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여디디아 2014. 3. 14. 22:57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 연 수 / 문학동네

 

 

김연수,

언제부터인가 그의 글은 내게 좀 질기다.좋아하지도 않는 마른오징어를 질겅거리며 씹듯이, 아무리 씹어도 단 맛이 나질 않고 찝찔한 맛이 우려날 뿐, 쉽게 뱉어버릴 수도 없는 것처럼 질기고 찝찔하다는 것은, 그의 글이 내게는 난해하다는 것이기도 하고  결국 나의 독서력의 한계를 느끼게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내게 있어서 글이란 읽을 때의 재미와 ,읽을 때의 감동과, 읽고 난 후의 슬픔과 ,기쁨과 즐거움이 한동안 나를 지배함으로 마치 책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런 내게 마른 오징어를 씹는듯이 질기고 맛 없는 글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김연수의 글이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책을 고를 때 유독 신경을 쓴다는 것이 옳겠다.

 

이번 책은 순전히 제목만으로 구입했다고 하면 이상할까?

사월의 미와 칠월의 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는 궁금함이, 궁금함 보다는 단어가 참 이뻐서 고르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사월이라고 일년 열두달 중의 사월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고 아울러 솔이라고 해서 도레미파중에서의 솔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그것이 빗소리가 내는 音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 역시 나의 한계는 유한하다. 푸하하~~

 

이번 책은 김연수의 글이 맞나.. 싶어서 몇번이고 책장을 덮고 작가를 확인했다.

마른오징어가 아니고 자꾸만 손이가는 포실한 찐감자 같기도 하고 노란색이 야무진 달콤한 찐고구마의 유혹같기도 했으니까...

글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정이 묻어나며 사람사는 냄새가 가득하다.

어려운 이야기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일상속의 우리의 모습,

우리집의 모습이기도 하고 이웃의 모습이기도 한 그런 소소하지만 의미가 가득하여 이로 인하여 슬퍼하며 이로 인하여 기뻐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이다.

특히 가족의 이야기가 많아서, 그 가족들이 아귀다툼하듯이 살아가는 것 보다는 서로를 세워주며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다둑여주는 모습이 많아서 참 좋다.

김연수에게 이런 따사로운 모습이 있다는 것은 그의 삶 역시 지나치게 어렵거나 모난 것이 아니라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서 한결 가까운 느낌을 갖는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어느 여배우의 회상이다.

카와 이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한 여자의 일생을 되짚으며 추억을 새겨보며, 지나온 날의 사랑과 사랑의 그림자, 가족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와 그를 통해서 듣게되는 일상의 이야기가 즐겁다.

특히 함석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의 표현이 정말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일품이다.

사월에 내리는  빗소리는 도레미 중의 미 음이 나고 칠월에 내리는 빗소리는 솔 음이 난다는 표현은 정말 멋지다.

어떻게 남자의 마음속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가을이나 겨울에 내리는 빗소리의 音은 어느 것일까.. 싶어져 나는 자꾸만 묻고 싶어진다.

그러잖아도 비를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비만 내리면 나는 계이름을 맞추느라 킁킁거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단편소설이 묶여진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지나치게 세련되어서 책을 읽는 불편함이 없고 지나치게 역사속으로 파고듦으로 머리가 아프지 않아서 좋고 이웃간의 다툼이 있어서 이웃에게 향한 손을 거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좋았고 가족이란 영원히 나의 일부분이며 그들을 세우며 이해함으로 나를 지탱하는 힘이란걸 깨닫게 해줌으로 다시금 살아갈 이유를 확인해 주어서 감사하다.

 

김연수답지 않은 글,

새 봄에 아지랑이 같은 사랑을 날려버리지 않고 사랑을 퍼트리며 전하는 날들이길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하며

좋은 글을 써주신 김연수씨,

땡큐입니다. 

'독서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름기둥  (0) 2014.04.10
사랑의 메신저  (0) 2014.03.28
통영의 딸  (0) 2014.03.07
붙들어주심  (0) 2014.02.28
고맙다  (0) 201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