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아들과의 제주여행 1

여디디아 2015. 5. 24. 14:22

 

 

 

 

 

 

 

 

 

 

 

 

 

 

 

 

 

 

 

 

 

 

 

 

 

 

 

 

"딸은 둔 부모는 비행기를 타고 아들 둔 부모는 리어카를 탄다"

아들을 낳아서 기르며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었나.

어쩌면 딸만 있는 집에서 아들이 부러워서 그런 헛소문을 퍼트려 정말인듯이 말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긴 아들을 둔 부모는 리어카를 탔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딸을 둔 부모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어디로 여행을 다니고

매월 몇십만원씩의 용돈도 받고 때가 되면 돈을 통장으로 또는 두툼한 봉투로 내미는, 차마 눈 뜨고 못 볼 배 아픈 일들을 친구를 통해서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보고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대학까지 알뜰히 졸업을 시켜놓았더니 용돈한번 변변히 주지 않고 결혼을 함으로 아들 둔 어미로서 마음을 접게 만들었고,

행여나 하는 또 하나의 아들은 융자받은 학자금이 빚으로 남아 자신의 짐이 되어서 꼼짝못함으로 다시한번 가난한 어미의 죄된 마음을 움켜쥐게 하는 것이 지금의 나의 현실임이 분명하다.   

 

딸을 둔 엄마들이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구름을 가르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일때도, 리어카를 타지 않음으로도 아직은 내몰라라 팽개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지덕지하고 잠자코 살아가는 내게도 비행기를 탈 기회가 왔고, 세상에 흔해빠진 아들들 보다 월등히 착하고 아들 둔 엄마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엄청난 사실을 세현이가 증명하는 기회가 내게도 왔다는 엄청난 사실에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게 허둥대며 비행기를 탔고, 카메라앞에서 누런치아를 드러내고 아들의 셀카봉앞에서 애인인듯이 아들과 바짝 붙어서 사진을 찍으며 히죽거리다 보니 2박3일간의 시간은 마치 첫휴가를 맞이한 이등병의 그것처럼 2분 30초의 시간이 흐른듯이 흘러가 버렸다.

 

며칠전, 세현이가 시간이 있을 때에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하자는 뜻밖의 제안에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음을 말해 무엇하랴.  일주일 후에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가자는 재촉에 따라서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고속도로위에서 아들과의 제주도 여행계획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5월들어 좀 바쁜 사무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아무래도 이 기회를 놓치면 쉽지 않을거란 생각에 일단 일은 서방에게 미루기로 하고 세현이가 예약한 비행기와 렌트카와 숙소를 확인하고 화요일 새벽에 서방의 차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내달렸다.

 

6시40분의 제주행 비행기,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인지라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하늘은 아직 새벽이 걷히지 않았고 아침은 새벽틈새로 모습을 비집느라 어둡지도 않고 환하지도 못한, 새벽과 아침이 맞물려진 시간에도 구름은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킴으로 안전하게 제주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8시가 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도착, 렌트카에서 차를 가지고 나오는데 박영기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큰일났어요. 예약된 숙소에서 투숙객이 하루 더 있겠다고 방을 비워주지 않는다"는 어이없는 소식이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20분이 채되지 않은 길을 달리니 그 사이 문제를 해결한 영기씨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2만원을 추가해서 큰 방에서 하루만 묵으시라는.." 결국은 이틀을 모두 큰 방에서 묵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마침 장애인 전국체육대회가 제주도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25평의 큰 집에서 거실 하나와 욕실 하나, 주방만으로 둘이서 뒹굴거리기 조차 커서 얌전히 보내고 왔다는 사실이다.

 

일찍 도착하여 짐을 정리하고 차를 가지고 출발한 여행길,

아침이 시작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게으른 제주의 아침은 아직도 어둑하고, 안개비가 축축하게 마른 땅을 적신다.

해안도로로 접어들자 바로 나타나는 아름다운 해변가의 모습에 감탄하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시한다.

저지오름과 송악산 둘레길을 목표로 했더니 영기씨가 중간중간에 들릴 곳을 카톡으로 중계한다.

봄날카페에 도착하여 차 한잔씩을 손에들고 곽지해변을 걸으며 맑고 푸른 바닷물을 들여다보며 당장이라도 풍덩 빠지고픈 마음을 끌어당기느라 바쁜건 갱년기 아줌마인 내가 아니라 혈기왕성한 세현이다.

봄날카페와 이어지는 곽지해변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이쁜지. 

납읍난대림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이었는데 여전히 울창한 난대림이 울울창창하다.

납읍초등학교와 이어진 곳에 있어서 학생들이 체험하기도 좋고 자연을 배우기도 좋은 곳이라 학생들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다.

여전히 데크로 또는 황토흙으로 된 길을 걸으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을 보고 100년이 되었다는 난대림을 보며 이곳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납읍난대림에서 나와 한림읍에 있는 예술인마을로 향했다. 역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 휴관하는 날이다.

휴관이라고는 하지만 넓은 마을을 돌아보며 곳곳에 예술인들이 꾸며놓은 조각들과 그림과 어려운 음악을 들으며 우리가 알 수 없는 예술인의 삶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난 아무래도 예술은 모르겠다"는 세현이의 말에 나 또한 같은 마음임을 고백하며 어려운 예술인의 삶의 모습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예술에 잠시 기대어 보는 영광도 누려본다.

 

이른새벽에 공항에서 커피 한잔과 샌드위치 하나로 채운 뱃속은 이른점심을 달라고 아우성이고 '홍성방'에서 점심을 해결하라는 영기씨의 말에 홍성방으로 향했다.

중국집 분위기의 홍성방에 들어서니 물회를 먹고싶었는데 물회는 메뉴에 없다.

돌아서 나와 맞은편에 있는 '용지나호'라는 식당에 들어가 지리물회를 주문했는데, 제주도의 물회가 호평동 물회보다 맛이 못하고 생선의 비릿함은 참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컹함은 정말 견딜수가 없다.

도저히 못먹겠다는 세현이를 홍성방으로 보내고 돈이 아까워 혼자 꾸역거리며 삼키는 물회는 결국 남기고 공기밥만 젓갈로 먹고 나왔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내 평생에 물회를 남겼다는 사실하나로 맛이 어떠한지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홍성방으로 오니 세현이가 먹는 짬뽕을 보니 눈이 부시다 못해 침이 저절로 넘어간다.

짬뽕에 꽃게 세마리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고 홍합과 조개들이 빈틈을 보이지 않게 가득하고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한 맛인지.

"역시 우리는 박영기씨 말을 잘 들어야 해" 라고 반성하며 다시 반성하고 푸짐한 짬뽕으로 물컹한 물회를 선택했던 어리석음에, 이미 계산한 16000원이 아깝기만 했으니...

오늘저녁부터 무조건 박영기씨가 추천해주시는데로 먹기로 둘이서 다짐할 수 밖에 없었다.

홍성방의 푸짐한 짬뽕가격도 1인분에 8,000원이다.

이렇게 넉넉한 해물을 넣었는데도 가격이 이리도 착하다니...

이것이 아름다운 제주 모습속의 한귀퉁이려니 생각하니, 그러잖아도 행복한 여행길이 더욱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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