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에서의 아침
ECO랜드
무인카페
어제 한라산행을 마친 후, 조금 피곤한 탓이었는지, 어제보다는 조금 느리고 쳐진 아침이다.
오늘아침은 주현이가 이모들과 식사나 한번하라고 준 용돈으로 갈칫국을 먹기로 했으니 아침시간이 의외로 한가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씻고는 꽃단장을 하고, 모자를 번갈아 써보고 반팔티셔츠도 입어보고, 남는건 사진뿐임을 의식하고 어떤 옷이 사진에 잘 나오며, 무슨 옷이 남들 눈에 예쁘게 보일지 모두들 신경을 쓰는데, 나만 그냥 편안하게, 입던 그대로의 옷으로 입는다.
저녁에 사진을 보니 모두가 패셔니스타들인데 나만 처량하게 나왔다는 가슴아픈 사실이다. 다음부터는 신경써야지...
일찍 대기중인 영기씨가 한라산의 氣를 한번 더 받아야한다고 샤러니숲에다 우리를 내려준다.
큰언니가 커피 한잔씩 쏜다며 성큼 커피값을 지불하고, 우리는 커피 한잔을 쥐고서 잡을 수 있는 온갖 포즈를 취해본다.
샤려니숲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우리는 작년이맘때를 추억하며, 평생을 잊지 않을 추억 하나를 마음속에 하나씩 심는다.
아침식사를 위해 찾은 네거리식당, 큰언니가 추천하는 갈칫국, 어쩐지 비릿할 것 같은데 예상과는 달리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다.
국 그릇속에 갈치 한마리씩(3~4토막) 들어있어 뼈를 고르고 갈치살을 먹으니 살살 녹는 맛이다.
주현이가 대접하는 아침이라서인지,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간다. ㅋㅋ
갈칫국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뒤 쇠소깍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영기씨는 우리에게 작은 것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마음이어서 고맙다.
시간으로 볼 때 벅차기는 하지만 쇠소깍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맘때에 수학여행오는 학생들 대신에 우리가 수학여행의 묘미를 즐긴다.
쇠소깍에서 출발한 봉고는 우도로 우리를 데려간다.
커다란 배를 타고 우도에 입성하니 걸어갈 길이 꽤 멀다. 예전엔 걸어서 간 듯 한데...
우도에서만 다니는 개인관광버스가 있어서 1인당 5,000원하는 왕복 티켓을 사고는 우도로 들어갔다.
멀리서 뵈는 우도는 아득한 평화가 바닷물위에서 넘실거린다.
어제 무리하게 걸은 작은언니는 일찌기 포기를 한채 아래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는 우도봉까지 가서 내려왔다.
멋진 커피숍이 있다길래 찾아보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넓은 잔디밭에서 다시한번 다리를 올리고 내리고, 누워보고 앉아보고, 신발을 벗느니마느니, 점프를 하느니 몸이 무거워서 안된다느니, 점프 대신 옆에서 밀어보고 넘어지고, 아닌척 다시 밀치고 뒤집고.. 정말이지 육이오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는...
평화가득한 우도를 구경하고 내려오며 시원한 아이스커피는 이번여행중 가장 부담없는 막내의 몫이다.
우도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탔는데 기사분이 우도를 소개하시며 얼마나 감칠난 설명을 하시는지, 차비가 아깝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관광객의 80%는 중국사람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그나마 60대 이후의 어른들 뿐이다.
우도에서 나와 돌문어볶음을 먹기위해 성산포로 향했다.
영기씨가 안내한 돌문어볶음집은 작으마하지만 앉을 자리가 없을만큼 만원이다.
매콤하고 쫄깃한 문어볶음은 우리가 쉽게 먹는 낚지볶음과 같은 종류이다.
돌문어를 직접 공수해서 음식을 한 탓인지, 문어가 달고 쫄깃하며 감칠맛이 난다.
함께 주문한 한라봉 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며 우도에서의 시간들을 켜켜히 마음속에 쌓아둔다.
저녁비행기로 떠나야 하는 동생들이기에 빠르게 이동을 했다.
영기씨의 추천으로 에코랜드를 향한건 걸어야 할 곳이 아니고 기차가 다리를 대신해서 움직여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ㅋㅋ
네개의 역이 있고, 역에서 내려 구경을 하다가 다음 기차를 타게되어 있어서 마음껏 돌아보아도 좋은 곳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는 첫번째 역에서만 내려서 에코랜드안에 있는 호수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예쁘고 멋지게 조성되었는지, 깜짝 놀랐다.
다음 역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라는데 나는 그만 우리천사 인아가 몹시도 보고파진다.
인아를 데려와야 하는건데.. 다음에 꼭 데려와서 기차도 태워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이쁜 꽃들도 보여줘야지...
언제부턴가 아가들을 위한 것만이 눈에 쏙쏙 심어지는걸 보니 할머니가 확실하다. ㅋㅋ
에코랜드를 구경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무인카페로 향했다.
지난번에도 영기씨가 무인카페를 소개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들리지 못한 곳이었는데, 카페는 넓고 위아래층이 아주 이쁘고 아담하게 꾸며져있다. 바다를 향하여 넓은 창문이 있고 나무의자와 인테리어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2000원씩하는 커피와 차를 마시고 이제는 작별을 할 시간이다.
동생들이 공항으로 가는동안 내일아침에 출발할 언니둘과 나는 도두봉(섬머리)라는 작은 공원으로 향한다.
도두봉에서 동생들과 작별을 하는데 진숙이가 눈물을 흘리며 아쉬어한다.
이렇게 다섯자매가 또 언제함께 여행을 하게될지, 그때까지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자라는 눈물의 의미가 애닯아서 마음이 묵직하다.
만남은 늘 이별과 묶여진 것이기에 이별의 슬픔또한 우리가 견디어야 할 몫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도두봉공원에서 세 자매가 남았는데 갑자기 세상의 절반이 사라진 느낌이다.
머리위로 지나는 저 비행기안에, 동생들이 탔으려니....
무사히 청주공항으로, 김포공항으로 도착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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