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도농파출소

여디디아 2016. 3. 30. 09:14

 

 

전쟁이다.

총이나 칼이 없어도, 수류탄이나 탄창이 없고 방패가  없어도 전쟁이다.

언어가, 마음이, 생각이 세상 어느 핵무기보다 강하고 거친 무기이다.

도대체 어느 것이 참된 것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부활절 예배를 마치자마자 아버님을 모시고 달려간 요양원,

당장 집으로 모셔와야 한다며 잠도 주무시지 않고 들들 볶으시던 아버님,

견디다 못한 서방이 어제 시동생을 불러서 아버님을  모시고 요양원에 들렸다.

요양원에 가니 왠걸,  어머님이 일어나지도 못하시고 식사도 못하시고 죽을 드시며 수발을 받고 계시는 바람에  

아들들의 마음에 열이 확~~ 뻗치고, 불쌍한 마음에 앞뒤 돌아볼 겨를조차 없더란다.

그저께 시누이 전화에 엄마가 발뒤꿈치가 아프다고 하셨다는 말을 한다.

집에서 요양원으로 가실 때에 발이 아프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엄살이겠지, 맨날 아프다는 소리를 달고 사시고, 병원가기 싫으신 걸 가자고 하니 엄살이겠지"  

했던 것이 사실이다.

딸네 집에 계시면서 발이 아프다고 하실 때 딸은 왜 대책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딸과 며느리의 차이는 분명할텐데...그러고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두 아들이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발뒤꿈치에 괴사현상이 일어나고 있단다.

당뇨가 300~500을 드나들고 있는데 그동안 합병증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더니 기어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병원에서 사실을 안 서방이 화가나서 곁에 계신 아버지께 아픈것 알고 계셨느냐고 물으니 안티프라민만 바르면 된다고 그렇게 하셨단다. 

그리고 "병원도 필요없으니 집에서 당신이 안티프라민만 발라주면 되니 집으로 가자"고...     

화가 난 서방이 당장 혼자 집으로 가시라고 했고 큰 길 하나만 건너면 집이며, 평소에 은행도 다니시고 빵집에 빵도 사러가시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도 사오시고,  월요일에도 혼자 어머님 계신 병원을 찾는다고 마석을 구석구석 돌아다니신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장 괴사에 충격을 받은 서방이 아버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워 혼자 집으로 가시라고 했단다.

 

병원을 다녀온 서방이 오후내내 뒷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을 보니 스트레스가 심한 듯하다.

결국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약을 타고 좋지 않은 인상을 구기면서 구덕빌딩이 흔들린 만치 한숨을 몰아쉰다.

이러다 돌연사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 마음속 어디에 남아 있었던지, 측은한 마음이 생겨 일찌감치 집으로 보내고

혼자 8시가 되어서 사무실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평생 두번째의 실수를 저질렀으니,

 10여분 졸고 있는 사이에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시 두어 정류장을 지나 집으로 오니 서방은 죽음처럼 잠이 들었고, 노인네 방도 깜깜하다.

오늘 여러가지 일로 피곤해서 일찍 주무시나 싶어서 씻고 나오는 데, 누군가 나를 감시라도 하는 것처럼 전화가 울린다.

 

"여기 도농파출소인데 김ㅇㅇ씨가 아버님이십니까? 저희가 모시고 있으니 빨리와서 모셔가세요" 란다.

노인네 방은 비었고, 병원 다녀온 서방은 약을 먹은채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허겁지겁 도농파출소에 도착을 하니 아버님은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고, 경찰관들은 나를 부모를 버린  패륜며느리를 바라보듯이 쳐다본다.

놀랍지도 않고 , 반갑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고 다만 온 몸에 있는 피돌기가 제 자리에 한순간 멈추는 듯하다.

인계서를 쓰고, 증명을 위해서 경찰관앞에서 아버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비참한 마음이다.

 

어머니로 인해 서방이 금곡파출소를, 화도파출소를 드나들더니 이젠 아버님으로 인해 도농파출소까지 드나들게 되었으니

귀찮고 허기진다. 다음은 또 어딜까.

밤에 시누이들에게 카톡으로 사실을 알렸더니 큰시누이의 한줄 답  "정말 큰일이네요"

그리고 작은 시누이는 침묵이다.

 

오늘은,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릴까?

 

새봄이, 온 세상에 봄물이 가득한데, 어쩌자고 내 인생은 이렇게 사막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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