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금요일,
지난밤 푹 잔 탓도 있고, 모처럼 자매들간의 여행의 설렘이 있는 탓에 모두들 일찍 기상했다.
올레길 7코스는 외돌개에서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인데, 외돌개에서 오는 길보다는 풍림에서 역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던 김주영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외돌개에서 이중섭 미술관과 수희식당을 거쳐서 돌아오자는 목표를 정하고
풍림리조트에서 아침 8시 30분에 외돌개로 출발하는 버스는 포기하기로 했다.
한화리조트에서 짐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은 옷가지 속에 넣어둔 누룽지로 해결하고 각자의 물병에 물을 채우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과 커피를 준비한채, 체크아웃하여 짐을 프런트 데스크에 보관하고 길을 나섰다.
풍림리조트는 워낙 경관이 좋아서 리조트만 둘러봐도 구경거리가 충분할 지경이다.
남양주에서는 봄눈을 뜬 풀조차 찾아보기 어려운데 리조트를 돌아가며 붉은 벚꽃이 환하게 피어나 우리를 맞이한다.
둔한 동생은 자목련이 아니냐는 말로 두 언니를 아연하게 만들고 만다.
풍림이 자랑하는 바닷가우체국에 들러 각자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는데 잘 도착할지 모르겠다.
주변은 공사중이라 어수선하지만 올레길이 이어지는 출렁다리는 길을 나서는 우리를 들뜨게 하고 어린아이처럼 줄을 흔들어 보게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하게 피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
길을 걸으러 온건지, 사진촬영을 하러 온건지,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몇번을 걸어본 길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멋진 길을 걸으니 빗방울이 뜯긴다.
유난히 비를 좋아하는 우리 자매들은 준비해간 우산을 펴고 봄비를 맞는 행복함에 잠시 나른하기조차 하다.
바닷가 바위위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비를 맞으며 보온병의 물을 꺼내어 커피를 마시니..
아 ~ 커피 맛이 이렇게 황홀할 수도 있구나... 싶어진다.
계절을 잊은채로 걷다보니 희귀한 식물이 너무도 많다.
이파리를 들여다보고 향기를 맡아보고, 손으로 만지며 다시 확인을 해도 아름답고 신기한 제주의 들풀이다.
법환포구 근방에 오니 농장에 노랗게 열린 귤이 우리의 발길을 잡아끈다.
귤인지, 천혜향인지, 주렁주렁 열린 농장으로 들어가 주인을 애타게 불러도 돌아보는 메아리조차 없으니, 가지끝에 매달린 귤이 침을 삼키게 한다. 떨어진거 줏어먹으면 안될까..하는 동생을 애써 만류하며 또다른 농장을 향하여 발길을 돌린다.
한번 침을 흘린 귤은 우리의 모든 것을 사로잡은채 올레길의 노랗고 파란 리본조차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다시 찾은 귤농장에 들어서니 아주머니가 선별작업을 하고 계신다.
맛보라며 내어주시는 귤이 얼마나 달고 맛이 나는지.
이번 여행을 위해 리조트를 빌려주신 장로님께 천혜향 한박스를 회비에서 지출하고, 언니는 한라봉으로, 동생과 나는 귤 한박스씩을 택배로 보내고나니 토요일 아침에 이미 택배가 도착했다는 전화가 여기저기서 걸려오는걸 보니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주현이가 준 돈으로 언니와 동생에게 귤은 주현이가 사는걸로~~ 선물을 하고나니 왠지 기분이 업된다. ㅋ
귤 농장을 나와서 길을 가다보니 핑크색 동백꽃이 우리를 기다린다.
희한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여 카메라에 담고 핸드폰에 담고 마음속에까지 담아둔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바다는 보이지 않고 계속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회지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리본이 보이지 않아서 기어히 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법환포구에서 귤 농장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고 만 것이다.
다시 올레길을 찾아서 걷는데 예전처럼 리본이나 길 위에 포지가 적어져서 불편하다.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놀멍 걸으멍이라는 포장마차가 나온다.
보말해물부침개와 도토리묵과 막거리 한잔으로 세 자매가 한모금씩 마시며 비에 젖은 몸을 녹여본다.
부침개도 도톰하고 도토리묵도 양이 넉넉하여 셋이서 점심으로 충분하다.
빗속에서 먹는 부침과 막걸리 한잔...
캬아~~ 알 사람은 알 것이리..
돔베낭길을 따라 걸으며 외돌개로 향하는 길은 나무로 된 테크가 길게 이어진다.
노란유채꽃이 피어있는 길을 걸으니 피곤한줄도 모르겠는데 다리가 아픈 언니가 좀 힘겨워한다.
네번째로 걷는 외돌개길,
처음보다 많이 퇴락한 모습이 외돌개가 아닌듯 하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포장마차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초코렛이니 해물이니 쌓아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눈살이 찌푸러진다.
깨끗하고 맑던 외돌개 길이 어느새 상업적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그만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한국사람보다는 중국인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것 같으며
오래도록 관광객들을 맞을 수 있을텐데.. 안타깝다.
더구나 주변에 리조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외돌개에서 이중섭 미술관으로 가려던 계획은 힘들어하는 언니와 동생, 그리고 오랫만에 걸었던 내 다리조차 피곤해 함으로
오늘의 일정은 외돌개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리조트로 향했다.
택시기사에게 부탁을 하여 풍림에서 짐만 가지고 한화리조트로 가는데 택시비가 4만원이다.
바가지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정확한 금액이 37,200원이다.
한화리조트는 제주에서 외진 곳에 자리함으로 한적하기도 하지만 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4층으로 배정받은 방은 아늑하고 깨끗하다.
2층에 있는 오름식당으로 가서 오름정식을 주문했다.
2인분에 5만원이라 3인분을 주문하는데 아가씨가 2인분에 공기밥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관광지라 바가지 요금을 걱정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이 반갑다.
저녁은 동생이 언니들께 대접한다며 제주막걸리 한잔을 추가한다.
이러다 알콜중독이 되는건 아닐까..하며 한잔씩 쭈욱~~.
누군가 차려주는 저녁밥상, 옥돔과 해물된장찌개와 제주흑돈오겹살과 자연산 달래무침까지 먹고나니 하루동안 걸었던 육신이 잠을 요구한다.
8시가 겨우 넘었음에도 잠 속으로 달리기하듯이 내달린 세 자매..
여전히 제주의 푸른파도는 그런 우리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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