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매표소 여기서 등산로입구까지 택시비 7,000원
등산 시작... 즉석 동행자가 된 분.. ㅠㅠ
영실코스 중 난이도 상이라고 하지만 뭐?? 10분 정도의 오르막
거대하게 펼쳐진 병풍바위
오직 집 떠난 즐거움에 브이!!! 브이!!!! 또 브이!!!!
내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길' 때문인 듯하다.
헉!! 위풍당당하게 드러낸 백록담
윗세족은오름
평생에 두번째 먹어본 사발면... 역시 시장이 반찬일 수 밖에...꿀 맛이다.
윗세오름대피소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고고~~
이진옥 씨, 남벽분기점 왔어요!!!
남벽분기점 대피소
칼라풀한 돌들... 이런 길이 어디에 또 있으리.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길.. 만세동산전망대.. 청안이씨 다섯자매가 왔던 곳..
다섯자매가 물 마시며 쉬던 곳. 그리움으로..
어리목교... 자매들이 함께 사진찍던 모습이 생생하다.
어리목 입구
어리목에서 버스타러 가는 길
버스정류장
공항으로 오는 길에 성게미역국 12,000원
서울야경
잠을 자는 동안은 2층인지 3층인지 여전히 잠꼬대는 했을 것 같은데, 3명의 아가씨들은 못들은체 해준다. 고맙게시리..
7시부터 아침식사를 하라는 명령에 준비를 마치고, 아침성경을 읽고 아랫층으로 내려가니 각자 취향에 따른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식빵 세겹에 치즈와 계란프라이를 얹어 쥬스와 함께 든든하게 뱃속을 채운다.
점심을 언제 먹게될지 기약할 수 없고 산을 오르려면 힘이 있어야 하니 좀 무리하게 먹어두자는 마음이다.
예하게스트하우스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은 5분 거리에 있어서 여러가지 편리하다.
6시30분, 8시, 9시에 영실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하여 8시 버스시간에 맞추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되었다.
영실매표소에서 등산로까지 걸어서 40분을 가야한다기에 가장 큰 문제라 생각했는데, 영실매표소에서 택시가 먼저 알은체를 한다. 걸어서 가실거냐고...
어리둥절한 내게 등산로 입구까지 7,000원이며 합승할 경우 나누어서 지불하면 된다는 말에 걷는 대신 2000원을 지불하고 등산로 입구까지 올라갔다. 참 좋은 방법이고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영실입구에 들어서니 나도 모르게 폴짝폴짝 뛰게 된다. 얼마나 기다리던 곳이며 사모하던 곳이던가!!
영실은 10월말이 단풍의 절정인데 올해는 3~4일 이르다고 하더니 이미 단풍이 지나고 남은 단풍이 적막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단풍이 아니더라도 빈나무도 좋고 낙엽 쌓인 길도 좋다. 벌어진 입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그저 행복하다.
비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여행길마다 비를 만나게 되니.. 그래도 감사하다.
준비해간 비옷을 입고 한라산 남벽분기점을 향하여 영실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 충만한 행복이며 기쁨이다.
제주도의 남은 단풍과 이른 낙엽을 밟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오르다보니 유명한 병풍바위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표현할 수 없는 위풍이, 가을비를 맞으며 어쩌면 엄숙한 모습으로 둘러쳐진 모습이, 어떠한 비바람도 막아줄 듯이 굳세고 강하고 아늑하며 포근하다.
감탄사조차 멈추게 하는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한걸음씩 오르다보니 어느새 선작지왓의 너른 초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윗세족은오름을 찾으며 오르는데 일행은 통과하기로 하고 나만 옆길로 새어보는데, 울산에서 온 청년이 윗세족은오름이 어디냐며 동행한다.
얼마전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처음으로 제주도를 찾은지 일주일째라는 청년,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나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오직 나만의 나이길 원하며 떠난 여행길인데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순간, 의식조차 못하게 엄마모드로 전환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윗세대피소에 이르니 먼저온 분들이 그 맛있다는 라면도 드시지 않고 기다리신다.
컵라면 하나에 1,500원, 커피 한잔에 500원인 것을 보니 바가지도 아니고 오히려 저렴한 생각이다.
엄마모드로 변한 마음은 청년의 라면값을 지불하고, 내 몫의 라면도 한 젓가락 옮겨주게 한다.
20년도 넘은 옛날에 여름휴가지인 홍천강 모곡에서 처음으로 컵라면을 먹던 때,
얼마나 맛이 없고 이상했던지 오늘까지 입에도 대지 않았었는데,
한라산의 컵라면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라기에 사명인 듯이 먹었다는...
