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청산도

여디디아 2015. 10. 2. 18:46

 

 

 

 

 

 

 

 

 

 

 

 

 

 

 

 

 

 

 

 

 

 

 

 

 

 

 

 

 

 

 

 

 

 

 

 

 

 

 

 

 

예전부터 청산도엘 가고 싶어했었다.

올여름휴가때 청산도에 가자고 다짐하고 약속도 하고 결단도 했지만, 단지 새끼손가락을 걸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생이 배신을 때리는 바람에 당진에 있는 낚싯터로 가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다.

완도를 검색하니 청산도가 딸려 나온다. 사실 완도옆에 청산도가 있는지 해남이 있는지, 몰랐으니..

1박2일 코스로 청산도가 들어있기에 완도보다는 청산도엘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인아 외할머니 덕분에 지난밤 한우로 배를 채웠기에 아침생각이 없어서 바로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청산도행 청산아일랜드라는 이름의 배가 우람한 모습으로 기다린다.

청산도 카페리어는 50000원에 운전자가 동승을 할 수 있고, 나머지는 왕복 배삯이 1인당  14700원이다.

왕복표를 판매하면 좋을텐데 나오는 길에 다시 표를 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청산도,

느림의 섬,

모두가 빠르고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이라고 하나, 천천히 쉬어가는 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너무 바빠서 주위를 돌아볼 틈이 없어 앞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한 집 건너에서 누군가 굶어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청산도에서는  모든걸 잊은채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푸른 바닷물을 바라보고, 옆에 서 있는 이를 바라보며 웃음 한줌을 건넬 수 있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마음속에 꽉차게 들어앉은 분노가 조금씩 가라앉고, 목까지 차오르던 욕심이 소화가 되듯이 하나씩 내려간다.

무엇때문에 그토록 바둥거렸으며 화가 났으며, 분노했으며 억울했던지.

느림은 여유를 가지게 만들고 여유는 내 안에 쉼터를 만들고 쉼터는 나를 시간위에 걸터앉게 한다.

 

영화촬영지를 돌아보고 서편제를 촬영한 곳을 바라보자니 푸른 청보리는 보이질 않고 대신 코스모스가 꽃밭을 이루어 눈길가는 곳마다 마음까지 따라가 화사하게 만든다. 청보리가 무성한 사월도 좋지만 화사한 코스모스가 가을바다위에서 도도하게 흔들리는 지금도 참 좋다.

범바위를 오르는 길이 예쁘다. 범바위에 올라 청산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내려다보고 맞은편 전망대를 바라보니 절경이다. "좋다"라는 말만 연거퍼 쏟아진다.

범바위를 돌아나와 청산도 한바퀴를  돌아본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교통편이 불편하여 하루종일 걸릴텐데 자동차 덕분에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지리해수욕장엘 도착하니 그림처럼 이쁜 바다가 앞에 놓여있다.     

청산도나 완도의 바다는 생업이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는 것도 좋고 금모래 반짝이는 해변을 서성거려도 좋겠지만, 바다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지탱되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새삼 바다가 고맙기만 하다.  

바다 가득히 전복양식장이 설치되어 있다. 저렇게 많은 양식장들이 자녀들을 서울로 보내고 대학에 보내고 다음세대를 책임지을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는 생각을 하니, 뭉클해진다.   

 

청산도를 돌아보고 완도에 나오니 3시가 되었다.

해변공원엘 들러 점심을 먹는데, 해초가 없다고 전복비빔밥이란다.  전복 두어마리 썰어서 상추와 함께 비빔밥으로 나왔는데 맛이 별로이다.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듯이 따라나온 반찬이라고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중국산 반찬들처럼 보기에도 허접하고 맛도 허접하여 공중에서 빙빙 돌고 있는 젓가락이 민망할 정도이다.

저녁은 일억조라는 식당에서 전복죽을 먹었는데 곁들인 반찬도 멸치와 새우볶음과 해조류로 차려지고  정갈한 것이 여기가 음식의 본고장 전라도라는 것을 일깨운다.

 

장보고공원과 청해진유적지를 찾았는데 공원이라고는 그야말로 공원이다.

청해진유적지를 돌아보는데 뒤에서 서방이 힘들다고 죽을 상을 찌푸린다.  앉았다가자, 쉬었다가자, 그만가자, 아무래도 5살 연상녀를 만나야 했다....며 투덜거리는 소리, 

난들 왜 5살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씩씩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그건 내 마음이 더욱 간절할텐데 속도 없이 푸념이다. 

환갑이 넘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노래하는 서방을 배려하기 보다 어제 온종일 운전한 것이 피곤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른시간에 캠핑장으로 향했다. 

작은 텐트속에 드러눕기가 바쁘게 코를 곯아대는 서방을 보며 억지로 잠을 불러보지만 명사십리해수욕장의 파도소리가 가리운 탓인지, 내곁으로 찾아들지를 않는다.

 

전복 4마리를 넣어 끓인 라면은 뭐라고 해야할까?

라면치고는 너무나 고급진 라면이 아닌가.  라면을 먹고 완도타워로 향했다.

완도타워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여전히 멋지다.

바다를 둘러싼 불빛들이 형형색색으로 이어져 있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아래에서 어디선가 불빛도 부족한지 폭죽마져 터트리고 있으니 완도의 건강한 섬이 몸살을 앓을까봐 염려스럽다.

 

작은 텐트안에 몸을 부리니 어젯밤에는 듣지 못했던 명사십리해수욕장의 가을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와 금모래 대신 나를 실어  축복같은 꿀잠으로 빠졌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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