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변덕, 아집, 고집

여디디아 2013. 5. 2. 09:34

 

 

시부모님과 합친지 어느덧 5개월이 휙~ 지나고 있다.

자잘한 일들이 일상에서 쉼없이 일어나지만 가능하면 불평하지 않고 마음에 쌓아두지 않고 미워하지 않음으로 내가 숨 쉬기를 바라면서 살아오고 있다.

김치국과 된장국은 입에도 대지 않으시고 몰래 음식쓰레기통에 버리는 시부모님,

시금치가 먹고싶다고 해서 시금치를 무쳐놓으면 그것도, 중풍을 예방한다는 방풍나물도, 봄산에서 애써 뜯어온 햇님나물도,

봄에 원기를 회복시킨다는 파 김치까지. 음식쓰레기통에서 나를 빤히 쳐다볼 때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쳐들고 나를 후려친다.

 

지난 4월 23일, 교회에서 효도관광이 있었다.

4월초부터 주일마다 광고가 나가고 시어머님은 꼭 가시겠다고, 이참에 봄나들이도 하고 벚꽃도 구경하고, 춘천의 소양강도 구경하고, 춘천의 자랑인 닭갈비와 막국수도 먹어보겠노라고... 뿐인가, 11층에 계시는 박해임집사님이 다리가 아파서 가지않겠다고 하시는걸 같이가자며 한사코 권하시던 시어머님,

시어머님의 참석에 우리는 찬조까지 하며 응원을 했는데, 22일 밤, '내일 교회 효도관광에 가지 않겠다'고 하신다.

이유는 멀쩡한 얼굴로 '아프다'고...   다음날 입술에 빨간 루즈를 바르고선 밖에 나가서 바람쐬고 왔다고 하시며 내 속을 태풍이 지나가듯이 확~~ 뒤집어 놓으신다.

 

4월 21일, 분리수거 날이다.

오전에 신랑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가 어머니를 모시고와서 남편이 분리수거를 하고 다시 오후예배에 참석한다.

저녁에 오니 비닐봉지가 분리수거에서 빠져있어서 '아저씨, 비닐봉지는 빠트리셨네'..라며 설거지를 끝내고 내다놓으려고 했다.

시어머님이 나오시더니 '비닐봉지 내일 내가 버리겠다'고 하시기에 '오늘 버려야 하니 신경쓰지 마시라'고 했다.

방에 들어가신 어머님이 두번을 다시 나오셔서는 '내일 버리겠다'고 강조하시기에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잠시후 '내일 너네 아버지가 버리시겠대. 그러니 그냥 두라'고 하신다. 

그러고서도 못미더워서 대여섯번을 들락거리시기에 설거지를 하다가 장갑을 벗어두고 비닐봉지를 들고는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밖에서 들어오니 아버님이 벽력같은 소리로 '내가 버린다는데.. '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소파에 앉은 신랑이 아버님께 분리수거와 일반쓰레기 배출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드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하나쯤 갖다버려도 된다, 아무도 모르게 구석에 쳐박아두면 된다'고..

'아버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내다버리면 아파트가 뭐가 되요?'라고 하자,

'그래 안다,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며 끝까지 당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신다나.

그러더니 어제저녁, 집으로 가니 박스와 플라스틱등이 깨끗이 치워졌다. 어머님께 물어보니 어제 아버님이 버리셨단다.  휴~~

 

4월 30일 아침,

지난밤에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었기에 아침에 휴대폰 두개를 책상위에 나란히 두었고 출근준비하며 남편에게 휴대폰을 들고오라고 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왔을 때, 휴대폰을 달라고 하니 남편이 내 것은 없었다고 한다.

차를 세우고 집에가니 책상위에 내 휴대폰이 납작히 엎드려져 있다.

다시 차에 올라  '책상위에 있던데 왜 없어?'라고 하자 남편이 '분명히 없었다. 그래서 내것만 가져왔다'고 소리를 버럭지른다.

'똥뀐 놈이 성낸다' 다더니 갑자기 속이 확 상해온다.

'내가 분명히 책상위에 두개를 두었는데 왜 없어? 내 것만 봤지 당신 것은 못 봤다' 하면 될 일을 왜 자꾸 없다고 그래?'

'내 눈에 안보였으니 없다고 하지, 내가 보고도 내 것만 가져왔단 말이야?'라고 따지는 서방.

'있는데 못 본 것과 , 못본걸 없다고 한 것은 다르다'고 하자 끝까지 '없어서 못봤다'는 남편얼굴에 시아버님의 아집이 그대로 묻어있다. '됐으니 고만하고 갑시다 김삼용씨.'라고 했더니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우긴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고 했던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남편과는 아직도 한랭전선이다.

그래,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시아버지 한 분으로도 벅차고 스트레스 쌓여가는데

똑같은 인간 또 하나를 내가 참고 받아내라고?

무슨 택도 없는소리를 하는건지. 내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도 더 이상은 안된다.

 

'절대 남에게 숙이지 말고 굽히지 말고 고개 빳빳하게 들고 살다'가 인생의 철칙인 시부모님,

가치관의 차이가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 쌓이게 할 줄에야..

 

아직도 분별하지 못하는 서방,

그래, 내가 어떤 인간인지 이번 기회에 똑똑하게 보여주마.

 

시도때도 없는 시어머님의 변덕과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며 벽력같은 소리를 질러대는 시아버지의 아집,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끝까지 자기고집을 부려대는 서방,

이러다가 내가 미쳐버리는건 아닐까.

스트레스가 가슴끝까지 차오른다.

 

정말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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