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
국수마당의 회국수
동문시장에서 사온 고등어 은갈치 광어회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등산로
어승생악
새연교를 돌아나오니 6시가 갓 지나고 있다.
그대로 숙소로 향하기에는 좀 아쉬운 마음이라 영기씨에게 카톡을 보냇더니 '새별오름 아주 강추' 라고 한다.
영기씨의 말이라면 앞뒤 재볼것도 없음을 알고 있는지라 바로 새별오름으로 향하니 어제 우리가 판을 치고 다니던 금악이다.
새별오름에서 주차를 하고 오름을 올려다보니 깎아지른 오르막길에 석양까지 뉘엿하고 거리도 꽤 있는것 같아서 눈으로 보는걸로 떼우려는데 세현이가 기어코 오르자고 한다.
6시45분인데 정상까지 오르면 어둡지나 않을까 싶지만 아들이 오르자고 하니 망설일 수가 없다.
성큼성큼 내딛는 나를 보며 20대 아들보다 50대 엄마가 더 잘 걷는다고 궁시렁궁시렁이다.
90도가 되는 오르막길을 숨을 토해가면서 오르니 정말 석양이 멋지다.
새별오름은 석양이 멋지고 4월에는 들불축제가 있어서 들불을 피운다고 하며 그때는 사람들이 몹시 붐빈다고 한다.
켁켁거리며 오른 새별오름, 밤이 오름길로 넘어오는 중인지 바람도 세차고 기온도 내려간다.
고생한 것보다 훨씬 커다란 댓가에 감사하며 특히 세현이가 만족해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 오름 가운데로 좁은 길을 내놓았지만 사람이 별로 다니는것 같지는 않지만 마주보는 우리 모자의 눈빛에는 이미 반항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좋은 것으로 깔아놓은 길을 무시한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지름길, 직각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비탈길을 서로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킬킬대며 내려오는 재미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와 세현이의 공통점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했다.
저녁은 싱싱한 회로 드시라는 서방의 카톡에 '당신카드로'라고 대답햇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노노노'란다. 치사하기는...
회국수로 먹자는 세현이의 바램과 제주 가이드의 안내로 국수마당에 가서 회국수를 먹으니 역시 따봉이다.
국수골목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는데 고기국수로는 자매국숫집이 유명하다는데 국수마당 바로 옆집이다.
역시 길가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죽~~ 늘어서 있다.
회국수를 먹고 동문시장에서 회 한접시를 사고 고구마 말랭이 두봉지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둘이서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세현이가 준비해온 마스크 팩으로 팩을 붙히고 누웠는데 잠은 왜이리도 빨리 제자리를 찾는지.
그새 코를 곯았다는 세현이의 증언이다.
마지막날 아침,
역대하 30장에서 36장까지 아침묵상을 한다.
예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과 에배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를 깨달으며 예배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오전만 구경한 후 12시40분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역시 우리의 다정한 영기씨가 한라산 어승생악을 거쳐서 바로 공항으로 가라는 문자이다.
한라산 어리목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자매들과 오르던 등산로를 20분간 올랐다.
중간에서 안내표를 보고 다시 하산해서 반대편인 어승생악으로 향했다.
처음 10분간은 오르막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한국사람들 보다는 중국사람들이 더 많다. 관광코스중의 하나인 듯 한데 어느 여자가 굽이 7센티 정도되는 구두를 신고 올라가고 있었다. 주차장 편의점에서 등산화를 몇천원에 빌려주는데 가이드가 신경을 써서 등산화를 빌려 신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지 않아서 마음이 언짢다. 구두를 신고 그냥 길로 저렇게 걸어도 다리가 아플텐데 오르막 산길을 그대로 걷다니...
관광객 한 사람에게라도 소홀하지 않음으로 제주도가 세계 7대 문화유산지로 손색이 없었으면 좋겠다.
오르막계단을 지나고나니 수월하고 이쁜 길이다.
정상에 도착하니 고생한 보람이 커다란 댓가로 보상을 한다.
한라산 백록담이 한눈에 들어오고 제주의 수많은 오름과 한라산의 등줄기와 작은 줄기, 계곡의 구석구석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멋지고 아름답고 웅장한 어승생악이다.
어승생악에서 내려오는 길에 중국인들이 뭐라고 솰라거리며 내게 말을 하는데, 이때다 싶어진다.
뒤따라오는 세현이를 세우니 서로가 솰라거린다.
내용인즉슨, 힘들어 죽겠는데 아직도 멀었냐? 란다. 물론 나도 그 정도의 내용이란걸 눈치챘다.
세현이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어미인 내 마음이 어찌나 흐뭇한지.
5팀 정도에게 중국어로 설명을 해주는 아들을 보는데 왜 자꾸 어깨가 무거워지는지 모르겠다. ㅋㅋ
오전 한나절을 어승생악을 다녀옴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엄마만이 세상의 전부이듯이 졸졸 따르던 아들이었건만 어느새 엄마를 보호하는 장성한 청년이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아들,
어느새 내가 의지하는 아들이 되었으니 이젠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자신만의 세상을 위해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도할 일만 남았다.
엄마와의 여행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텐데도 선뜻 시간을 내고 지갑을 열어 준 사랑하는 아들,
남들처럼 외국여행이 아니면 어떤가.
평생 한두번의 해외여행보다는 가까운 산행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좋고, 마트에 가서 카트를 끌며 함께 라면을 고르는 아들이 나는 좋다.
은근히 나를 닮아서 겁도 많고 모험심도 있고, 바다건너 먹구름이 쓰나미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소심함도 나를 닮았고,
함께하는 시간이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도, 그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앎도 나를 닮았음이 감사하다.
2박 3일간의 여행은 2분 30초처럼 흘러갔지만 23년쯤은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내 마음에 남아있을 것임을 나는 안다.
내게 그러하듯이 세현이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기를 욕심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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