비를 맞아 춥기도 하고, 점심시간이 되어 속도 허전하기도 한 탓인지, 라면의 맛은 일품이다.
택시에 함께 탔던 아저씨가 막걸리를 가져오셨다며 한잔씩 나누자기에 반잔을 쭉 들이켰다.
세명이서 잣커니 권커니 막걸리를 따르는데, 속으로 유입된 막걸리가 어느새 취기로변하여 얼굴로 솟아오른다.
커피 넉잔을 주문해서 일행들께 돌리니 울산의 청년이 귀인을 만났단다. ㅋㅋ
직장을 때려치고 혼자서 떠난 여행,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쩐지 알 것만 같아진다.
아들 둘을 키운 시간들이 헛 것만은 아니었구나..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천국을 걷는 기분이다.
데크로, 색색의 돌들로, 거대한 초원을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란 걸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기분이다.
한라산 백록담을 곁에 두며 걸으니 얼마나 든든하고 멋진지,
멀리서 바라보는 백록담은 어쩐지 포근하고 아늑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곁에서 보는 백록담은 거칠다.
울퉁불퉁하게 솟은 몸통과 가시처럼 튀어나온 뼈대들, 움푹 패여진 속살들이 강한 남성상을 대변하는 듯하다.
허락한다면 그 몸통을 올라서 백록담으로 올라가고 싶어지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겠지만
보호해야 하는 곳이기에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길게 이어진 남벽분기점에 도착하니 작은 대피소가 있을 뿐, 특별한 것은 없다.
대피소에서 돈내코 방향으로 가는 길이 오밀조밀하게 보이지만 7km의 거리인지라 내려가기엔 무리일 것 같다.
남벽분기점에서 헛기침도 해보고 큰소리도 내보고 그것도 모자라 인증샷을 찍어 역사적인 순간을 남겨보기도 한다.
아쉬운 마음을 남긴채 다시 어리목을 향하여 하산한다.
올라갈 때 몰랐던 다리가 이제서야 신음소리를 내는지, 함께가던 여자분이 자꾸만 쳐지고, 울산에서 온 청년은 모른척 할 수 없어서 끝까지 보조를 맞추지만 버스시간이 정해진 나는 기다려주질 못하고 혼자서 하산한다.
어리목으로 내려오자니 지난번에 다섯자매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만 그리워지고 자취를 찾게 되고 눈길이 머문다.
언니들의 이야기가, 동생의 농담이, 우리모두의 웃음소리가 곳곳에 숨어있다가 내게로 찾아온다.
언제쯤 다시한번 그런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모두가 건강하여 다시금 이 아름다운 한라산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버스정류장엘 도착하려면 날아야 한다.
몇번이나 일행들을 기다렸지만 점점 멀어지고 소식도 없어서 어리목을 향하여 그야말로 날았다.
3시 35분에 버스가 있는데 어리목을 1km 남기고 2시 48분이 되어가니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생긴다.
어리목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0분 역시 달리기를 하듯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니 3시 20분에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올라올 때는 1시간 걸리던 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데 30분이 소요되었다.
제주도에 왔으니 전복죽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터미널 근처를 헤맸지만 없다.
공항을 향하여 뚜벅이가 되어 걸으며 음식점을 찾는데 전복죽이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바래마당이라는 식당에 들러서 성게미역국을 주문 했는데 마치 친정엄마가 끓여주시던 들깨미역국 맛이다.
비를 맞아 추운 몸뚱이에 뜨거운 미역국을 먹으니 기분까지 달달해지며 여유까지 느껴진다.
공항으로 걸어오면서 제주도의 일상들을 눈여겨 본다.
떠나는 자들과 찾아드는 사람들이 제주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캐리어를 끌며 들뜬 마음으로 오는 사람들과 역시 캐리어를 끌며 피곤한 몸으로 떠나는 사람들...
자유란 여행이다는 광고의 카피가 떠오른다.
자유로운 여행은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기에 자유이며 즐거운 것이 아닐까.
돌아갈 집, 기다리는 가족들, 좋은 이웃과 친구들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기에 자유로롭고 행복한 여행임이 분명한데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자유롭지 못하고 돌아가기 싫은지.
1박 2일의 혼자서 떠난 제주여행,
모든 일정을 빈틈없이 그려주신 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 나를 조금 더 어른으로 만들어 주었음이 감사하다.
언제 또 떠나지?
이틀이 지나는 오늘,
다리가 땡기고 허리가 뻐근하고 일어나기 귀찮아지는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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