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빨간머리 앤

여디디아 2016. 10. 4. 14:50

빨간 머리 앤

 

빨간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 著 / 김영미 옮김 / 인디고

 

'당신은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나 영혼과 불과 이슬로 만들어졌나니' 로버트 브라우닝

 

교보문고에서 책을 검색하다 인디고에서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들을 다시 펴낸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빨간머리 앤을 고르는데 잠시의 주춤함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텔레비젼에서 만화로 보았는지, 동화책으로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렸을적 텔레비젼에서 보았음이 확실한건 나도 모르게 노래가 먼저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끝까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적, 아니 젊었을 적에 읽거나 보았던 빨간머리 앤을 이제 할머니가 되어서, 확실한 중늙은이가 되어서 읽는 것은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오로지 앤 셜리에 대해서 보았었는데 이제는 어른들의 세계가 보인다는 것이 다르다.

 

캐나다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 에이번리,

빛나는 호수가 있고 자작나무 숲이 있고, 각양각색의 꽃들이 쉴새없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곳,

이미 예전부터 대대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은 집집마다의 사정을 훤하게 꿰고, 후손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내려가며 분주하고 아름답고 또한 착하게 살아가는 곳,

처음 도입부에서는 마치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했던 동네인줄 알고 착각했을 정도이다.

 

에이번리마을에 매슈, 마릴라 커스버트는 남매로서 독신으로 초록지붕집에서  늙어가고 있다.  

어느날 같은 동네의 스펜서여사가 고아원에서 아이를 입양한다는 말에 남자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며 부탁을 한다.

스펜서여사가 아이를 데리러 오기로 한 날, 오빠인 매슈는 나귀를 몰고 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브라이크 리버역에 도착한 매슈는 5시 30분 기차를 기다렸지만 이미 기차는 지나간 후였으며, 

빼빼마르고 빨간머리에 초라한 원피스를 입은 앤 셜리가 매슈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황한다.

집안 일도 도울겸 남자아이를 원했는데 스펜서 부인과의 전달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앤 셜리를 데리고 온 것이다.

 

앤 셜리는 노바코스샤주의 볼링브로크에서 고등학교 교사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으나 앤이 태어난지 석달만에 어머니가 열병으로 숨지고 나흘후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뜨고 만다.

이후 앤은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힘들게 생활을 하게되고 결국은 고아원에 들어가게 된다.

남자아이를 입양하려는 매슈와 마릴라의 계획을 모른채 앤은 초록지붕집으로 오는 길에 커다란 기쁨을 얻게되고 이제야 자기에게도 집과 가족이 생긴다는 사실에 환호하지만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는 원치 않았다는 사실앞에 절망하게 된다.

앤의 사정을 알게된 매슈와 마릴린은 결국 앤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후로 조용하던 집은 들썩거리게 되고 고요속에 파묻혔던 집안은 날마다 생기를 얻게된다.

 

천방지축인 앤이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상상력과 시야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만치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마릴라는 앤을 엄격하고 차분하게 지도하며 자신의 감정은 숨긴채 오직 앤의 인격을 위하여 노력한다.

'앤 같이 풍요로운 영혼과 불꽃같은 정열, 이슬처럼 맑은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 삶의 기쁨과 고통은 세 배나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앤이 세상의 기쁨가 슬픔과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양육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냉정하면서도 따스한 사랑으로 앤을 바라보던 마릴라는 어느날  자신이 얼마나 앤을 사랑하는지 알게 되고  앤에게로 빠져드는 자신에게 놀란다.

 

매슈는 처음 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순간부터 앤을 좋아하고 곁에 두고 싶어했던 것처럼 늘 앤의 편에서 칭찬과 사랑과 관심을 아끼지 않으며 앤을 통하여 삶에의 기쁨을 얻으며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일들조차 즐겁게 감당한다. 

 

학교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며 여러가지 일들을 계획하며 실천하여 선생님과 친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앤이 퀸스학교에 들어가 교사로서의  자격을 얻게되고, 에이브리대학교 장학생의 영광까지 거머쥐게 된 앤은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고 방학을 맞아 초록지붕의집에서 보내던 어느날 매슈가 죽음을 맞게된다.

 

은행이 파산하고 은행에 넣은 돈들을 모두 날려버린 마릴라는 집을 처분하기로 결정을 하지만

앤은 마릴라의 곁을 지키기 위하여 대학을 포기하고 퀸스학교의 교사가 되기로 하고 늙어가는 마릴라의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하기로 결정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어느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앤이지만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소녀다운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교를 졸업하고 장학금까지 확보한 대학이지만 자기를 키워준 마릴라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하는 앤의 모습이 가장 멋지다.

 

우리는 어느 순간에서부터 동심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오직 나만의 것'을 위하여 지난 날들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비록 소설이지만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자기를 품어준 사람을 위하여 더 나은 삶을 포기한채

사랑의 빚을 갚아가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고 감사한지.

 

'그래, 앤이 그렇게 버릇없이 자란 건 아니야. 가끔씩 내가 간섭한 것도 나쁘지 않았던게야. 

 그 아인 똑똑하고 예쁘고 무엇보다 정이 많아서 좋아.

 우리한테 앤은 하나님의 은총이었어.

 스펜서 부인이 저지른 실수처럼 운 좋은 실수는 없을거야.  그것도 운이라고 한다면 말이지.            

 하지만 이건 운으로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우리에게 저 아이가 필요하단걸 전능하신 하나님이 뜻이었던 게지.' (p.477)

 

자기의 사랑의 수고와 헌신을 자랑하지 않는 매슈의 고백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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