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로 들어서는 길 -완도대교
명사십리오토캠핑장(텐트들이 호텔급이다)
호텔촌에 들어선 낚시용텐트.. 건빵같다.
전복비빔밥(반찬이라고는 젓가락 둘 곳이 없다)
해변공원
청해진유적지
완도타워
결혼 후 명절이면 친정에 가는 것이 정해진 코스와 같다.
친정이 경북 영천인 나는 결혼하던 그해 구정에 친정에 다녀왔고, 20년이 지난 어느 추석에 친정에 다녀온 것이 전부이다.
명절아침 차례상이 물려지고 설겆이가 끝나기도 전에 들어서던 시누이들, 아니 시누이들이 들어서기 전에 차례상을 물리면서 시누이들에게 언제 오느냐고 전화를 해대던 시어머니가 참으로 원망스러웠었다. 친정에 가지 못하는 며느리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채 당신 딸들이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시어머니, 작은 시누이가 원주에 있을 때는 원주에서 정릉까지 도착하는 동안 7번의 삐삐를 치며 전화를 하던 모습은 지금도 미운 마음으로 기억된다.
명절이면 시동생 시누이, 작은집 가족까지 20여명의 손님들을 맞이하고, 그 음식을 혼자서 장만하며 뒤치닥거리까지 고스란히 내 몫인줄 알고 묵묵히 지난 날들이 25년이다. 그리고 신한아파트에서 이안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제사도 차례상도 모두 끝을 냈다. 그리고 나는 자유했다.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서방이 "이번 추석에 완도에나 가자"고 제안했을 때, 알았다며 무거운 고개만 까닥였다.
한번 잡친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고, 미운 마음은 꼬라지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듣기 싫은데도 가을은 날마다 화창하고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고 모처럼 자유로운 연휴이니 여행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서다.
달뜨지도, 기다리지도, 설렘도 없는 여행은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니 홀가분한 몸으로 떠나게 한다.
추석날 오후에 인아를 보내는 길에 우리도 완도를 향해서 출발했다. 2시간이면 도착할 대전을 5시간반을 달려서 오니 지친다.
대전에서 유성으로 이어지는 호남고속도로위에 몸을 얹으니 그제서야 확 트인 길이 나를 맞이한다.
밤길이자 초행길, 낯선 전라도 땅을 밟아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채 끝없이 달리다보니 밤 11시가 넘어서야 명사십리 오토캠핑장에 도착한다.
여름도 지나고 명절이라 한적할 것이라 여기던 생각은 촌스런 나의 생각일 뿐이고, 캠핑장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커다랗고 고급진 텐트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고, 서방이 그렇게나 소원하는 캠핑카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 좍~~ 늘어섰다.
화려한 캠핑촌에서 빈 데크를 빌려(하루 28000원) 조그마한 낚시텐트를 펼치니, 그야말로 건빵이 따로 없다.
집집마다 고급진 장비들과 음식들과 사람마져 고급스러운 이들이 여유롭게 추석날 밤 휘영청 밝은 보름달빛 아래서 고기를 굽고 도란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데, 늦게 도착한 우리는 휴대용 가스렌지를 꺼내, 사돈이 보내주신 한우 등심을 구워 늦은밤에 맥주 한캔으로 저녁을 대신하는데, 한우 맛이 일품이다. 쥑인다.
밤 11시에 무엇을 먹는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오늘은 예외이다. 먹자마자 쓰러져 기절같은 잠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오늘은 용서한다. 9시간 반을 달렸으니...
작은 텐트는 둘이서 누우면 딱이다. 올여름에 새로 장만한 침낭이 도톰하고 따뜻해서 밤새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그야말로 딱 적당하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귀를 기울이니 옆에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가을파도가 몸을 뒤채고, 금빛의 모래가 파도에 몸을 실어 그네를 타는 소리가 내 귓전까지 들린다.
휴대폰을 들어보니 아침 6시,
얼마나 오랫만에 느껴본 꿀 잠인가!
잠이 달다.
새벽공기까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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