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박 선 정 / minimum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의 시대는 내가 살아가는 시대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우리 부모님의 삶과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남편이 아들들 앞에서 "아빠 어렸을 땐 말이야, 내가 너 만했을 때는 가족을 책임졌다"는 둥의 말을 하면 나는 말머리를 자른다.
굳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예전의 일들을 이해시킬 필요가 없을 뿐더러, 특별히 감사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잔소리가 될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모든 지금의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지나온 내 시간들에 대한 후회나 미련보다는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난번 세현이와의 제주여행에서도 나와 세현이와의 사이로 지나는 세월들을 봤고, 건너뛸 수도 없고 잔소리로 바뀌지지도 않을 차이를 느꼈으니 말이다.
내 아들이, 나의 후손들이 나보다 즐겁고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린다고 해서 내가 억울할 필요도 없고 나무랄 이유도 없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아니 인정하고 있다.
지난번 동생이 선물한 책,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는 동생의 블러그에서 만난 블친이다.
제주도에서의 생활들이 정말 행복해서 제주의 홍보대사 정도는 되는 분인 듯 하다.
처음 책을 보고는 제주도를 소개하는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단숨에 읽어내려가기에 바빴다.
한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장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모습이 제주가 나를 감동시키고 나를 유혹할지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작가 박선정씨는 잘 나가던 회사를 사직한 채, 자신이 하고싶은 일, 제주도에서 1년간 살아보기 위해서 사직서를 던진다.
물론 수차례의 마음속의 갈등이 왜 없었을까만, 한번 주어진 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자신이 꾸던 꿈을 이루기 위하여 과감하게 결단을 하고 살던 집마져 처분한채로 제주도로 날아갔다.
단지 제주에서의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 가기 위한 준비들,
집을 구하는 일부터 집세(제주도에서는 일년치의 집세를 한번에 내기 때문에 연세라고 하며 기본 4~500 정도, 물론 집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와 부동산, 그리고 한달 생활비와 이삿짐센터와 이사하는 방법까지 아주 세밀하게 알려준다.
또한 제주오일장과 제주의 물가, 제주의 날씨와 날씨에 따라 관광할 코스까지 자세하게 나열함으로 제주도에 살지 않아도 제주도를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별히 책을 읽는동안 마음이 즐거웠던 것은 내가 다녀온 곳이 곳곳에 선택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또한 가보지 못한 곳은 다음에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도두봉과 어승생악, 샤려니숲과 다랑쉬오름, 비자림과 한라산과 백록담 등등..
또 자신이 그려놓은 제주도의 지도를 이해하기 쉽게 그려놓아서 다음에 제주도에 갈 때는 훨씬 편하게 관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샤려니숲과 한라산과 아끈다랑쉬오름에 푹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작가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제주도를 향한 아니 때묻지 않은 자연에 빠진 사랑은 누구도 대신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뿐만인가, 어린 조카와의 시간들은 기어히 내게 우리 인아를 데리고 제주도로 날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이제 겨우 입을 떼는 손녀를 데리고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불가사리를 잡게도 하고 싶고, 깨어진 조개껍질도 앙증맞은 손 안에 가득히 퍼올리게 하고 싶은 충동이 나를 들썩거리게 만든다.
지난번 세현이와 여행에서 '나의 소망은 훗날 제주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주들이 방학을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로 날아와 방학동안 책을 잊은채 바다로 산으로 자연속에 퐁당 빠트리게 함으로 며느리들에게 구박을 받아도 '미안하다' 한마디로 얼버무리고 싶다고...
어차피 지나가버린 내 젊은날의 시간들, 무슨 짓을 해도,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저 푸르던 시간들이기에 모든걸 내려놓고 작가처럼 훨훨 날아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훗날에는 내 소망대로 제주의 어느 자락에서 바닷바람과 한라산의 위엄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고픈 것이 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작가의 삶이 부러웠다.
혼자서 잘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고 경제적인 여유와 결단, 어쩌면 내가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그녀의 선택이 부러워 나를 돌아봤다.(물론 나의 생각이다, 그녀라고 왜 부족한 것이 없을까만).
물론 모든 것이 부러웠지만 내게 주어진 가정과 가족, 그것만으로 충분히 위로를 받으며, '나'이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나' 또한 행복하다.
오늘도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산과 나무와 꽃과 풀을 '내 꺼'라 부르며 보는 것으로 부족해 날마다 눈에 담으며 마음에 품으며, 그것도 부족하여 슬몃 도둑처럼 훔쳐와 화폭 가득히 담으며 "행복하다"고 노래할 박선정씨,
그녀의 시간들이 더욱 강건하기를 바래고 소망들이 지금처럼 아름답게 이뤄지기를 바래는 마음 또한 간절하며 진정한 마음이다.
아~~~
나도 제주도에 가고 싶다.
핸드폰에 저장된 제주행 티켓과 예약된 숙소와 여전히 박기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잖은가.
한달 후면 나도 박선정 작가처럼 '내꺼"라고 말하며 제주의 향기에 마음껏 취하리라.
그러니 지금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누르고 비행기보다 빠르게 제주도로 향하는 나를 누르고,
앙증맞은 우리 인아와의 꿈같은 데이트를 잠시 미루기로 하자.
제주도를 알아가기에 참으로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