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행사

신랑 회갑

여디디아 2015. 3. 31. 16:04

 

어느새 회갑이라...

회갑을 경험한 큰언니의 한마디

가까이  살고 있는 남매들과 배우자들과 조카들 

나, 이렇게 젊은데 서방은 환갑이라는.. ㅋㅋ

시아버지 생신이라 예약하느라, 돈쓰느라, 고달픈 우리  성희..

 

 

구리 '스푼코드' 1인분 25,000원, 가격에 비하여 음식은 아닙니다^^* 

 

연말에 회갑이 있는 둘째오빠네 올케언니

회갑의 가장 큰 선물.. 김인아 양

 

금남리 일피노에서 폼 팍~~

딸이 첫월급으로 사준 핸드백.. 폼나게 들고 인증샷...

성희를 예뻐하는 큰언니와 성회와 인아

 

 

 

대체 너는 누구란 말인가?

나를 닮은 조카 이선해

고모를 닮고  할매를 닮은.. 셋이 닮았나요?

 

참으로 오랫만에 자박자박 봄비가 내리는 날이다.

내일아침엔 진달래가 좀 더 많이 피어나겠고 좀 더 색상이 고울 것이다.

먼지가 폴폴 날리던 산길도 수굿해져서 숨을 들이키고, 걸쭉하던 길에는 땟국을 벗겨줄  봄 비다.

 

3월 31일, 음력 2월 12일

서방의 생일이다. 그러니까 환갑이다.

요즘의 환갑은 환갑이란 말 자체도 꺼낼 수 없을만치 젊고 싱싱한 젊은이가 아닌가.(좀 과한가?)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허전해서 친정식구들이 환갑을 맞이하면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큰형부가 올해 칠순을 맞이하시니 벌써 10년째 거의 해마다 한 사람씩 환갑을 맞이한다.

큰형부 다음에 큰오빠, 그리고 잠시의 틈을 두고 큰언니, 다시 작은오빠와 작은형부, 그리고 우리서방과 작은올케언니는 3년을 내리 이어진다. 내년에 작은언니가 환갑을 맞이하고 큰오빠가 칠순을 맞이하니...

 

4남매의 맏이이며 집안에서도 완전 장손인 신랑,

굳이 사촌들이야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한 집안의 장남이 환갑을 맞이하면 적어도 동생들이 축하전화는 해야하지 않을까.

남의 식구가 된 여동생은 제쳐두고라도 달랑 하나인 남동생 정도는 형님의 환갑에 전화 한통해도 괜찮을텐데...

그래서 미리 친정식구들이 22일 주일 낮에 어제의 용사들처럼 다시 뭉쳤다.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성희가 시아버님 환갑이라고 용인에서 시작하여 남양주까지 인터넷을 뒤지고 뒤집고..

거리와 가격과 맛을 맞추느라 혼자 고생을 했을 것이다.

수 많은 음식점들이 지워지고 생성하고.. 결국엔 구리에 있는 '스푼 코드'라는 퓨전 한정식을 예약했다며 시이모님과 외삼촌에게 문자를 보냈다.

 

구리 스푼코드를 찾아 나선 길, 부활절 연습을 뒤로하고 미리가서 기다리겠다는 마음으로 2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를 40분이 넘어서 도착한 이유는 환갑을 맞은 서방의 고집 때문이다.  어여쁜 아가씨 네비양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아는 길이라고 마음데로 이리저리 끼어들더니 결국엔 헛수고이다. 같은 자리를 서너바퀴 돌고나니 생일이고 나발이고 확 걷어차고 싶은 마음과 혼자서 홱 뿌리치고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친정식구들이 모이기로 했으니 참아야하고, 인아를 보기 위해서 참아야 하고, 며느리 앞에서 별난 시어머니 모습 보이지 않아야 하니 다시 참아야 했고...

 

12시에 약속을 했는데 모두가 시간을 어기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을 했다.

