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이모할머니가 사주신 이쁜 신발
5월 28일에 할머니네와서의 모습
7월 4일부터 어린이집을 간단다.
일주일동안 어린이집에서의 모습
7월 9일 천마산계곡에서 물놀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낄 때는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휙 지나고 다시 한달이 지나는 것을 느낄 수 없을 때,
그러다가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는 때라고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 더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처음 인아의 소식을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꿈인 듯 하지만, 인아야말로 사막 같은 내 인생에 축복으로 다가왔고,
기진한 듯 모든 것이 소진된 듯한 나날이 이어지고 전쟁같은 시간들을 살아갈 때에 환희를 느낌으로 다시금 살아야 할 소망을 가지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내게 인아를 보내셨음을 난 믿고 있으며 감사해하고 있다.
그런 인아가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음이 확실하다.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면서 사람을 알아보고 누구보다 먼저 가족을 알아보는가 싶더니, 어느 날 영상통화를 하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나를 향하여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울고 덤벼들어 전화기 너머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울게 만드는가 하면 기어히 이른 퇴근을 하게 만들고 남양주에서 용인으로 달려가게 만들기도 했다.
일어서는가 싶더니 한발씩 걸음마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가 했더니 달리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나 했더니 날으기를 한다.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 성희는 인아의 달리기를 당하지 못하고 그나마 주현이와 나는 간신히 인아를 붙잡을 수 있었는데 지난 주말의 인아는 내가 붙잡기에도 역부족이니 아무래도 육상선수로 키워야하는게 국가적으로 옳은게 아닌가 싶다. 진정으로...
지난 가을인가?
우리집에서 자기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는데 갑자기 나에게 안겨서 집으로 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를 쓰는것이다. 할머니랑 같이 있겠다며 통곡을 하는 바람에 나도 울고 할아버지도 울고.. 때 아닌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는데 그 순간 난 왜 그렇게 행복했던지. ㅋㅋ
그 후로 우리집에 오면 주현이와 성희는 집에 갈 시간이면 슬금슬금 짐을 챙기고 인아가 눈치채지 못하게 집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아는 아빠가 안아준다고 해도 "난 여기 앉아서 티브이를 볼거야"라며 소파에 앉아 아빠에게 안기기를 거절하고 오히려 안방에 들어가 침대위에 납작 엎드리는가 하면 할머니랑 둘이서 안방에 있겠다며 나머지는 모두 거실로 내보내는 기특함까지 보인다. ㅋ
그런가했더니 어느 날은 지하에 내려가기만 하면 할아버지 차로 쪼르르 달려가 "나 할아버지 차 탈거야"라며 딱 붙어 있기도 한다.
집에 오기만 하면 자기네 엄마 아빠는 안중에 없다. 오로지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
지난주말, 주현이와 성희가 왔다.
며칠전 내린 비로 인해 천마산 계곡의 물이 콰랑콰랑하게 흐르는 것이 아까워서 인아를 데려가고 싶었던 나의 욕심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니 금새 돌을 가지고 놀다가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 손수건을 가지고 빨래를 한다.
물속에서 작은 돌을 집더니 비누라고 하면서 손수건을 세탁한다며 작은 손을 오물락거리면 빨래를 하는 모습이 꼭 막내동생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다.
가난한 어린시절에 검정비누를 아끼고 아끼며 사용하던 엄마가 일하러 나가신 틈을 타서 하루종일 물가에 앉아 양말 한켤레를 가지고 비누가 닳아지게 빨고 또 빨며 하얀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빨래를 하던 이현숙씨의 모습이 인아의 모습에 그대로 들어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까운 비누가 다 닳았다고 야단을 치던 권복순여사님과 그런 딸이 그저 이쁘기만 한 어린 김성희여사의 흐뭇한 얼굴이다. ㅋㅋ 역시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야 한다는...
물놀이를 즐기고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나니 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한달 전, 감사하게도 주현이와 성희가 공동명의로 된 집을 마련했다.
성희네 친정에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가당찮게도 빨리 집을 마련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사랑의 빚을 갚으며 살아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여전히 집으로 갈 시간이 되니 인아의 표정이 달라진다.
엄마 아빠가 현간문으로 나서니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가 보다.
안방에서 서성이다 내 손을 꽉 잡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할머니야 같이 가자~" 란다.
현관에 나와 신발을 신으면서도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할머니야 같이 가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서방이 한마디 한다.
"인아야 할아버지도 같이 갈까?"
빤히 쳐다보던 인아가 말갛게 웃으며 하는 말..
"할아버지야 는 안같이가도 돼" ㅋㅋ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자마자 할머니야 같이가자~를 외치며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통곡하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든다.
저렇게 울다가 잠시 후에는 잠 속으로 빠져든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지만 나를 향하여 저렇게 울고있다는 사실이 나는 참 행복하다.
사랑하는 우리 인아야!!
세상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며 함께 가자고 울어주겠니?
인아로 인해 살 맛이 나는 세상이다.
할머니야 같이 가자~~
울음 속의 저 외침은 몇 살 때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