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겨울산

여디디아 2015. 11. 30. 09:44

 

 

 

 

 

 

 

 

 

특별하다 싶게 늦가을이 길게 이어지는 11월이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늦가을의 적요와 이름모를 서러움이, 딱히 정의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가을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나를 가을속으로 끌어당기게 했고, 이 가을이 길게길게 이이지길 바라는 기대까지 품게 했었다.

긴 가뭄을 해갈시키는 가을 비도 고마웠고, 비가 내리는 날의 아리츰함을 느껴보지 못한 마음에 뒤늦게나마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망연함마져도 잠시 나를 평화롭게 하기도 했었다.

 

지난주말, 여전히 늦가을비가 내리는가 했더니 어느새 가을은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하고 겨울임을 알리는 진눈깨비가 종일 내리고 흩날렸다.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이 맞지 않았던 동생과 둘이 오랫만에 관음봉과 된봉을 오르자고 약속을 하고 토요일을 기다렸다.

잘게 빻아진 듯한 싸락눈이 유리창에 몸을 맡기는 아침, 모처럼 자매의 산행은 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이다.

차에 오르자마자 동생이 점퍼를 잘못 입고 왔다며 후회하기 시작한다. 겉에 입은 옷이 아무래도 방수효과가 덜 한것 같다는 염려와 지금 내리는 고운 싸락눈이 행여 비로 바뀌면 축축하게 젖은 몸을 어쩌겠느냐는 걱정을 미리부터 앞당긴다.

동생의 걱정에 차에 있는 작은 우산을 기어히 배낭에 챙겨넣는 모습을 눈 앞에서 확인하고서야 염려가 비를 그치듯이 뚝 그친다.

 

호평동 동양파라곤앞에서 내린 우리는 천마산 계곡으로 찾아들었다.

천마산계곡은 여전히 늦가을인양 늙은 단풍과 고운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낙엽송들이 발밑에서 융단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계곡을 지나고 능선에 들어서니 이 곳은 딴 세상인가 싶어진다.

그동안 진눈깨비로, 늦은 가을비로 내리던 것들이 천마산 머리에서 발목까지 이르러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기대하지 않은 눈 산행을 하게되니 오히려 기쁘고 감사하고 더욱 즐겁기만 하다.

 

365일을 다이어트로 신경을 쓰는 우리자매는 지금 다이어트에 목을 맬 지경이다.

12월 19일에 조카 정해의 결혼식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빼야하는 의무감을 스스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생은 저녁마다 귀찮다는 서방을 몰아세우며 1~2시간씩 미친듯이 걷는 것을 보면 정말 짜증이 난다.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인상을 쓰며 째려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걷는가하면 그것도 모자라 회사에서는 스트레칭을 하고 집안에서는 요가와 스트레칭을 더불어서 하고 있다니... 나를 더욱 긴장시키게 한다.

그러다보니 끼니는 늘 때우면 된다는 식이어서 동생은 고구마 하나를 나는 밥 3분의 1 공기로 아침을 때웠다.

1시간여를 걸었더니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배가 고파서 허기가 느껴질 지경이다.

천마산기도원 잣나무밭에 앉아서 커피와 에이스크래커, 맛밤을 정신없이 먹어치우고나니 남는건 역시 후회뿐이다. ㅋㅋ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어서 조심스레 관음봉에 올랐더니 오남리에서 오시는 분들이 역시 겨울산을 만끽한다.

관음봉을 지나 된봉으로 넘어오는 능선은 여전히 우리자매가 사랑하는 길이다.

특별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이 오솔길로 이어진 능선이어서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길이다.

눈이 쌓인 길이라 조심하며 걸었더니 어느새 다리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진다.

된봉을 지나치며 '안녕'이라는 인삿말을 던지는 동생을 따라서 나도 '안녕'이라며 인사를 전하고 내려오는 길에 집사님을 만나니 겨울 눈길위라서인지 더없이 반갑다.   

 

평내광고에 도착하니 아직도 늦가을이다.

눈은 찾아볼 수도 없고 아침에 흩날리던 눈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목욕탕을 다녀와서 둘이서 파파스 테이블에서 먹는 쌀국수 맛이 또한 일품이다.

얼마전부터 쌀국수가 맛나더라며 같이가자던 동생이 매콤탄탄쌀국수와 볶음쌀국수를 총을 쏘듯이 쐈다.

모처럼 자매가 함께한 토요일은 행복하고 즐거웠다.

 

또다른 어느 겨울 산행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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