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옳을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끼니때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괜히 아가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비질비질 나오고
돌아보면 서방도 실없는 사람처럼 실실 웃고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사진만으로 이미 동생도 조카도 언니도 세현이도 이쁘다고 난리가 아니다.
이쁜 것만 아니라 모두가 눈물이 난다고 하니, 눈물은 반드시 슬픔만이 아니라 기쁨의 최고의 표현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한다.
11월 19일이 예정일인 성희가 10월에 조산끼가 있어서 2주간을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출산하기에는 아기가 너무 작아서 보름만에 퇴원을 하고 다시 기미가 보이면 아예 출산을 하기로 하고 퇴원을 했는데
퇴원후에는 다행히 별일 없이 잘 지낸다는 소식에 감사했다.
11월이 되자 서서히 걱정이 되고 언제쯤 요란하게 울려댈지 알 수 없는 전화기는 24시간 눈에서 떠나지 않는 거리와 손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두고 지냈다.
지난주일, 일주일만에 집에온 세현이에게 밥 한끼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얼굴한번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주일날 교회에서 청년부 예배시간에야 말이라도 나눌 수 있었다. 예배 후 바로 음성으로 내려갈 세현이가 섭섭해서 함께 저녁식사라도 하기로 했다. 옆집에 오픈한 항아리 보쌈에서 보쌈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문득 해산일을 기다리는 성희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시어머니 명령이 아니고 네 선택이니 저녁먹으러 올래? 보쌈먹고 힘써서 애기 순산해라"고 하자 선뜻 오겠다고 하는 성희가 이쁘다.
오랫만에 다섯 식구가 보쌈과 막국수와 해물파전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그냥 보내기가 아쉽다.
정육점에 들러서 갈비살과 돼지목살을 포장해서 열심히 먹으라고 부탁을 했더니 월요일 저녁에 전화가 왔다.
"어머니 갈비살은 어떻게 먹는거예요?"라고..
"그냥 후라이팬에 구워서 소금과 참기름, 후추를 넣어서 찍어 먹으면 돼. 너네 왜 불쌍한 척 하니? ㅋㅋ"
꿈을 꾸는데 우리목사님이 우리집에 오셔서 기도를 하시는 중이다.
성경책을 들고서 기도를 하시는데 주책같이 내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서 기도중에 나가서 전화기를 꺼내 얼른 껐다.
끄자마자 다시 울리는 전화벨소리, 이건 꿈이 아니고 새벽3시에 울리는 내 휴대폰이 틀림없다.
액정에 김주현이라는 하얀글씨가 켜진 것을 보니 '올 것이 왔구나' 싶어진다.
"병원에 왔는데 아침이 되어야 출산할 것 같다"는 주현이의 전화이다.
전화를 끊고 순산과 산모와 아기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나니 잠이 확~~ 달아나고 성희가 겪을 고통이 안쓰럽기만 하다.
아침부터 기다리다 못해 몇번의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진통중이라고 하더니 11시 30분이 되어서 해산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두어시간 후에 아가의 사진이 보내졌다.
'정말이지 살다 살다 이렇게 이쁜 아가는 처음본다'는 호들갑을 떨고 보고 또 보고 이리저리 사진을 전송하느라 바쁘다.
이르게 사무실을 닫고 달려간 분당의 메디파그 산부인과,
힘없이 누운 성희와 아가를 지켜보는 주현이, 아무것도 모른채 잠을 자는 천사같은 아가.
새삼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소중함이 얼마나 고귀한 것이며 우리에게 큰 축복인지를 깨닫는다.
태명이 뿌뿌인 아가,
이쁘게 잘 자라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길 기도한다.
2013년 11월 19일 오전 11시 25분
2.88kg으로 건강한 여자아기가 태어났고
그 시간 나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김주현, 김성희씨,
멋진 아빠와 엄마가되길 바라며 하나님이 주인되시는 가정되길 소원하며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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