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침 단체사진은 기본^^*
샤로니숲길에서 큰언니가 모닝커피 쐈다^^* 한잔에 천원
한라산 만세동산을 조금 더 지나서...
한라생태숲
23일저녁 내가 준비해간 호박죽
주현이가 이모님들 대접한 네거리식당의 갈칫국
제주흑돼지오겹살과 풋마늘장아찌와 무침, 햇고사리무침, 정갈하고 알뜰한 맛이다.
두툼한 오겹살을 보자니 두고온 서방생각에 눈물이 확~~ 믿으려나..
한라산에서 하산 후 정호가 이모님들께 제주흑돼지오겹살 대접..
막내가 대접한 우도에서의 냉커피
성산포에서 둘째언니가 대접한 돌문어볶음...
한라봉 막걸리(술이 아니라 발효한 엑기스 맛이다)
우도에서..
어젯밤, 제주도의 산새들과 밤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다섯자매의 수다를 들었으니, 그들도 즐거웠으리라.
깔깔 넘어가던 웃음소리가 어느순간 재잘거림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시계가 돌아갈수록 소곤거림으로, 다시 속닥거림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제주도의 새벽이 희끄무레한 안개와 함께 한화콘도 678번 방앞에서 노크를 하고 있다.
커튼을 열어젖히니 창문너머에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는 나처럼 바삐 움직인다.
제주도의 첫아침,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저 묵묵한 산에게 나는 반가운 손님일 것이고, 우짖는 새들에게는 낯선 나그네일 것이어서 더욱 기분이 상쾌하다. 낯선것과의 부딪힘은 어색하거나 머뭇거림보다는 설렘이고 기대이고 부푼 희망일 뿐이다.
뒤척이는 언니들과 동생들, 젊다는 이유로 아직도 한밤중인 정호가 나의 몸놀림에 잠이 깰까봐 조심하여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을 위해서 세일하는 찹쌀을 사놓았었고, 동생에게 얻은 붉은 팥을 삶았었고, 소금과 설탕을 조금씩 준비했으니,
자매들과의 아침식사는 이미 행복하기만 할 것임을 나는 미리 알고 있다.
큰언니와 현숙이는 우리몰래 짰는지, 둘이 멸치볶음과 김을 준비하고, 작은언니는 보현산에서 먹은 비비추와 취나물을 장아찌로 담아왔다. 지난가을 담은 총각김치와 콜라비와 오이를 함께넣은 장아찌, 풋고추와 멸치와 호두를 함께볶은 멸치볶음을 내가 준비했다.
아침식사는 커피 한잔으로 대신하는 육십이 넘은 큰언니의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의 행선지 한라산을 향하여 출발이다.
8시30분까지 오시기로 한 박영기씨가 조금 늦어진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도 고사리 대열에 합류한다. 이미 누군가의 손을 거쳐간 고사리지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고사리와 달래를 한줌씩 거두어들인 후, 박영기씨를 기다리며 길가에 앉아 아침에 준비한 커피를 한잔씩 나눈다.
8시40분에 도착한 봉고를 타고 한라산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산천단이라는 곳엘 들러 포토타임을 가지게 하는 박영기씨의 마음씀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전에 다섯자매는 이미 여고생으로 돌아가있다.
600년이 된 소나무 앞에서 소녀가 된듯한 포즈를 취하고 바위돌위에서 다리를 뻗기도 하고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떠밀어보기도 하며 깔깔거리는 시간에 제주도가 들썩들썩거렸음을 고백한다.
영실탐방에서 시작하기로 한 한라산행은 박영기씨의 추천으로 어리목으로 시작을 하여 어리목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한라산,
아~~ 그 이름만으로 벅찬 감동이었던 한라산을 정녕코 내가 오르고있다는 말인가!!
나만의 기분인줄 알았더니 다섯자매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이고 똑같은 감동이고 오차없는 감격임을...
다리가 아픈 작은언니를 위해 큰언니와 동생들이 번갈아 동행을 하고, 일주일에 서너번 산행을 했다는 자랑으로 나는 리더를 했다.
처음부터 나무계단이 헉헉거리게 만들어 언니와 동생들을 긴장시키고 어쩐지 내가 미안해진다.
