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두근두근 내인생

여디디아 2014. 4. 21. 14:04

책표지를 클릭하시면 창을 닫습니다.

 

 

두근두근 내인생

 

김 애 란 / 창 비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

 

최미라와 한대수,

체고에서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다가, 심판에게 항의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해서  선배들과 같은 체육부원들께 죽도록 얻어맞고도 모자라 정학까지 당한 체고생 한대수,  고2.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곧잘해서 전교에서 10등안에 들지만 어딘가 심심하고 무언가가 되고싶어서 근질근질한 고2의 최미라,

고모댁 축의금을 전할 심부름을 하다가 가출을 생각하고, 어딘가로 가보고싶어서 길을 택한 것이 길을 잃고 헤매이게 만들고

결국 한대수를 만나게 되는 과정.  

아무 대책도 없이, 어른이 될 생각도 없이 문득 아빠 엄마가 되어버린 철딱서니 문제아들이다.

열일곱에 부모가 된 이들보다 더 기함을 하게되는 것은 물론 그들의 부모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시작한 인생,

출산을 하고 아들을 낳고 이름을 아름이라 짓는다.

뻔한 스토리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지지리 고생하는 이들의 삶은 준비되지 못한 불장난의 결과이기도 하다.

 

아름이가 세살때부터 조로증에 걸려 평생을 병마와 싸우는 이야기이다.

마음은 아직 어리기만 한데 몸은 일찍부터 늙어가는 병,

TV 방송에 출연을 하게되고 그로부터 겪는 에피소드들,

처음 가져보는 설레임과 사랑이라는 말,

그리고 까무룩한 배신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만치 또 성숙해 가는 이야기다.

서른넷의 부모가 열일곱의 아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잔혹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즘 세태로보면 충분이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매스컴을 통해서 보면 미혼모의 나이가 많으면 이미 미혼모가 아니듯이, 십대 후반과 아슬아슬하게 넘긴 이십대 초반의 여자아이들이 엄마가 되고 감당할 수 없어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는다는 사실을 자주 듣는다.

그나마 글의 주인공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끝까지 부모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거기다 난치병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아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부모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서른넷의 나이에 열일곱의 아들,

그 아들이 생사를 넘기며 아슬아슬하게 생을 이어가는 모습과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모습,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알차고 심각하고 진지하기까지 하다.

 

김애란의 글이 이렇게 세밀하고 유쾌하고 진지할줄은 몰랐다.

미라와 대수의 이야기에서는 소리내어 웃을 수 밖에 없고,

조루증으로 앓고있는 아름이의 마음을 보면 깊은 우물속같은 융숭한 마음을 들어다보게 된다.

 

낱만 하나하나가, 글 한줄한줄이, 단어 하나하나의 연결고리가,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와 나뭇잎이 변해가는 모습과, 바람의 소리와 바람의 무게까지,

계절의 변함이 어떤 것인지, 계절의 색깔이 어떤 것이며 색이 바뀔 때의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참으로 신기하게 표현해 놓았고 경이롭기까지 할만치 아름답기만 하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는 사춘기 학생들의 단순한 사랑놀음이려니 했지만 글을 읽다보니 한 인간의 내면이 이렇게까지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열일곱의 나이에 이런 넉넉한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김애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봄꽃의 아름다움만치 반갑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한채, 진도앞바다에서 바닷물에 삼켜진 여린 생명들이 비통한 오늘,

우리의 눈물이 모두 보태어져 실종된 사람들의 생명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면

우리 1년이라도 울 수 있으련만...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예수인가?  (0) 2014.05.12
노예12년  (0) 2014.05.02
구름기둥  (0) 2014.04.10
사랑의 메신저  (0) 2014.03.28
사월의 미 칠월의 솔  (0) 201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