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지에 있는 등산로 안내도
내포문화숲길이라고도 한다.
등산로 입구
입구 작은 오르막을 지나면 부드러운 황토흙길이다.
봉화산길은 거의 이런 길이다.
봉화산 봉화구.. 특별히 정상을 표시하는 표지석이 어느 곳에도 없다.
은봉산 정상인듯.
구은봉산 정상
원당지
여름휴가.
1년중 한번, 마음먹고 작은 사무실 문을 닫고 셔텨를 내리는 날,
올봄에 서방의 회갑이 있었던터라, 크게 마음을 먹고 성수기중의 성수기에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영기씨께 택시까지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6월초에 예약한 이 모든것을 없던 일로 돌리는 것은 10분이 되지 않은 시간에 해결되었다.
여러가지 여건상 해지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은 속이 상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8월 3일부터 애경화학으로 첫출근을 하게 된 세현이와 마음편히 낚시할 수 있는 기쁨에 들뜬 서방이 찾은 곳은 당진에 있는 안국지, 하루 3만원, 둘이면 6만원이란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8월 1일부터 휴가임에도 7월 31일 오전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성질 급한 서방은 사무실을 정리하고, 더운 날씨에 집을 탈출하고픈 세현이는 부지런을 떨어 준비까지 마치고 기다리는 지경이다.
서해안고속도로는 평소에도 체증이 심한지라 당진으로 가려면 최소한 서너시간 이상은 소요된다는 것을 각오하고 떠난 길,
휴대폰속 김기사는 낯설고 어설픈 길을 안내하며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두시간이 조금 지나자 우리를 산속의 저수지에 턱하니 내려놓는다.
텐트를 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토종닭속에 전복을 넣고 대추와 밤, 찹쌀을 넣어 푹 고아낸 백숙으로 셋이서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고 두 남자는 붕어앞으로, 나는 책 앞으로 몸과 마음을 들이밀어 낯선 당진의 밤으로 들어간다.
아침, 지난밤 먹던 백숙국물에 찹쌀을 풀어 죽을 먹은 후, 낯선 곳에서의 산행이 위험하다며 서방이 따라나선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두 여자가 산행길에 오르는 것을 보고 서방을 돌려세우고 따라나선 길,
어쩐지 낯선 여행객을 밀어내는 두 여자의 인상을 읽은 후, 길을 묻고는 혼자 나선다. 여전히 씩씩하게.
봉화산으로 향하는 입구에 오르막이 있다. 채 10분이 되지 않은 오르막을 통과하니 황토흙에 노송들이 쭉쭉 뻗어 하늘을 향한다. 노송사이로 여름바람이 선들거리며 다가와 흐르는 땀을 닦아주니 비릿한 낚시터에 틈만나면 덤비는 파리와 모기떼들, 눈이 빠져라 들어다보며 붕어를 기다리는 지루함 보다는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 일인지.
낯선 산길이고 혼자인 산행이지만 오솔길을 여유롭게 걸으니 별천지가 따로 없는 듯하다.
30여분을 올라가니 봉수대라는 이정표가 보여 발길을 돌렸더니 봉수대가 우뚝 솟아 있다.
봉수대에 올라 사방을 살펴보니 사방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이지 멋지고 아름답다.
아무리 찾아도 봉화산 정상석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쉬다가 다시 은봉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내리막길을 한참이나 내려가니 안국사지와 안국낚싯터를 안내하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 맞은편으로 은봉산이라는 표지가 있어 망설이지 않고 들어서니 다시 오르막이다.
특별히 높지는 않지만 은봉산 정상까지는 오르막길이다.
길이 이쁘고 돌도 이뻐서 별로 힘들거나 지루함은 없다. 그래서 내포문화숲길이라고 하나보다.
은봉산 정상쯤에 도착을 했는데도 여전히 정상석이 없는걸보니 이곳 산에는 '내가 정상입네'라는 오만함이 없는 것 같아서 한켠 마음에 들기도 한다.
은봉산에서 구은봉산을 향하여 가는 길은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임도가 맞닿아 있는데 구은봉산으로 향하는 길은 풀이 무성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으므로 잘 살펴야겠다.
구은봉산으로 향하는 길은 어쩐지 습기가 많고 풀이 무성해서 신경이 쓰이는데, 아니나다를까,
어디선가 쓔~~욱 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짙은 녹색의 뱀이 내 기척을 듣고 도망을 친다.
그때부터 나는 심쿵이다.
메뚜기가 날아와 앉는 소리에도 심쿵, 바람이 지나다 여름나뭇가지에 걸려도 심쿵, 작은 돌멩이가 구르는 소리에도 심쿵이다!
"하나님, 뱀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는 강한 심장도 좋지만 저는 뱀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뱀은 제일 무섭고 싫으니 제가 가는 길에 뱀은 못나오게 막아주세요.
이건 간절한 제 부탁입니다" 라는 기도를 중얼중얼..
여전히 구은봉산도 정상석이 보이질 않고 의자만 몇개 놓여있다.
봉화산을 지나 은봉산을 거쳐 구은봉산을 지나는 길,
길이 이어지는 길에는 여전히 노송이 아름드리 서 있기도 하고, 때로 마른바닥에 쨍한 땡볕이 내 살갗을 태운다.
등산로라기보다는 둘레길처럼 여겨지는 길, 군데군데 쉴 수 있는 정자가 놓여있고 곡선으로 마련된 의자도 놓여있고,
체육시설도 마련되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빠져서 걷고 있는지, 옮겨지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하는데 어느새 원당지에 들어선다.
초록빛의 물이 찰랑거리는 저수지둑에 앉아서 여름땡볕같이 뜨거운 늦은 커피 한잔을 여름바람속에서 마셔본다.
2시간 30분의 산행길이지만 어느 때보다 풍성한 시간이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낯선 바람과 낯선 공기중에 낯선 듯한 나를 들여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바램이 있다면 낚싯터 주인에게 몇번을 물어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등산로 입구와 등산코스를 좀 더 친절히 안내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과 등산로 입구에서 마주친 분들의 불친절은 누구라도 좀 바꾸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살고있는 곳에 온 손님에게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 속에서 나의 모습은 어떨까...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