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스키장과 묵현리
마석.. 끝부분에 우리집이...
정상입구.. 윈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세월이 수상하여 마음놓고 산행도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운명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고
특히 나는 하나님이 부르실 때에 이 땅의 소망이 끊어진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어서 어지간한 소식에는 그야말로 눈도 깜짝이지 않고 당당하게 아침산행을 했었다.
그런데 수락산에 이어 사패산에서까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패산에서의 범인이 이튿날에 마석에서 은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두려움에 아침산행길을 뚝 끊고 말았다.
나의 의지로 끊은 것이 50%가 되기도 하지만 주변의 만류 또한 50% 이상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내 발로 내 마음데로 다닐 수가 없는 처지가 짜증나고 아무리 찾아도 세워지지 않는 대책이 한심할 뿐이다.
지난 봄부터 동생과 천마산 일주를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마석에서 시작하여 천마산을 찍고 관음봉과 된봉을 돌아서 평내로 내려오는 종주를 한번 해보기로 했는데 그동안 유럽여행으로 산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동생과 주중에 아침산행을 하지 못한 내가 의기투합하여 약간 무리수가 있기는 하지만 과감하게 결정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하고 냉커피와 얼음물과 뜨거운 커피와 오이를 준비하여 이른아침에 마석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평소 천마산은 천마산군립공원에서 출발하던 나는 동생이 이끄는데로 묵현리에서 출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천마산군립공원보다 계단도 없고 오붓한 오솔길은 걷기도 좋고 굵직한 나무도 많고 딱이다.
천마산을 오르려면 마석에선 늘 깔딱고개가 힘들었는데 그동안 열심히 산행한 덕분인지, '이걸보고 웬 깔딱고개?'라며 쉽게 오르고나니 천마산 특유의 바윗돌 능선이 오르막으로 길게 이어진다.
천마산의 안개폭풍이 텔레비젼을 통해 전파된 후에 더욱 유명해지더니 오랫만에 온 천마산은 한가해졌다.
능선에서 바라보니 겨울이면 휘황찬란하던 천마산 스키장이 파란잔디들로 가득하고 묵현리라 호평동, 덕소에 이어 마석과 가곡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두어해 전 세현이와 함께 오르고 처음인가?
교회팀들과도 몇번 왔었는데 그러고보니 천마산은 참 오랫만이다.
어쩌자고 동생이 나보다 천마산 길을 더 많이 알고 더 잘 오르고 있다는 신기한 사실이다. ㅋ
천마산 정상에 이르러 둘이서 인증샷을 하기 위하여 핸드폰을 내밀고 사진을 부탁했는데...
정말이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이다.
15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를 했던, 내 평생에 나를 가장 괴롭히고 힘들게 하던 사람이 여기서 마주치다니..
단순한 나는 이전 일을 잊은채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것을 보니 사람이 죄 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참말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게 곁에 있을 때 잘해야지.
오랫만에 오른 천마산 정상!!
마치 처음인듯이 반가워하며 인증샷을 찍고 동생이 이끄는데로 호평동을 향하여 내려왔다.
거의 직각인 듯한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며 군데군데 서 있는 詩를 읽으며 내려오니 반가운 천마의집 앞이다.
내가 이름붙인 '진옥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관음봉과 된봉을 향하여 가는 길에 천마산기도원이 있고 기도원 뒷길에 울창한 잣나무 숲이 사철 푸르르다.
잣나무숲에 앉아 찰밥과 경자집사가 지난밤에 따다준 풋고추와 동생이 가져다준 상추와 겉절이로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다.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쉬었다가 다시 관음봉과 된봉을 거쳐 평내로 내려오니 어느새 오후 3시가 되었다.
마석에서 시작하여 천마산을 돌아 관음봉과 된봉까지 거쳐서 평내로 내려왔다고 하니 정신나갔다고 한다. ㅋㅋ
자유롭게, 새벽이든 밤중이든, 아무때나 어느 산이나 마음놓고 산행할 수 있는 그런 때는 언제일까요?
아니면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참고로 서방은 무릎이 아파서 산에 오르길 싫어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서 백봉산이라도 가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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