나무계단을 지나 사리재공원에 도착하니 그때부터 별천지이다. 세상에 세상에~~~
샘터에서 마시는 물은 달착지근하여 한잔으로는 아쉬운 마음에 두세잔을 벌컥거리며 들이켠다.
'물이 달다'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한라산 중턱에서 물 한잔씩을 들이키고 각자 배낭에서 간식을 꺼낸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진태가 보낸 막대사탕(1학년 아이들이 선생님께 선물한 일종의 뇌물??이다)과 초코렛, 떡과 과자를 먹으니 힘겹게 올라온 저 지난한 나무계단들을 버티고 올라온 다리가 대견할 수 밖에...
샘터를 지나고 오르는 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이다.
끝없이 펼쳐진 너른초원, 멀리 보이는 백록담의 서슬푸른 위엄앞에서 스스로 알 수 없는 엄숙함을 느끼게 되는건 산이 주는 웅장함 때문일까? 만세동산을 지나고 윗세오름을 향하다 멀리 보이는 백록담을 바라보며 목표로 했던 남벽분기점을 포기했다.
나무로 된 길 위에서 신발을 벗고 드러누워 몸과 마음을 풀어헤치고 한라산을 올랐다는 이유로 우리는 마음껏 자만해지고 교만해지고 당당해져 있었다.
하산하는 길은 내가 작은언니와 동행을 했다.
오르막보다 힘든 내리막이라고 했나.. 물론 내게는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수월하다.
언니와 함께 주현이의 결혼생활과 인아의 탄생과 인아의 존재에 대해서, 새롭게 가족이 된 성희에 대한 마음과 성희가 오고난 후의 집안의 분위기와 성희로부터 얻게된 감사의 조건들을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는 시간 또한 귀하다.
하산을 하고나니 3시가 되었다. 늦은 점심과 이른저녁을 위해 정호가 제주흑돼지오겹살을 쏘기로 했다.
제주도에서도 유명한 '이참제주오겹살' 이라는 식당으로 박영기씨가 우릴 인도한다.
두툼한 돼지오겹살과 햇고사리볶음, 풋마늘장아찌와 마늘무침과 콩나물무침, 된장찌개속에 든 꽃게 때문에 더욱 시원하고 알큰한 된장찌개의 맛, 산행 후 한잔씩 들이켜는 맥주의 쓴 맛이라니!!
"술이 달다"라는 내 말에 동생이 "언니 입에 달면 다른 사람 입은 더할 것도 없다. 더 마시자"라고..
청안 이씨 딸들의 주량은 평균 맥주 한잔이다. 작은언니와 동생은 두잔쯤 되는 것 같다.
돼지오겹살은 정말이지 맛이 일품이다.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 양도 넉넉하여 1인분씩을 먹어도 배가 불러온다.
엄마를 위해서 휴가까지 얻은 정호가 대접한 오겹살의 맛은 그야말로 끝~~내 준다.
식사를 마치고 콘도로 가기에는 조금 이른듯한 시간,
이제는 우리가족같은 영기씨가 우리를 한라생태숲으로 인도한다.
'남는건 사진 뿐'이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며 생태숲에서 철쭉으로 얼굴을 포장하며 찍기도 하고, 나뭇걸에 올라앉아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의 몸 속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웃음이 담아졌던지,
하고 또해도, 웃고 또 웃어도 끝없이 술술 나오는 소리와 소리들...
어젯밤의 설침과 오늘의 고단함이 평균연령 50을 훌쩍 넘은 여자들을 피곤케 하는 것을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어쩌자고 몸은 자꾸만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그리하여,
일찍 콘도로 돌아와 준비해간 호박죽으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때우고 쉬기로 했다.
ㅎㅎㅎ
내일은 우도로 가기로 했는데 저녁이 되니 여기저기 패션쇼가 펼쳐진다.
은근히 멋을 부리며 이쁘게 보이고 싶은건 우리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를 맞은 한라산은 우리가 편안하게 쉬기를 바람으로 알맞은 바람과 알맞은 공기로 우리 몸과 마음을 감싸안고
내일 우리를 맞이할 우도는 이 밤 푹 자야 내일을 버틴다는 몸짓으로 이른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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