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가스차단기

여디디아 2014. 2. 5. 09:42

 

 

 

 

치매를 앓는 시부모님과의 생활이 1년이 지나고 2년으로 접어든지도 석달이다.

워낙 움직이기 싫어하시는 분들이라 밖에서의 활동이 없고 오직 집안에서만 생활하셔서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집을 못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직 집안에서 '먹는 것'에만 집착을 하는 통에  내 몸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김칫국이나 된장국, 카레나 김치찌개는 입에도 대지 않으시고 무국은 고기와 국물만 드시고 토란국은 토란과 고기만 드시고

그나마 미역국과 사골국물만 고집을 하시는 통에  한달에 두어번은 곰국을 끓이느라 집안엔 부연 김이 서리고 아침마다 솥에다 하루치의 국물을 담아놓고 나오는 것이 숙제이다.

 

그러면서 떡이나 라면이나 국수를 일주일에 두어번 간식으로 드시는건 좋은데 냄비란 냄비는 모두 태운다는게 끔짝한 사실이다.

어머님이 오시고 냄비 두개와 후라이팬 하나와 설겆이통으로 사용하던 스텐레스 통을 태워서 내다버렸다.

그리고 조금 비싸게 준 냄비세트는 5개중 4개를 두번에서 세번씩 태웠다.

질이 좋은 냄비여서인지 한꺼풀의 코팅이 벗겨지면 새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다.

물론 그때마다 냄비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고...

며칠전에는 솥에 가득하게 끓여놓은 곰국을 바닥에 조금 남긴채 졸여놓기도 했다.

 

이러다가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여러가지 궁리를 했다.

집에다 카메라를 부착하고 수시로 점검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알아보는 중에,

주일날 교회에서 박금숙 집사님이 가스차단기를 설치했다는 말이 솔깃했다.

당장 가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8만원을 들여서 어제 집에다 설치를 했는데...

 

저녁에 집으로 가니 시아버님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따지셨다.

'냄비 딱 한번 태운걸로 이런걸 설치하냐,  그렇게 못믿겠느냐, 불편해서 못쓴다' 를 연발하시며 기분이 나쁘시다고 들이대신다.

"아버님, 어머님이 냄비를 열번도 넘게 태우셨고 제가 몇개를 내다버렸는지 아세요?

그러기에 제가 식사하실 때마다  식탁에 앉으셔서 국을 데워드시라고 매번 말씀드려도 안되잖아요"라고 하니

완전히 길길이 날뛰시며 소리를 지르며 정말이지 육이오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참다못한 서방이 방으로 가서 조곤조곤 설명을 하는데 아버님은 더욱 펄펄~~ 한참을 지나니 父子의 다툼소리가 방문을 열고 창문을 넘고 아파트를 뒤흔들 정도이다.

결국 씩씩거리며 남편이 방에서 나오는 걸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두시간후 아버님이 거실로 나오셔서 또 따지신다.

'냄비 딱 한번 태웠는데 어멈이 열번도 넘게 태웠다니 못살겠다. 집을 나가겠으니 왔던 대로 내놓으라"고 닦달이다.

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참아야지를 열번정도 하던 내 성질이 드뎌 폭발했다.

"아버님 그렇게 억울하시면 이리오셔서 이것보셔요."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냄비 밑바닥을 위로 올리고 냄비란 냄비는 모두 올려두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더욱 어이없다.

"우린 이런 냄비 한번도 사용한적 없다"

삿대질을 하면서 우기는 데는 정말이지 당할 장사가 없다.

 

며칠전에는 집안에 보일러 온도를 35도로 맞추어놓았다. 정말 찜질방인줄 알았다.

남편이 가스비가 많이 나오니 좀 줄이자고 했더니 '추운데 보일러도 못틀게 한다, 얼어죽어도 안만지겠다'고 큰소리 치더니

다음날 역시 35도에 맞추고는 춥다고 하신다.

설 전날에는 두분이서 다투더니 시어머님이 집을 나가시는가 했더니 오후내내 들어오시질 않아서 남편이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마석을 다 뒤졌다.

결국 저녁 7시에 금곡파출소에서 연락이 와서 모시고 왔다.

그 와중에 아버님은 말씀 한마디 없이 3시간을 목욕탕에 다녀오시고...

 

이런 부모를 맡기고도 설날에 부모님께 인사도 오지 않는 시동생 부부와 두 시누이 부부,

싸가지 없기론 세상에서 두번째라면 서러울 것 같은 인간들...

물론 전화한통 없다.

 

 

이젠 내가 까무러칠 지경이다.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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