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제39회 이상문학상

여디디아 2015. 7. 30. 18:24

뿌리 이야기(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5년)

 

2015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뿌리이야기

 

김 숨  / 문학사상 

 

연말이 되면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이상문학상 대상'은 누가 받을 것인가? 이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구입하는 책도 당연히 이 책이다.   

올해는 많이 늦었다.  그렇다고 해도 잊지는 않았다.

 

올해의 대상은 김 숨이다.

아무래도 머잖아 그녀가 대상을 수상하리라는 믿음은 당연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뿌리이야기..

올해로 서른아홉의 '나'는 아직 미혼이다.

그리고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마흔이 넘었고 오브제.오브제(objet)'는 물체, 대상, 객체 등의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이나 미술에서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하여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말한다.)를 하는 남자이다.

오브제가 무언지도 몰랐지만 글을 읽으며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뜻이다.

그는 잘 나가던 자신의 전공을 내려놓은채 어느 순간부터 나무의 뿌리를 찾는데 온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전념한다.

포도나무 뿌리와 아카시아나무의 뿌리,   복숭아나무의 뿌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의 뿌리에 집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에서든지 뿌리를 보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작업실로 가져와서 여려가지 작업을 한다.

나무뿌리앞에서 남자는 '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물음으로 여자를 당황하게 한다.

이 곳에 있지 않아도 될 것을, 내가 왜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인지.

묘한 질문을 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느 날 남자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털어놓음으로 여자는 남자를 조금 더 이해한다.

아기였을 적에 입양을 했기 때문에 양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앞에서도 남자는 늘 외로웠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느껴야 했고,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를 반복해야 했음을 알아간다.

또한 '나'의 고모할머니는 어느 날 우리집으로 찾아들어 함께 생활하게 된다.

고모할머니와 함께 방을 쓰게 되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잠 자리에 든 고모할머니는 '나'의 손을 찾고 찾은 손을 꼭 잡는 것을 자신의 위안으로 삼는다는 것을 알게된다.

H은행앞에 심어진 메타쉐콰이어 나무를 바라보며 한국에서 자라지 않는 그 나무가 이국 땅에서 여기에 와서 심어지고 뿌리가 자리를 잡을만치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이미 뿌리이야기는 한 그루 나무의 뿌리이야기를 넘어서고 잇음을 깨닫는다.       

 

뿌리에는 '천근성(천근성-뿌리가 지하 20~30cm에서 원가지에서부터 곁가지가 뻗어나와 잔뿌리를 많이 이룸)와

심근성(심근성-뿌리가 매우 깊게 뻗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천근성의 뿌리를 보며 원뿌리에서 수없이 퍼져나가는 곁뿌리를 알뜰하게 살피고 잔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모할머니가 종군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집안 사람들은 공공연한 비밀로 부친다.

시대적인 상황에서 피할 수 없었던 위안부 할머니의 마지막 생은 자신의 뿌리를 찾음으로 마지막 위로를 받으며 마지막 숨을 거둔다.

고모할머니가 임종할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할머니가 '나'의 손을 꼭잡고 숨을 거두었다는 확신을 갖는다.

 

입양아, 종군 위안부, 이국땅에 심어진 메타쉐콰이어,

모두가 외롭고 고독한 단어들이다.

입양아로서 살아야 했던 삶은 평생 허전했을 것이며 위안부로서의 삶은 또한 평생의 수치가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나'가 사랑하는 '남자'는 뿌리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고, 뿌리를 찾아 돌아온 고모할머니 또한 자신의 뿌리가 내려진 곳에서 곁가지로 뿌리내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또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뿌리이야기'에 대해서 심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내가 왜 없는게 아니라 있는 것인지'

 

원뿌리에서 곁뿌리로 뻗어나간 뿌리를 보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어쩐지 애틋하게 전해진다.

 

우수상 수상작

전성태 - 소품

조경란 - 기도에 가까운

이평재 - 흙의 멜로디

윤성희 - 휴가

손홍규 - 배회

한유주 -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

이장욱 - 크리스마스캐럴

 

등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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