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 등에 업힌 엄마는 한순간이지만 행복하시다.
언제 어디서든 풀을 뽑고 주변의 티끌을 치우는 엄마의 바지런한 손
아버지 산소에서 인사를 드리고 김밥으로 점심식사도 하고...
큰언니와 작은오빠
큰언니와 막내
유난히 꽃을 예뻐하시는 엄마
고개를 숙이자마자 바로 들어온 네잎클로버라 신기해 하는 오빠
세수도 않고.. 뭔 배짱으로 사진까지..
두마의 윗마을(옛날에 큰고모님이 사셨던 집터)
오월.
가정의 달이라고 이름을 붙인 건, 5일이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 날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기쁘고 즐겁기 보다는 버겁고 부담스러워 한쪽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지내기가 일쑤였듯이,
나 아닌 누군가에게도 행복한 가정의 모습보다는 부담이 커다란 짐이 되어 두 어깨를 짓누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일주일 전인가,
친정가족카톡에서 여전히 '까톡' 소리가 들리고 확인해보니 막내가 영천에 계신 엄마와 통화를 했다고, 지금 시간이 되면 전화를 해보라는 연락이다.
엄마와 통화한지도 언제인지 모를만큼 오래전이라 오랫만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안부를 묻는 내게 "나는 잘 먹고 잘 놀고 있으니 우짜든동 네가 차 조심하고, 건강하고 아들 잘 키우고 잘 살아라"라고 하시는 목소리에 얼마나 처연하고 애달픈지, 어쩐지 마지막인듯이 들려와 마음을 허둥거리게 만들고 눈물을 찔끔거리게 한다.
슬픔이 풀어놓은 물감처럼 마음속에서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번지는데 오빠의 카톡소식 역시 나와 마찬가지이다.
통화중이라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마치 마지막 말씀처럼 느껴져서 오빠 또한 마음이 아파서 손이 자리를 찾지 못하는 듯하다.
5월엔 유별나게 휴일이 많다.
근로자의 날이 지나기 바쁘게 어린이 날이고, 다시 어버이 날이다.
신문지에 끼어 날아든 광고지를 보니 '전국민이 놀러가는 날'이란다.
달력에 까만 글씨보다는 빨간 글씨가 더 많을만치 좍~~ 그어진 날에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인 것을 터득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경춘국도가 몸살을 앓아 드러눕는 바람에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뜷리고 그것마저 부족한 듯 해서 자동차전용도로까지 곧고 바르게 뻗었지만, 빨간글씨가 연달아 있는 날은 경춘국도도, 자동차전용도로도, 고속도로도 모두가 사람들의 극성과 자동차의 열기로 몸살을 앓아대고, 근방에 산다는 이유로 나는 길들의 한숨소리를 듣기도 하고 눈으로 보기도 하며 얌전히 집을 지키는 내 발목마져 잡고 있는 것을 안다.
전국민이 놀러를 가든지, 전국민이 낮잠을 자든지 내 알바가 아닌 날들인데, 엄마의 애잔한 한마디는 어느새 같이 있는 큰아들과 대전에 있는 네째딸을 제외한 서울경기에 있는 5남매를 뭉치게 했다.
차량 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며느리나 사위는 집에서 쉬는 것이 솔직한 일이라며 오빠의 차로 다섯남매가 토요일 새벽에 엄마를 뵈러가기로 의견일치를 하고나니 마음이 다급해진다.
열무를 사서 물김치를 담그고 마늘쫑과 견과류를 넣어서 멸치복음을 만들고, 언니오빠들과 함께 먹을 김밥을 만들며 집에 계실 시부모님과 서방을 위해서 김밥을 넉넉히 만들고, 모처럼 아버지 산소에 인사를 하러가는 길에 전 몇가지를 부침으로 준비를 끝냈다.
새벽 3시 20분에 출발한 오빠는 고양시에서 언니들을 태우고 4시에 남양주로 출발을 하고, 하룻밤에 500번쯤 잠에서 깬 동생과 잠을 자다 퉁퉁부은 얼굴로 일어난 선서방, 20분을 못자고 꼴딱 밤을 샌 나와 역시 푸르딩딩한 얼굴의 서방은 집앞 주유소,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4시40분에 오빠를 만나 차에 올랐다.
중앙고속도로는 1년 어느 날이고 밀리는 구간이 없어서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는내내 길이 아기자기하고 이뻐서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어쩐지 마음이 여유로운가 하면 가난한 지갑마져 여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은 길이다.
다섯남매가 달리는 새벽길은 아직도 봄이 무르춤히 익어가고 여름은 하루라도 빨리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기 위하여 틈새를 엿보고 있다.
파릇한 이파리들과 각양고운 색상의 꽃들이 지고난 자리에 조팝꽃이며 아카시아꽃이며 이름도 모르는 하얀꽃들이 산을 밝히고 길을 정리하며 우리를 반기고 있다.
두시간동안 잠을 잤다는 언니와 오빠, 지난밤 내내 500번쯤 깬게 아니라 졸았다는 동생, 꼴딱 밤을 새웠다는 나의 이야기들이 중앙고속도로위에 나붓하게 얹히고 남매들이 늘어놓은 이야기 위로 오월의 바람과 오월의 햇살이 내려앉아 지들끼리 또 소곤거리기에 바쁘다.
치악산 휴게실에 들러 간밤내내 피곤했던 뱃속이 미안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유부우동과 꼬치우동과 김치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동생들을 위해서 큰언니가 계산을 한다.
아침만이 아니라 다섯명의 간식거리와 비타민까지 일일이 봉지에 담아서 나누어주는 것을 보니 정말 소풍이라도 나온 듯 한 기분이다.
치악산휴게소를 끝으로 군위IC를 진출한 자동차는 영천으로 향하고 거리낌없이 달린 덕분에 9시가 되기전에 영천에 도착을 했다.
큰오빠와 엄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잘 왔구나' 싶은 마음이다.
며칠전에 힘이 없어서 우리마음을 애닯프게 했던 엄마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듯이 기뻐하신다.
여기가 나의 친정이구나.
어디를 그토록 빙빙 돌다가 이제서야 여기에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