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새벽 3시

여디디아 2016. 2. 5. 10:48

 

이 차림으로 새벽 3시에 경찰이 모시고 왔다.

 

 

 

 

 

 

 

2016년 1월 28일 새벽3시

 

꿈이 영 어수선하다.

마석역인데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

뜬금없이 서호교회 장로님과 권사님들과 집사님들이 야외로 나가셨다가 청춘열차를 기다리신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술판을 벌여서 싸움질을 하는 사람, 주거니받거니, 권커니 잣커니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언제부터 우리집이 이렇게 커다란 대궐이었던지, 방마다 이불이 깔려 있고, 이불을 정리하려 들추니 10원짜리 동전과 백원짜리 동전, 그리고 시퍼런 만원짜리 지폐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전철을 혹은 청춘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열심히 방을 치우는데 '딩동'~.

이불을 들다가 누군가 하고 귀를 기울이는데 다시 '딩동~',  '누구지?'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싶은데 다시 '딩동'!!

옆에서 잠을 자던 서방이 스프링이 튕기듯이 튕겨져 나간다.

그제서야 꿈과 현실을 분리한 나 역시 서방을 따라서 뛰어나간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웬 경찰관 두명이 서 계신다.

'아니 이 새벽에 우리 아들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나, 사고가 났나?' 

불길한 생각은 1초 사이에도 별별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떠오른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경찰관이 "이리오세요"라며 시어머니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말도 못하는 우리를 두고 경찰관이 하시는 말씀인즉,

"할머니가 밖에서 혼자 계시는걸 어느 분이 신고를 하셔서 출동을 했다"고..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둥마는둥 어머니를 방으로 모셨더니 시아버님은 세상모르게 달디 단 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1월 1일 새벽에는 화장실을 간다고 나가셨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오가지도 못한채 갇혀 계시다가 놀란 서방이 가서 모셔오고

며칠전(사진)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성경을 읽는데 방문여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화장실 가시겠거니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띵똥'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았더니...  사진의 모습이다.

어디가시냐고 물으니 "화장실간다"고...

그러고보니 방에서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앞까지 소변을 질질 싸놓았다.

시아버지를 깨워서 닦으시라고 하고 싶은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고, 서방을 깨워서 닦으라고 하고 싶은 화가 손을 벌벌 떨게 만들지만, 일찍 일어난 내가 죄인이 아닌가 말이다.

새벽부터 방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까지 닦고나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도 며칠 새벽과 밤을 화장실을 간다며 밖으로 나가시는 시어머니,

처음으로 두 시누이에게 사진과 사정을 이야기했다. 카톡으로..

 

그랬더니..

큰시누이 김ㅇ희 문자..

'걱정입니다. 그렇잖아도 지금당장은 기저귀가 최선이겠지만'        

 

작은 시누이 김ㅇ희 문자..

'우째요~~ 그동안 예상은 했지만 빨라졌네요~'

 

끝이다.

 

확실한건 나도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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