젊음처럼 웃었고, 힘들고 괴로운 시기에는 함께 기도하며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아픔을 나누기도 했었다.  

40대를 맞이하며 평생을 함께 같은 교회를 섬기며 살 줄 알았던 우리에게도 이별은 예고없이, 원치 않게 찾아 들었다.

숙희가 큰빛교회로 가고 경숙이가 서울 친정동네로 이사를 가고 현숙이와 나만  평내에 지금껏 남아 있다.

자주 만나던 모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점 줄어들었고, 누군가의 결혼식장에서 반갑게 만나고 아쉽게 헤어지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우정이라는 것이었다.

힘든 시기에 만난 친구들이어서인지 쉽게 잊혀지질 않고 동해에서 딸이 있는 평내로 올 때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들러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누는 숙희와 서울에서 살면서도 늘 평내에서 일이 생기면 달려오는 경숙이인지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서로에게 좋은 친구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지난여름, 진에어에서 제주도 왕복비행기표가 46,800원이라는 사실에 동해에 있는 숙희를 부르고, 잠시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숙이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10월의 어느 날을 동해에서, 서울의 한가운데서, 남양주에서 기다렸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2박3일이라고는 하지만 오후에 출발하여 아침에 돌아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바다를 건너고 비행기를 타는데 기껏 이렇게 짧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틀밤을 함께 보내며 밤새 풀어낼 수다와 제주밤바다의 파도소리만큼 커다란 우리의 웃음소리를 사모하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냈었다.   

 

출발하루전, 오전에 걸려온 현숙이의 전화는 아버님의 입원 때문에 취소한다는 통보였지만 경숙이와 숙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괜히 시작하기도 전에 기분을 깨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1일, 이른 점심을 먹고 있자니 동해에서 어제 올라온 숙희가 떡봉지를 들고 들어선다. 

숙희와 함께 공항버스를 타고 내리니 마침 경숙이도 지하철에서 내렸다고 한다.

경숙이와 숙희 모두가 나처럼 아쉬워하며 현숙이 함께하지 못한 모처럼의 여행에 안타까워 한다.

 

진에어에 나란히 앉아 소곤거리다보니 어느새 제주공항이다.

여전히 영기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미세먼지가 희부윰한 제주공항을 지나서 한담산책로에 우리를 내려준다.

지난봄 세현이와 함께 왔던 바닷가 봄날 카페앞,  눈으로 바라보며 이번에는 반대편을 걸었다.

제주의 바다,

오롯한 길과 까만 바윗돌, 그리고 우리를 반기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바라보며 숙희와 경숙이의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셋이서 사진을 찍고 각자 딸들에게 전송을 하니 현호에게서 문자가 온다.

"우리엄마가 제일 이쁘다"나 뭐라나.

"나도 우리성희한테 보내봐야지"라며 쑝 날렸더니 성희의 문자,      

"조심히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ㅠㅠㅠ

"성희야 이것이 아니야. 다른말 없어?"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제일 아름다우신건 당연한데 어떤 말을..ㅋㅋ"

눈치 없는 것 같으니.

잠시 후에 노란이로부터 온 문자,

"우리엄마가 제일 이뻐".

 

내가 여행을 온건지, 

염장을 뒤집으러 온건지.

세상의 모든 딸들은 엄마 사진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 똑같다는 사실이 난 신기하기만 하다.

이번에 가서 성희를 불러 앉혀놓고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겠다.

게다가 주현이의 문자라는 것이..

"그런거 강요하지마"라나 뭐라나...  

아들과 딸의 차이는 왜 이렇게 달라야 하는걸까?

 

그저 깔깔거리며 웃는 50대의 두 아줌마는 딸들의 접대성 멘트에 좋아서 입이 벌어진다.

지지배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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