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진천농다리

여디디아 2013. 11. 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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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늘 진천농다리가 보인다.

인공으로 만든 듯한 폭포가 길게 보이고 여름이면 하얀 물줄기가 주춤주춤 떨어지는 곳,

무슨 강인지는 모르지만 강 가운데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가 징검다리로 놓여져 있는 곳,

아무래도 저 울퉁거리는 바윗돌이 농다리인가 보다..언제인가 반드시 내 단단한 두 다리로 저 바윗돌을 디디고 건너편 언덕위에 올라가서 팔각정 꼭대기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내려다보며 느긋한 커피 한 잔을 하고야 말리라.. 여기던 곳이다.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며칠은 별러야 하고 몇가지의 작은 희생은 치루어야 한다.

올해 결혼 30년차라 울릉도에 가기로 했었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여건상 예약했던 울릉도행을 취소하고나니 세현이가 회사에서 운영중인 호텔을 예약했다고 하니 못이기는척 하며 나서는 길에 여전히 동생은 평내광고를 토요일과 월요일에 지켜야 하고 사흘간 드실 시부모님의 음식을 장만하려니 이또한 분주하다.

 

토요일아침, 동생과 함께 출근을 하고 간단한 설명을 마친뒤 중부고속도로에서 진천IC로 진출한 뒤, 네비가 가르켜주는데로 달리고 나니 텅 빈 들판과 강 앞에 우뚝 선다.

황당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살피니 멀리 주차장이 보이고 가을비속에 우산을 든 사람들이 서성이는 모습이 보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많은 가을날 하필이면 오늘, 진천에 들어서니 가을비가 후두둑 떨궈진다.

진천농다리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차량들이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넓어 주차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농다리 입구에 호떡을 팔고 특산물을 팔고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판매하는 것을 보아하니 이미 이곳도 관광지가 되었다.   

 

조심스레 내리는 가을비를 우산으로 받치며 들어서니 고속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초평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데크로 만든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데크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서 한바퀴를 걸어 데크로 돌아오기로 하고 나선 길은 가을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

임도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니 어느순간 길이 뚝 끊어지고 산길이 낯설게 막아선다.

산길을 내려가니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출렁다리로 내려서는 길이 아찔하게 위험하다.

한발 잘못 내디디면 바로 강으로 추락하게 생긴 길은 농다리를 관리하는 곳에서 특별히 대책을 세워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듯하다.  

 

출렁다리를 건너보는데 울렁거리고 출렁거리는 기운이 나를 무섭게 만들어 결국 끝까지 건너지 않고 중간에 포기를 하고 데크로 들어섰다. 처음 시작점까지 이어진 데크에는 날씨탓인지 사람이 많지를 않아서 아침에 준비해간 찰밥을 펼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보온도시락에서 꺼낸 찰밥과 불고기와 북어채무침이 특별한 맛이다.

초평지를 에워싼 데크를 나오니 농암정으로 향하는 길은 아득한 오르막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자니 뒤에서 걸쭉한 남정네의 목소리로 '아버지'를 연발한다.

 

농암정에 오르니 한눈에 초평지가 들어오고 중부고속도에서 오가는 자동차들이 들어온다.

언제인가 해보리라 마음먹은 커피를 폼나게 마시며 중부고속도로를 내려다보는 것,

역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가을비 우산속에 걸어본 진천농다리,

갑자기 우리집 다섯자매가 함께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농다리를 깨트리고 초평지의 물을 들썩거리게 만들 다섯자매의 웃음소리가 내 귀에 이미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