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스토리

행복 끝~~

여디디아 2016. 3. 18. 18:42

 

 

언제부터 시간이 이렇게 재바르게 지나고, 일주일은 후딱 지나간 생일의 어느 한 날과 같은 길이었던가!!

잡을 수 있으면 잡고 싶었고, 본드로 날(日)을 붙여 놓을 수 있다면 잠실종합운동장에라도,

남양주실내체육관에라도 딱 붙여놓고 싶은 날들이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하나님은 아시는 듯 모르시는 듯, 여느 때보다 좀 더 빠르게 세상모든 시계의 초침을 돌리셨고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해와 달을 일주일쯤 게을리 움직여도 되시련만 오히려 조금 빨리 움직이셨다.

아~~ 그래서 나는 서럽다.

 

지난 설날에 서방이 동생 셋(남동생 1, 여동생 2)을 불렀다. 

아침이면 방에서 화장실까지 길게 이어지는 끈적끈적한 소변의 아직 마르지 않은 흔적들을,

이미 말라붙어 누군가 설정해 놓은 듯한 허옇고 불결한 무엇처럼 말라붙은 소변을 닦아내기에 지친 서방이  지금쯤은 방법을

강구해야겠다며 나름데로 어렵게 결정을 내린 후였다.

 

세상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잠이 든 깊은 밤이나,

시골어느 마을에서 저녁 군불을 피워올리는 연기가 빈 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시간이나,

부지런한 우유배달이나 신문이 배달되기 전, 졸립고 피곤한 눈을 부비며 나갈 채비로 분주한 고달픈 시간이나,

하얀셔츠 깃을 들어올리고 세련된 넥타이를 매느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세면장에서 면도로 이를 악물고 있는 그 시간, 출근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고 어른들의 아침식탁과 점심과 저녁식탁을 준비하는 시간에

느닷없이 걸려오는 전화나, 뜬금없이 대문앞에 서 있는 경찰관이나, 지친 표정으로 대문을 두드리는 경비아저씨들과 함께

허름하고 볼품없이, 속옷에서 소변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찾아나선 아들의 점퍼를 걸치기도 하며 들어서는 어머니,

퇴근 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며느리가 약 봉지와 물컵을 들고 약을 드시라고 권하다가,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가당치 않은 이유를 10분정도 풀어가는 시어머니 앞에서 기어코 꽥~~ 소리를 질러대는 며느리도 보기 싫고,기저귀를 차라는 강요 역시 오줌을 싸지 않는다는 이유를 당신 남편에게 일러바치는 듯이 아뢰고,

며느리가 채우는 기저귀를 구경꾼처럼 철저히 방관하시는 아버지에게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것마져 지겨워서 포기한 서방이,

더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설 연휴에 동생들을 불렀을 때,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도 오질 않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럴지라도 내 동생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만만하던 서방이 한심하게 여겨져 미운 생각이 들더니 어느 금요일밤 기도회에서 내 서러운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니 하나님의 응답은 또한 나를 꼼짝못하게 한다.

"네 남편이 불쌍하지 않니? 부모도 형제도 모두 외면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 남편이

 이제는 치매로 또 보살펴야 하니 불쌍하지 않니? 네가 위로해 주어야지"

기도하는 시간 내내 이런 마음이 들어서, 나는 하나님을 원망하지 못하고 서방을 미워하지 못하고 울었다.

 

시누이가 미안했던가,

3월 6일에 점심을 사드린다고 와서는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이쁘지도 않지만 하는 짓은 더욱 사납고 얄미워 쳐다보기도 싫었음을 고백한다.

다만 "나도 숨 좀 쉬고 싶다. 다문 일주일이라도 어디 좀 가셨으면 좋겠다.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미쳐버릴 것 같다"고 했다.

기본적인 양심이 있었던지 금요일 저녁에 "딱 일주일"이란  대못을 여기저기 박듯이 박고는 모셔갔다.

짐을 챙기며 약 봉지를 몽땅 챙기는 나에게 서방이 "일주일치만 넣으라, 속 보인다"며 속 없는 부탁을 한다. 

속이 보이거나 말거나 내 속은 당장 병원에가서 한달치를 더 타다가 넣어드리고 싶은 것을 답답하게도 모른다.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국을 끓이지 않아도 되고, 가마솥의 밥 처럼 많은 양의 밥을 하지 않아도 되고, 퇴근 후면 담배냄새, 오줌냄새에 찌들고 찌든 집안을 위해 문이란 문을 다 열어젖히지 않아도 되고 시도때도 없이 벌거벗은 몸으로 집안을 오락가락해도 좋고,

빈 솥이어도 부담이 없고 밥을 하지 않아도 대충~~이란 좋은 것이 있어서 자유로웠고, 홀가분했고, 편안했고, 행복했다.

물론 사흘간 이불빨래며 스팀청소까지 하느라 힘이 들고 몸살이 났지만, 자유는 더 좋았다.

어제오후, 설마.. 혹시... 행여.. 나 하는 기대를 가지면서 찬거리를 준비하고 국거리를 준비하는데 못된 며느리의 성질이 발동을 하여 짜증이 나는가 싶더니 신경질이 나기도 하고 여기저기 몸까지 아프고 난리라니...

근방에 작은 딸과 작은 아들이 있으니 다문 며칠씩이라도 머무시다가 며칠만 더~~ 늦어지길 바라는 기도의 응답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면 과태료라도 물게될까봐 겁이 났을까,

오전 일찌감치 집으로 오셨다는 소식에 이제는 짜증도 신경질도 아닌 포기이기도 하고, 단념이기도 하고, 체념이기도 하다가

기어코 팔자타령까지 내 입에서 주저리주저리 풀어낼  힘도 없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다시 시작이다.

아~~ 아~~ 아~~ 

 

어쩌자고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

청안 이씨 조상께서는 나라를 팔아 먹었더란 말인가요!!!

 

새로운 각오보다는 다시 반복될 날이 바짝 마른 장마처럼 내 마음을 말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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