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으로 보이는 백봉산
관음봉을 상징하는 소나무, 별로 크지 않는데 경춘국도에서도 보인다.
올해도 도토리가 풍년이다.
사돈(성희아버지)이 보내주신 정선옥수수와 장로님이 주신 보온병
자작나무 군락지
산악오토바이가 길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내가 엄청 좋아하는 오솔길
지난봄 산불로 타버린 잣나무숲
알밤이 여기저기
시작과 마무리하는 잣나무숲
"이번 토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
라는 기상캐스터의 말을 주초에 듣고는, 설마 며칠 지나면 달라지겠지..하는 기대를 했다.
어젯밤에도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 하기에 토요일엔 산행을 할 수가 없음이 분명해졌다.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거리지만 출근길에 산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사무실에 들러 대충 정리를 한 후 9시가 좀 넘어서 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사무실 일도 잊은채로 그냥 좀 걷고 싶은 우중충한 마음이다.
평내에서 시작해서 천마산계곡으로 내려올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와야된다는 생각에 관음봉에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혼자서 산행을 하는 것이 편할때가 많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거나 복잡할 때는 아무 생각없이 혼자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오늘처럼 날씨가 꾸물거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쩐지 무섬증이 몰려와 뒷목을 잡아끄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지만 "죽으면 죽으리라, 생명 주께 있음" 을 생각하고,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든걸 내려놓은채 힘을 빼고 걸었다.
된봉을 지나기도 전에 땀이 뚝뚝 떨어졌지만 의식조차 없다.
된봉을 지나고 관음봉으로 가는 길엔 사람이 없다.
바위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데 아래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가을 산은 풍요롭고 넉넉하여 도토리니 알밤이니, 산짐승의 배를 불리고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에 넉넉하다.
도토리를 줍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여기저기 보임으로 무섬증은 사라지고 차라리 이 산에서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조붓한 오솔길을 걷고, 산악오토바이가 파헤친 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또록한 도토리들이 알밤처럼 이쁘게 떨어진 길을 걸으면서도 자연을 즐기기보다는 편치 않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바쁘다.
우리가 대적할 것은 사단이 아니라 자기자신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대적하여 이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으로 여전히 스스로에게 억압당하고 굴복하고 만다.
관음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관망하기 좋은 곳이 관음봉인데 날씨가 흐려서 맞은편에 있는 백봉산의 봉우리가 흐릿하게 보인다.
변함없이 그곳에 백봉산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든든해진다.
누군가 쌓아놓은 돌무더기,
무슨 소원을 빌면서 이런 높은데까지 저런 돌무더기를 쌓아야 하는지.
돌을 얹기 위해 멀쩡한 길을 파헤집어, 돌을 빼내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무시한채 그저 자신의 소원성취만을 이루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이 아닐까 싶어진다.
소원을 빌기 위해, 취미를 즐기기 위해 오토바이로 밀어붙이다 보니 산은 어느새 상처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관음봉에서 내려오는 길,
여름을 지나고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나뭇잎은 물기를 말리느라 버석거린다. 그 버석거림이 꼭 내 마음과 같다.
머지않은 날에 고운 색으로 단풍이 들면 한순간의 버석거림은 쉽게 잊혀지겠지.
잠시 편치 않은 마음도 어느순간 고운 물이 들면 쉽게 잊혀질까?
어쩌면 쉽게 잊혀지기보다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4시간을 오르고 내리고, 걷고 또 걸어서 온 길이지만
난 조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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