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시어머니

여디디아 2016. 1. 6. 12:09

혹시 이런 상황이면 이 글을 읽지마셔요.

 

앞에 커피 잔이 놓여있나요?

식사 준비 중 인가요?

식사를 하고 있나요?

방금 식사를 하셨나요?

비위가 약하신가요?

이런 분은 통과하시길 바래요^^* 

 

 

 

일주일에 두어번 이상 이꼴이다.

 

내가 안 볼 때에는 이렇게 말린다.

아침마다 이 꼴이다. 그나마 아들이 화장실에 담그어 놓은 모습이다.

 

 

어느새  2016년이다.

한 해가 가고 온다는 사실이 이젠 습관이 되었는지, 포기를 한건지, 그도저도 아닌 의욕이 상실되었는지.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마음과 늙어가는  내 모습을 보며, 나도 한심스러운데 어쩌자고 주변사람들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그 이쁘고 발랄하던 이진옥이 어디갔느냐" 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하고,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얼마나 추레한 모습일까 싶어서 다시 속이 상하다.

 

시어머니 치매는 나날이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

환장이 아니라 같이 치매환자로 만들어가는게 맞다고 해야겠다.

아침이면 밥 솥 가득하게 밥을 해놓고, 국을 한가득 끓여놓고 나온다.

저녁에 가면 가득한 밥과 국과 라면과 커피는 다 드시면서 약은 항상 그대로이다.

"약 드세요"라고 하면

"나 약 안먹어도 된다"며 안 먹어도 되는 이유를 여남은가지 늘어놓는데, 중간쯤에서 탁!! 끊어버리고 싶은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머님의 말 실력은 감당하기가 어렵다.

저런 정신으로 어떻게 저렇게 말은 잘하시는지... 의아하다.

 

얼마전이다.

좀 이른시간에 방에 들렀더니 침대위에다 막대기를 세우고는 침대커버를 말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침대커버는 오줌이 절여지고 절여져서 시뻘건 색이 되었고 냄새는 요동을 치고 천둥을 친다.

당뇨가 500을 넘으시니 오줌빛깔은 상상을 초월하고 냄새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다.

시골동네에 비오는 날, 마굿간에서 흘러내리던 시뻘건 물이 생각난다. 딱 그거다.

거기다 아버님은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우시니...

도대체 여기가 방인지, 지옥의 어느 구석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다.

 

밤마다 오줌을 싸는 시어머니 때문에 기저귀를 박스째 들여놓았다.

그런데 죽어도 기저귀를 거부하는 어머니 때문에 남편이 들어가서 기저귀를 채우기도 하는데,

시아버지는 무얼하시는지 모르겟다.

단 한번이라도 약을 챙기지도 않고, 기저귀를 채우지도 않으신다.

기저귀를 채워도 밤이면 요강에 오줌을 누시면서 요강이 아닌 방바닥에다 볼 일을 보는 것이다.  

밤중에 아버님이 방바닥을 닦으시고 걸레질을 하시는게 전부이다.

 

어느 날 아침에는 침대커버가 방 문앞에 젖은채로 나와 있고. 아침마다 걸레와 속옷이 소변에 젖어 흥건한 채로 나와있다.

커다란 바구니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서 방문앞에 두었더니 기저귀와 속옷을 거기에 담아 놓으시니  그나마 다행이고 해야하나?.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전투이다.

약을 먹이는 것도, 밤마다 기저귀 때문에 싸우는 것도, 침대커버를 바꾸는 것도 전쟁이다.

젖은 침대커버를 벗기면 괜찮다고 소리를 지르시니 기가 찬다.

게다가 요양사 선생님이 오셔서 목욕을 시키려고 하면 온동네가 떠들썩하다.

절대로, 죽어도, 내 몸 내가 알아서 한다며 손도 못대게 한다.

머리카락은 기름에 엉키어 떡이 만들어지고,  새들이 날아와서 집을 지어놓고,  냄새는 보너스다.

매일 오줌으로 몸에 뒤집어 써도 혼자 씻는다며 거부한다.

 

요양원으로 보내려고 해도 아버님이 절대 안된다고 하시고

시동생과 시누이들은 전화 한번 없다.

그러니 단돈 10원도 보태줄 사람이 없다.

 

식탁앞에 서면 식탐으로 인해서 자리에 앉지도 않으시고 식사를 하고, 왼손으로 오른손으로 드십니다.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른 손으로 음식을 집으시고, 양은 어마무시합니다.

아버님 역시 낮에 누가 다녀가도 모르시고 식사는 기본 라면 두개에 빵이나 떡, 커피 8잔이십니다.

그리고 끼니 때마다 밥은 당연한 일입니다.  

 

어디 도망갈 때 없나요?

 

추신: 1일에 아버님 생신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있어도 전화조차 없는 아들 딸들,

        혹시 주변에 이렇게 싸가지 없는 인간들 있으면 연락주세요.

        계라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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