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내새마을금고에서 대의원을 상대로 강원도 여행이 있었다.
단순히 강원도 일원이라는 문자만으로는 도대체 어디로 우리를 데려가는지 몰랐는데 이른아침 마을금고앞 3번전세버스에 오르고도 한참이 지난후에야 3호버스의 리더인 새마을금고 최과장이 일정을 설명한다.
낙산사에 도착해서 낙산사를 구경한 후 점심으로 회를 먹을 것이며 이후에 주문진으로 향하여 주문진에서 크루즈여행을 할 것이라는 감미로온 일정에 돌아오는 길에는 한식뷔페로 저녁을 먹게될 것이라는 환상적인 일정이다.
물론 나는 대의원인 남편이 사무실을 지키고 대타로 들어가고, 대의원 여행을 위해 남필희집사는 올 봄 정기총회에 참석해서 대의원이라는 자격증을 취득, 예전부터 대의원이던 이경자집사와 함께 우리는 공짜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8시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8시30분이 되어서야 출발을 하고 단풍이 절정이라는 사실탓인지 설악산으로 향하는 길목은 만원이다. 이리저리 밀리고 밀린 덕분에 한계령을 돌아가는 길에 고운 단풍구경을 하며 단풍이 떨어져 낙엽이 되기전에 단풍구경을 가자고 약속을 하고 말았다.
강원도 산을 통틀어 설악산이라고 하는것일까,
한계령을 돌아가는 길목마다 정말 어여쁘고 화사한 단풍이 계곡물과 함께 우리 마음을 빼앗는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수십번의 고갯길에도 지치지 않고 멀미를 하지 않는 것은 다만 고운 단풍 때문이리라... 여기며.
낙산사에 들러서 관람을 한다던 계획은 단풍철이라는 이유로, 우리만이 아니라 수많은 차량들이 설악산으로 향했다는 이유로,
관광보다는 배가 더 고프다는 이유와 회를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포기한채로 바로 점심식사가 준비된 식당으로 갔다.
미리 정돈된 자리에 앉아서 회를 먹는데 술을 먹지 않는 우리팀은 남들이 두어점을 먹을 시간에 이미 바닥이 났고 눈치껏 리필을 주문했다. 그것도 두번이나.. 당연히 '내'가 문제이다.(돌아오는 길에 식중독 증세로 얼굴과 몸 이곳저곳에 단풍을 닮은 붉은 색깔의 두드러기가 돋았고 주일오후에 기어코 병원신세를 졌다는 슬픈 소식..)
점심식사후 바닷가에서 40여분간의 휴식시간,
우리는 소녀가 된 마음으로 바닷가를 주름잡으며 누구의 실력이 월등한가 달리기도 하고 모래밭에 앉아서 손톱만한 조개비도 줏어모았다. 마치 처음 바다를 보는 사람들처럼 호들갑스럽게 바다를 찬양하기도 했다.
잠시의 휴식시간이 끝난 후 우리를 태운 버스는 주문진으로 향하고 '이사부크루즈'라는 커다란 배 앞에 내려 놓는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앞이 보이질 않고 복작거리는 길에 차량까지 드나드니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긴 기다림끝에 오른 배, 배에 오르자마자 춤판이 벌어진 1층에는 번쩍거리는 불빛이 요란하고 2층에는 러시아 미녀를 앞세운 라이브가 한창이다.
3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앉을 자리가 없어서 2층에 내려와 라이브를 듣기로 했는데 음악보다는 피곤한 몸이 잠을 데려온다.
잠이 들었는지 말았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
곤히 잠든 나를 깨우지 못해 혼자 밖으로 나온 남집사는 혼자 셀카놀이를 하고 계단참에 불쌍한 모습으로 앉아서 배멀미를 견디는 이경자집사는 얼굴이 하얀 백짓장이라 미안해진다.
곽남숙집사는 3층에서 제대로 여행중이고...
1시간30분이라는 크루즈여행은 깜빡 눈을 감았다 뜨니 이미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용대리에서 한식뷔페를 먹었는데 곤드레밥에 간장을 끼얹어 한숟가락 먹었다.
가격이 6000원이라 맛도 딱 그만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좋은 이들과 떠난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일상의 어느 날을 하루쯤 잊어버린채 나만을 위한 날이란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요즘 나는 가끔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아니다.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