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노래라도 한바탕 부르고 싶은 유쾌한 기분이다.
여름휴가라고 들뜬 마음인데 1년 365일 하고많은 날중에서 하필이면 팔월초에, 대한민국 넓은 땅 중에서도 하필이면 지리산에 들이부은 태풍의 이름이 뭐였더라.
하기사 덕분에 둘레길 맛도 보고 광한루도 구경하고 혼불문학관도 다녀왔으니 아쉬울 것은 전혀 없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낚싯터, 여기서 남원을 하직하고 중부지방으로 옮겨 앉는 것이 남은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누구보다 우리부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월요일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 나를 내려놓은 서방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낚시터로 다시 돌아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가족끼리의 카톡방에서 오빠와 동생의 하루남은 휴가를 기억하고 번개를 쳤다.
화요일 아침 9시 평내광고에서 만나 평소에 언니 오빠들과 함께 가고싶었던 관음봉과 된봉을 가기로 했다.
7시40분에 평내광고에서 급한 일을 하고 있으니 막내가 도착하고 조금있으니 오빠가 도착하고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니 언니들이 도착을 했다.
165번 종점에 주차를 하고 천마산계곡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다리가 아픈 작은언니가 신경에 쓰였지만 오빠가 뒤에서 보조를 맞추어 주면서 따라오니 속도감은 제로이다.
마침 내려준 비 덕분에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더위를 쫓아서 밖으로 나온 이들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물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여름날의 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정겹다.
천마산계곡에서 수진사에 이르는 길 또한 생각보다 녹록하지가 않다. 물론 평소에 자주 이 길을 다니는 우리는 상관없지만 다리가 아픈 언니와 언니를 보조하는 오빠는 좀 힘이드는 것 같다.
화요일은 아직도 많은 시간으로 남았고 우리들 배낭에는 어깨를 짓누르는 먹거리가 가득하여 곳곳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옥수수를 먹고 파프리카와 오이를 먹고 과자를 먹는 시간은 산행하는 묘미속에 큰 즐거움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데 작은언니의 다리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서 수진사가 나오는 길에서 혼자 하산하기로 했다.
낯선 길이지만 별로 멀지않고 무서운 곳도 아니라 믿는 마음으로 언니를 내려보내는데 큰언니와 오빠는 마음이 많이 쓰이는지 계속 염려를 하는데 비해 나와 현숙인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동생을 보내는 언니오빠의 마음과 언니를 보내는 나와 현숙이의 마음밭은 크기가 다르고 속이 다른 듯 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형 만한 아우 없다'인가??
된봉에서 평내로 내려오려던 계획은 작은언니의 하산으로 인해 조정되어서 관음봉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평소의 생활이 운동인 큰언니는 아직도 멀쩡하고, 나를 따라서 산의 묘미를 느낀 막내도 어쩐지 생생한데, 어쩌자고 오빠가 다리가 아프네, 숨이 차네, 오르막이네, 내일 출근을 하네, 민아엄마가 걱정되네..하고 엄살을 늘어 놓는다.
관음봉에서 된봉까지의 길과 된봉에서 평내로 내려오는 길이 예쁜데 아쉽다. 그 길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하며 관음봉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모두들 다리에 바퀴를 달았는지, 달리기 선수들인지,
한시간만에 주차장에 내려오니 작은언니는 여유있게 호평동을 돌아보고 있다.
언니네 조카 진태의 색시가 이모님들과 점심드시라고 금일봉을 보냈다는 소식에 환호하며 토종닭중에서도 옻닭을 주문하고 작은언니가 가져온 커다란 맥주를 한잔씩 나누어 마시니 휴가의 진짜 묘미가 느껴진다.
맥주 한잔에 뻗어누운 오빠, 며느리의 금일봉에 동생들에게 맛난 점심을 대접하는 큰언니의 행복한 여유,
옷닭과 녹두죽으로 가득찬 뱃속만치 우리들 마음에도 행복한 포만감이 넘쳐난다.
진태색시 질부 한미경~~
덕분에 점심 맛있게 잘 먹었고 우리는 행복했었단다.
그런데 언니가 은근히 처음부터 끝까지 며느리 자랑하는바람에 내가 아주 조금 부러웠다는 사실을 우리 성희에게는 하지 말아주길 바래.
태교에 힘써서 건강한 아기 출산하기 바라며 질부도 건강하길 기도할께.
참, 태몽 내가 꾼거 알지?
여름휴가의 끝날,
언니 오빠 동생과의 꿀맛같은 산행길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천마산에 초록이 지쳐서 단풍이 곱게 물드는 그 날,
다시한번 신발끈을 조이고 배낭을 매고서 힘차게 오릅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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