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인아

첫외박

여디디아 2016. 1. 27. 15:02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딸기를 먹는 중

 

거실에 떨어진 귀리를 주워서 넣는 모습.. 천상여자

 

사랑하는 인아야^^*

지난달 중순 쯤이었을까?

아빠가 할머니 한테,

"인아 좀 봐 줄 수 있어?" 라고 하더구나.

물론 나야 망설이지 않고 오케이했단다.

 

얼마전, 할머니 친구 곽권사는 손자가 이틀동안 엄마 아빠와 떨어져 할아버지랑 잤는데 단 한번의 칭얼거림도 없었다고 아주

신이나서 자랑을 하더구나.

그리고 도담이 할머니인 큰이모할머니도 도담이가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잠을 잤는데 한번도 울지 않고 잤다고 자랑을 하더구나.

그래서 난 생각을 했었단다.

'아~ 요즘 아가들은 엄마 아빠랑 떨어져도 울지 않고 잘 자는구나'라고 말이야.

심지어 인아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할머니랑 하룻밤을 잘 수 있기를 껄떡거렸지뭐냐.

요즘 할머니네 오면 집에 갈 때마다 할머니 같이 가지 않는다고 통곡을 하고,  집에 갈 낌새만 보여도 "같이가 같이가"를 외치고

점퍼만 걸쳐도 "아니야 아니야 가지마"하고 울며 떼를 쓰니까 말이야.

아빠의 부탁에 할머니 혼자서 쾌재를 불렀다지뭐냐.

 

그래, 나도 곽권사에게도 큰언니에게도 인아와 하룻밤 잤다고, 인아도 엄마를 찾지 않고 잘 잤노라 자랑을 해야지하고

자랑할 말을 이미 정해놓았다는 거 아니니?

암튼 김주현 김성희씨가 친구들과 함께 포천에 있는 베어스타운으로 1박2일간 보드를 타러간다는 말에,

결혼 후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성희를 떠올리며 단번에 오케이를 외치고 하루하루 손꼽아서 기다리던 그 날,

그러니까 1월 24일 아침에 막내이모할머니랑  정신없이 산행을 하고 돌아와 너를 맞이할 준비를 했었지.

 

정오쯤에 도착한 세 식구를 맞이하고, 눈치껏 인아의 엄마랑 아빠가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고나니 인아가 화장실을 들여다보고

삼촌의 방을 들여다보며 엄마 아빠를 찾더구나. 당연히 울진 않았단다.

급하게 수다를 풀어가며 집 옆에 있는 키즈카페로 가면서 딸기를 챙기고 물을 챙기고 기저귀를 챙겼단다.    

작은 입으로 '점프점프'를 외치며 퐁퐁 뛰기도 하고 볼풀에 들어가서 깔깔거리기도 하다가 어느 젊은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으니 갑자기 엄마를 찾는바람에 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두살이나 많은 언니를 이쁘다며 쓰담쓰담하는 바람에 한없이 건방진 손녀를 보며 할머니는 웃다가 배꼽을 빼먹을 뻔 했고 

세명의 언니가 놀면서 아무것도 손대지 못하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공동의 것을 차지하는 언니들에게 기어히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빼내는 모습을 보며, 김주현이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더구나.

 

저녁이 되니 쏟아지는 잠을 어쩔줄 몰라하며 할머니 등에서 금새 콜콜자는가 싶더니 1시간도 못되어 깨어서는 엄마를 찾으며 우는 모습이 얼마나 애가 닯던지. 다행히 금방 잠이 들었지만 3시 반이 되니 또다시 발딱 일어나더구나.

얼마나 영리한지, 엄마의 부재를 알고는 할머니 손목을 끌고 거실에 나가서 놀자고 하더구나.

5시반까지 하하호호하며 놀다가 다시 잠이 들더니 1시간이 못되어서 깨더구나.

 

그렇게 놀다가 점심때가 되어 엄마 아빠가 나타나자 목을 어긋맞추며 입을 맞추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부모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것 같더구나.

그렇게 하루를 보낸 우리인아에게 할머니는 이쁜 티셔츠 두개를 선물했단다.

애닯은 설움을 견디는 모습이 대견하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지 않는 모습이 기특해서 말이야.

 

사랑하는 인아야.

인아의 마음에 서러움이 고일세라, 엄마의 부재탓으로 슬픔이 묻을세라 할머니가 업고 안고 했더니 허리가 아프고 온 몸이 고되지만 그래도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인아의 한마디 한마디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이렇게 자라가는 우리인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행복하기만 하구나.

 

사랑하는 인아야^^*

올 여름엔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낚싯터에서 텐트속에서 하룻밤 보내기로 약속한거 잊지마라.  

 인아의 숨결이, 고운 살결이 할머니의 손에, 얼굴에 마음에 그대로 남았단다. 

 

'사랑하는 우리 인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라는 거..  (0) 2016.08.11
할머니야 같이 가자!!  (0) 2016.07.13
생일축하해^^*  (0) 2015.11.19
속초에서  (0) 2015.11.06
우리 인아  (0) 201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