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라!

포천 종자산

여디디아 2014. 6. 16. 11:08

 

 

5월 산행을 취소한 새마을금고에서 6월 산행은 포천 종자산 642m이라는 문자가 왔다.

그 정도의 높이면 별로 힘들지 않고 다녀올 수 있겠다는 생각과 이른아침(7시)에 출발하여 다녀온다는 소식이 반가운데 지금까지 한가하던 사무실이 지난주간엔 모처럼 바빴다.

다녀온 후에 남편이 '은근히 가지 않았으면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내었듯이, 사무실이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나서는 내 발걸음도 짊어진 배낭의 무게만큼 조금 묵직했던 것도 사실이다.

 

7시10분에 출발한 버스는 9시가 되어 포천 종자산 입구에 도착했다.

왕복시간과 점심시간을 합해서 4시간 30분이라는 인솔자의 설명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선 산길엔 이슬이라기엔 과함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이슬이 만다고 하는데, 어쩐지 나는 이슬로 인정하기가 싫다.

이슬이라고 하기엔 땅까지 흠뻑 젖었고, 비라고 부르기엔 분명 우리가 살고있는 남양주에는 한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으니..

내 둔한 머리의 한계는 '이것이 이슬인지, 비인지'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명쾌한 대답을 해준다.

'오늘아침에 소나기가 한바탕 지나갔다'고..

그제서야 무거운 머리가 끄덕여지고 아둔한 머리가 비워진다.

 

산을 오르는 길은 오르막이고 여기저기 별로 크지도 않은 바위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놓여있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바위와 계단이 놓여있어 스틱을 접은채로, 앞사람에게 부딪칠까 조심하고, 행여 나 때문에 뒤사람이 다칠세라 주의해야 했다. 서로 노력을 함에도 앞사람의 스틱이 뒷사람의 얼굴앞에 오락가락하고, 뒷사람의 발끝이 앞사람의 스틱을 밟는 일이 발생한다.

바위로 된 오르막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지만 길은 다소 험하기는 하지만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오랫만에 산행에 동참한 이들이 힘들다고 헉헉대지만 모처럼의 낯선 산은 나에게는 재미로 다가오는 것을 보니 진정 전문산악인이란 말인가!! ㅋㅋㅋ

1시간을 올라서니 능선이 시작되고 능선길을 따라가니 금세 종자산 정상이 나타난다.

옛날 어느가문 2대 독자에게 시집을 간 여자가 몇년이 지나도 아기가 없자 종자산에 있는 굴에 들어가 백일기도를 올렸다. 그 이후로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씨앗을 받았다는 의미로 종자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 여기저기 인증샷을 하고나니 10시 30분, 하산길에 들어서니 앞에서 이미 점심상을 펼치고 있다.

평내교회팀은 굳이 새참이라 우기며 밥상을 펼쳤다.

계절에 맞게 상추쌈과 이런저런 반찬이 늘 푸짐하여 지금까지 산을 오르느라 흘린 살들이 친구까지 불러들여 다시 살로 붙어지는,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ㅠㅠ

 

점심식사후 하산길로 이어지는데, 올라갈 때처럼 내리막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래로는 절벽을 이루고 낭떠러지를 이루어 오금이 저려오는데  남들은 태연하다.

아무래도 초등학교때 폭포에서 굴러 떨어진 기억이 나를 사로잡는것 같다.

꺾어지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여기저기서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무릎이 조금씩 이상증세를 나타내어 옆으로 살살 걸어서 내려오는 수 밖에 없다.

 

중리저수지로 내려오니 선두팀은 30분간 우리를 기다리느라 지쳐있다.

본의 아니게 낯선 분이 힘들어하셔서 우리는 거기게 맞추느라 늦었는데, 미안한 마음이다.

일찍 출발한 길은 또 일찍 우리를 데려다준다.

너무 일찍 돌아와서 '서방님께 혼나지 마라'는 총무님의 애교어린 인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날마다 조금씩 짙어가는 산하처럼, 나도 조금씩 짙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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