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 문학동네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신날,
이미 고인이 된 남편의 생일에 아들과 며느리를 불러내리는 시어머니는 첫 손자를 남편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 트럭운전사의 데모는 기차가 달리는 선로위에 드러누워 시위를 하는 것이고
선로위에 길게 드러누운 것을 목격한 기관사는 기차를 멈추기 위해 적당한 거리에서 느린 운행을 하고
마침 그 곳이 부실공사로 인해 길이 무너져 멈추어 서려던 기차가 그로인해 철길을 이탈하게 되고
결국 큰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게 되고
조안은 기찻간으로 밀려드는 연기에 질식해 죽을 것 같은 예감에 8개월된 아기를 철길밖으로 던지고
철길 밖에 던져진 아기는 그대로 사망하게 된다.
도대체 누구의 탓일까?
누구를 탓해야 하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일까?
책임을 진다고 해도 이미 잃어버린 아기는 살아날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 선명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라도 책임을 돌리게 하고 싶은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까?
처음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나는 후회했다.
가끔 달달한 연애이야기도 좋고, 밤새 내린 서리로 하여금 텐트가 비를 맞듯이 축축해져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던 날의 축축함 같은 슬픔도 은근히 즐기고는 하지만 이렇듯 무참한 슬픔은 싫다.
슬픔 끝에 꼭 기쁨이 기다려줌으로 이어질 행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슬픔 때문에 내 마음까지 물컹해져서 까닭없이 흐물거려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무서운 슬픔은 정말이지 싫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를 위한 범죄는 용서하기가 싫고 또한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였으리라.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이유가 제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어린아이를 범죄의 도구로 삼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아기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보란듯이 슬픔은 감정을 빼앗고 두려움까지 가져온다.
책을 덮을까하는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고 이들이 겪어가며 이겨내는 과정들은 또한 어떤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보다는 이 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욱 컸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읽었다. 다 읽었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더하지 않고 덜함도 없는 이해를 할 것이므로 아픔의 크기와 슬픔의 무게를 굳이 표현하지 않기로 한다.
희중과 조안,
누구보다 사랑해서 결혼한 그들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처럼 행복하고 단란했다.
다정다감한 조안은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고 홀시어머니에게도 각별한 다정함으로 대함으로 고부간의 갈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비극은 하루아침에 찾아온다.
대전으로 내려가던 조안과 아기가 탄 기차가 사고가 나고 그들은 8개월된 아들을 잃게 된다.
조안이 연기속에 질식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기찻간에서의 사망자는 5명이었고, 밖으로 던져진 아기는 운명을 달리한다.
이로인한 그들의 아픔과 죄책감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없이 병들게 하고만다.
아들을 잃은 조안은 병원에서 퇴원하여 5층에서 투신을 하게되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지게 된다.
이로인한 희중은 사랑하는 조안을 잃어버리까봐 순간마다 전전긍긍하며 카메라로 조안을 지킨다.(감시가 될 수도 있지만 결코 감시가 아니란걸 그의 마음을 알면 이해할 것이다).
아들을 잃은 희중은 조안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혼자서 슬픔을 삭히며 조안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순간 희중은 조안에게 창문밖으로 아기를 던진건 조안이라고 말하고, 이로인해 조안은 더 큰 상처를 받게된다.
상처를 안고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젊은 부부가 아픔을 겪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각자의 상처는 이들을 견고하게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에다 또 다른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유년시절의 아픔은 봉합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내밀한 곳에서 꿈틀거리고 이로인해 큰 일을 당한 그들은 싸매고 일어서기 보다는 안으로 안으로만 숨어들게 된다.
이들 부부외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안의 동생 상윤과 윗층에 사는 웹툰 만화가 백주.
그리고 트럭운전자와 오토바이를 타는 10대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것이 상처가 없을 수 없듯이 모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감추고 잊어버린줄 알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상처가 치유되기는 어렵지만 그 상처를 마주할 때 어떻게 반응 하는지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결국 이혼으로 서로가 자유롭게 되지만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한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들만이 겪게되는 고통은 이해를 할 수는 있다해도 결코 동참할 수 없음을 안다.
마음 깊숙한 곳으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시선과 표현,
작가의 말처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곳곳에 위험지역인지도 모른다.
어쩐지 어수선하면서도 읽는내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것은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이었을까.
누구라도 이런 불행은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뿐이다.
7월이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시인의 싯귀처럼 오늘도 따가운 햇살아래 청포도는 단맛을 더하리라.
청포도처럼 달콤한 7월이기를 바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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