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한 강 / 문예중앙(중앙일보)
언제 이렇게 한해가 훌쩍 지나고 말았을까.
이런저런 책을 읽다보니 황순원문학상이 나왔을거란 생각에 화들짝 놀랐다.
중앙일보를 볼 때는 여름이면 이미 황순원문학상에 대한 예심이 신문지상에 소개되었는데, 봄인가 여름부터 신문을 끊었다.
컴퓨터만 켜면 순간순간의 뉴스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이리저리 화면을 뒤적이다 보면 세상돌아가는 모습을 거의 알게되니 차츰 신문을 보는 시간도 줄고 손님들이 와서도 신문을 들추진 않아 몇십년을 보던 신문을 끊었다.
그러고나니 가끔 신문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텔레비젼 시청을 거의 안하는 나는 조금씩 사회에 대해 무지해진다.
이번 황순원문학상 수상은 한승원 선생님의 딸인 한 강이 차지했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망(忘者)와의 대화이다.
직장생활을 하던 K는 겨울 어느 밤,
직장동료이며 선배였던 임이라는 남자가 그의 방으로 찾아온다.
몇 년전에 죽은 사람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K를 찾아와 옛이야기를 나눈다.
흔한 일상의 날들, 그때까지 몰랐던 일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이어짐과 끊어짐에 대해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 대해서, 회사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젊었던 날들을 회고한다.
임선배와 함께 일했던 경주언니 역시 교통사고로 이미 세상과의 등을 졌지만, 살아있을 때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과
K가 쓰고 있는 삼국유사에 대한 희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글을 읽으며 어쩐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모두가 어느 날엔가 죽음을 맞이할 것이지만 죽은 후의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싶은.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또한 얼마나 많은 생각을 요구하고 있으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이기심과 자존감까지 내려놓으며 살아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된다.
불의에 맞서서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방관자가 되어야 했던 순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으로 돌아봐야 하는지를...
또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양심의 소리들...
최종후보작으로
강영숙 - 맹지
권여선 - 이모
김 솔 - 피커딜리 서커스 근처
김애란 - 입동
손보미 - 임시교사
이기호 -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정소현 - 어제의 일들
조해진 - 사물과의 작별
황정은 - 웃는 남자
이번 책에서는 유난히 사회적인 문제들이 많다.
왕따를 당해 자살을 시도한 어느 여고생의 이야기,
치매로 인해 괴로워하는 노인과 가족의 이야기,
독거노인의 쓸쓸한 삶의 이야기,
아들을 잃은 부부의 망연하고도 참혹한 이야기 등
과학이 발달하여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소망마져 없는 무참한 슬픔을 가져오게 한다.
최근 몇년간 우리는 너무나 많은 죽음앞에 서 있었다.
많은 죽음과 슬픔을 겪으면서 소설을 쓰는 작가들 역시 자유롭지 못했음을 느끼며
어쩌면 글을 씀으로해서 나름대로 슬픔의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 중에서도 내가 마음이 가는 글은 김애란의 입동이다.
가끔 슬픔이 너무 차오르면 차라리 책을 읽지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기어코 외면하지 못하고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다.
어느새 모든 문제들이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놀랍고 한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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