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밀 정 원
박혜영 / 다산책방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 잃어버린 엄마의 첫사랑을 찾아서..
'혼불'을 쓴 故 최명희 작가를 좋아하니 당연히 그의 문학상이 기다려진다.
4회째로 맞이한 혼불문학상,
1회의 수상작 '허난설헌'을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해마다 기다려진다.
그런데 지난해 수상작은 좀 어이없다는 시건방짐이 들었었다.(작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올해의 수상작은 박혜영의 비밀정원이다.
한국적이고 고전적인 혼불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현대적인 소설보다는 시대적으로나 내용면에서도 옛 것,
향토적이고 전설적인 것, 우리민족의 혼이 실려있는 그런 소설 가운데서 수상작을 고른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비밀정원,
책을 다 읽고나면 엄청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내내 특별한 사건이나 엄청난 파문을 느끼기 못했음은
작가의 문체 때문일까.
여성작가들의 문체는 빛이 날 정도로 반짝거리고 그때마다 질투와 시기심을 느낀다.
특히 신경숙이나 정이연, 전경린이나 김애란의 글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좋아한다.
박혜영의 비밀정원 역시 문체가 독특하고 낱말 하나하나가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한 듯하다.
그러나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하던가.
지나치게 많은 비유와 지나치게 깊은 덧입힘은 좀 식상함마져 느끼게 한다.
글 한줄을 쓰기 위하여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 싶은 마음에 오히려 안쓰러운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내용보다는 단어의 물고 늘어짐이 생각을 흐트려놓고 소설의 전반적인 중심을 흩어지게 하는 것 같아서 애석하다.
강원도 강릉의 노관의 어느 부잣집,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양식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재물이 가득한 집,
세상과는 어쩐지 벽을 쌓고 스스로 城을 쌓고 살아가는 듯한 집이다.
주인공 이 요의 아버지는 이 요를 낳은 후, 장남으로의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고 서른의 나이에 병으로 요절한다.
큰아들의 죽음으로 할머니마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집에는 이요와 어머니와 일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그런중에 독일에서 공부를 하던 삼촌 이 율이 노관으로 돌아오게되면서부터 소설은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이요의 어머니 권의정과 삼촌 이 율은 서울에서 학창시절중 봉사활동에서 서로를 알게되고 이후 사랑에 빠진다.
열렬한 사랑을 하지만 권의정의 가문이 갑자기 기울게 되면서 권의정은 이 율의 형님과 혼인을 하게된다.
물론 이때까지 서로가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했다.
이 율이 형님과 결혼할 사람이 자신의 애인임을 알게되고 권의정에게 독일로 떠나자고 한다.
이율과 독일로 가기위해 집을 떠나오던 권의정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결국 이율의 형과 결혼을 하게되고 이후 노관에서 안방마님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독일에서 돌아온 이율은 권의정을 잊지 못해 사랑에 빠져서 번민하게 되고,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이후에도 이율의 사랑은 변함이 없지만 권의정은 그런 이율을 밀어낸다.
이율과 권의정의 딸이 성당에서 자라고 있고, 테레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율의 딸은 노관에 기억되기 위하여 이요에게 자신의 편지를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하게된다.
결국 이율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채 자살을 하게되고 이후부터 권의정은 이율의 흔적속에서 빛 바랜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뒤늦은 후회속에서 이율의 시를 읽으면서 회한속에서 몸부림치던 권의정이 죽자 이 요는 미국 동부 뉴욕으로 떠난다.
미국에서의 20년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요는 동생인 데레사 수녀(이안)을 만나게 되고, 테레사 수녀의 아들 자경이 이 요의 선배 김경수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이러한 내용만으로 충분히 소설은 애틋할 것이고 애닯을텐데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배경에 대한 집요함, 낱말에 대한 지나친 치장이 이유가 아닐까싶어진다.
1톤의 무게를 1킬로의 무게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작가가 원하던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벼락치듯 할 내용이 고요한 들녘의 가을저녁이나 봄 한때의 나른함같다고나 할까.
다시 1년을 기다리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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