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지리산둘레길 1코스

여디디아 2014. 8. 7. 15:21

 

 

 

 

 

 

 

 

 

 

 

 

 

 

 

 

 

 

 

 

 

 

 

 

 

 

 

 

 

 

 

 

 

 

 

구멍가게만한 사업장도 나름 사업장이랍시고, 어디한번 마음편히 나서질 못하는게 현실이다.

직장인이라면 차라리 토요일도 시간을 낼 수 있고 공휴일도 마음데로 어디든지 쏘다닐 수 있지만,

'내 사업'이란건 그게 잘 안된다. 물론 셔터 탁~ 내리고 '금일 휴업'이라고 써붙이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면 안될리도 없다.

서방이나 나나 그만한 배짱도 없고 행여 누군가 문앞에서 발길을 돌리면 안된다는 욕심에 그러질 못한다.

휴가는 또 어떤가.

몇월 몇일에 좋은 곳으로 날짜를 맞추어 갈 수 있는게 아닌다.

인쇄물을 우리가 디자인해서 공장으로 넘겨서 공동작업으로 마무리를 해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쇄소의 휴가에 맞출 수 밖에 없는게 또한 서글픈 현실이다.

 

매년 8월초이면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올 여름엔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로 다짐하고 미리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다음이니 네이버니.. 모두 뒤져서 둘레길의 코스를 알아보고 차편을 알아보고, 맛집을 알아보고..

그냥 찾아가도 가능할 만치 철저하게 예습을 했지만...

 

8월 1일, 금요일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가서 며칠전부터 준비한 준비물을 챙기고, 며칠간 시부모님이 드실 것들을 다시 점검을 하고, 요양사에게 이틀을 더 봐주십사고 특별부탁을 하고, 8시에 출발했다.

처음으로 찾아가는 남원을 목적지에 두고 달리는 길은 한산했지만 도로비는 엄청나게 비쌌다.

남양주에서 오수IC까지 톨비가 19600원이다. 길은 밀리지 않지만 도로비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남원에서 둘레길 1코스가 시작하는 주천면 안내센터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마을입구 정자를 찾아서 간단한 잠을 자리라 생각했는데 어두워서 찾기가 어렵다.

할 수 없이 안내센터 귀퉁이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잠과 함께 비가 내린다.

 

밤새 내린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줄 모르고, 태풍소식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바람까지 불어제낀다.

간단하게 준비한 우비를 입고 7시30분에 1코스 주천에서 운봉을 향하여 출발을 했다.

출발을 하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냇가의 돌다리를 건너는데 비는 속도가 잦아드는 만치 무게또한 무거워지는가 하는데 소리또한 우렁차다.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고추밭에서 고추가 얼마나 크고 많이 열렸는지, 탐이 난다. 올 고추농사는 풍년인 듯 해서 기분이 좋고, 당연히 고추값도 비싸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걷다보니 낯익은 개미정지, 

개미정지부터 구룡치까지는 완전한 등산코스라고 할 수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커피를 마실 수도 없다.

부실하게 먹은 아침인지라 속도 허전하지만 어느 한 곳 엉덩이를 내려놓고 배낭속에 든 소세지나 오이나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가 없으니...

사진으로 보았던 엄금댁도 나오질 않고, 이때쯤이면 오르막이 끝나리라 여겼지만 여전한 오르막은 쏟아지는 빗속에서 견고하게 버티고.. 평생을 잊지 못할 산행이라는 생각에 나름 운치도 있고 기분도 좋은데, 함께 걷는 서방은 죽을 맛이라고.. ㅋㅋ

 

구룡치를 넘어서자 이쁜 오솔길이 펼쳐지고 이쁜 오솔길위로 가득하게 고인 빗물은 등산화를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적시고 끝내는 온 몸을 서늘하게 적시는 묘한 재주를 가졌으니..

지칠 때 쯤에 나타난 회덕마을, 회덕마을 입구에 낯익은 포장마차가 보이는데 자물쇠가 굳게 걸려서 나를 놀라게 한다.

문을 흔드니 안에서 할머니가 '일찍도 오셨다'며 우리를 반기는데 그제서야 9시 반이 되었다.

이곳에 들리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막걸리와 파전을 주문했는데 곁가지로 나온 김장김치 맛이 곰삭아서 일품이다.

평소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역시 즐겨먹지 않은 라면까지 추가로 했으니..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라면 하나까지 딱 만원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호구조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까지 마치고 일어서서 노치마을로 향했다.

 

비는 여전히 노치마을을 감싸고 덕산저수지를 감싸고 가장마을을 품으며 우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다행히 길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비를 그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하고, 우리처럼 비옷으로 몸을 감싸고 걷는 부부를 하릴없이 불러세워 커피 한잔도 대접하는 여유를 부리니 이것이 힐링이 아닌가 싶어진다.

낯선 사람을 불러서 커피 한잔을 대접하는 일, 빗속에, 바람속에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며 누군가 불러세워서 커피 한잔을 대접한다면 참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일 것 같다는 생각에, 서방이 잠시 착해보이기까지 한다.

 

운봉마을에 도착을 해서 아름답다는 서어숲에 들어가 사진 몇장을 찍고 버스정류장에서 주천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어나무숲을 돌아서 나오니 삼산마을 버스정류장이 있고  정류장 뒷편으로 소나무공원이 있다.

오래된 소나무가 기품이 서렸고 진정 명품소나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깨끗하게 조성된 소나무공원, 멋진 소나무가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은 일상에 지친 나를 힐링해 주기에 충분하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운봉목기'란 공장에서 핸드폰을 받아들고 밧데리를 충전해 주시는 경찰관,

덕소에서 고향으로 전출해왔단다. 남양주를 알고 덕소와 마석을 함께 알고있다는 이유로 급 가까워지는 친근함..

잠시 충전을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데, 서방은 건너편에서 낯선 이들과 수다를 풀고, 나는 우산을 받쳐든채 버스를 기다리느데,

참 내.. 이 놈의 인기는 인물탓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착함 탓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골에서 갑자기 낯선여자가 탐스러웠을까? 

지나가던 생수차가 슬금슬금 뒤로 오길래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데 차를 타란다.

주천까지 간다는 나를 픽업하길래 맞은편 서방을 불렀더니 운전사 양반 표정이 잠시 흔들린다.

덕분에 주천까지 잘 도착해서 둘레길 하루를 마무리 했으니.... 여전히 비는 머뭇거림없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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