어른들이야 어차피 마음먹고 날을 잡은 것이지만 정해와 선해와 준경이가 고모부와 이모부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 참석을 했다.  친정식구 7남매중에서 우리집에만 딸이 없어서 유독 선해와 준경이를 이뻐하기도 했다.

성희가 들어오고 인아가 태어나고 난 후 선해는 '이모부 우린 밀렸어요'라고 귀여운 투정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정해, 선해 ,준경이는 어느 아가씨들보다 이쁘다. 

앙증맞은 인아가 꼼지락거리며 사방을 휘젓는 바람에 여전히 누군가는 인아를 감시해야 하지만 띄엄띄엄 양은 적고 생각보다 종류도 적은 음식이 나오고, 리필을 부탁했더니 잊은듯 하여 다시금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먹고나니 389,000원.

월급쟁이 형의 형편을 이미 알고 있는 세현이가 구정에 아빠 회갑에 쓰시라며 50만원을 두고 갔고, 전날에도 그걸로 계산하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굼뜬 동작으로 계산대로 향했더니 눈치 빠르고 행동이 재바른 주현이가 이미 카도로 좍~~ 내리그은 후였다. 푸핫~~     

성희가 준비한 생일케잌에 수 많은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처럼 촛불을 끄고나니 성희가 하얗고 도톰한 봉투를 내민다.   구정에, 시어머니 생일에,  시아버지 환갑까지.... 아~ 이 얼마나 잔인한 3월이며 고달픈 시집살이며 험난한 인생길이란 말인가? 한 마디로 죽을 맛이다. (누구보다  내가 잘안다).

언니와 오빠와 동생들까지 이리저리 찔러주는 봉투를 받으니 미안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이른점심을 먹은 후라 2차는 금남리에 있는 일피노로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영화 '가문의 영광'에서 김정은이 '나 항상 그대를' 부르며 촬영한 곳이라 손님도 많고 특히 우리 가족들이 가끔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 앞으로 시원하게 북한강이 푸르른 강물을 흘려보내고 주변에는 소나무와 어여쁜 꽃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모두 마음에 들어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커피와 라떼와 와플을 주문하는 주현이에게 10만원을 건넸더니 '어림도 없었다'고.. ㅋ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어도 이른봄볕은 아직도 카페위에 얹혔고 집으로 돌아가기엔 뭔가가 허전한 오후라 여기는데 동생이 얼른 '집에가서 쉬다가 저녁에 해장국 먹자'고 한다.

예전에는 우리 집에서 자주 모였는데 시부모님이 계시니 친정식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걸 아주 부담스러워한다.

덕분에 일만 생기면 옆에 살고있는 동생이 덤태기를 쓰기 일쑤다.

 

경향아파트에 가서 남자들은 치매예방을 위해서 고스톱을 치고, 여자들 역시 치매예방을 위하여 수다를 풀어놓는다.

슬며시 성희를 불러들여 작은 봉투를 건네니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애잔한 내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정 그러시다면..."

이라고 웃으며 주머니를 벌리는 성희가 얼마나 귀엽고 예쁘고 든든한지.

성희도 시어머니라고 지나치게 부담은 갖지 않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인다.

쌍둥이해장국 1인분에 9,000원, 비싼 점심과 거한 커피 탓으로 배는 아직 용량이 채워져 있는데 저녁식사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동생이 "언니 슬쩍 나가서 해장국 사와"라는 말에 순종하며 주현이를 데리고 해장국 8인분을 사왔다.

해장국에 동생네 갈치김치에 총각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점심에 먹은 퓨전한식인지 뭔지 보다 훨씬 맛있고 배부르다. 

 

그렇게 미리 보낸 환갑을 치루고 생일을 맞은 오늘아침,

어젯밤 간단히 국을 끓이고 나물을 볶고 전 두어가지에 찰밥을 했다.

특별히 멋지지도 않고 자랑할 만한 무엇도 없고, 오히려 미울 때가 많고 원망스러울 때가 많아서 가끔 혼자서 살고 싶을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생일이라는 이유로 또 이렇게 생색을 내는 나를 보며...

인생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느 새 봄비가 그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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