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1월의 막바지,
그날 아침부터 구리한양대병원을 다녀왔고, 겨우내 나를 짓누르던 어깨통증 때문에 평내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은 시간은
오후가 설핏 기울어 가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사무실에 전화를하니 남편이 별일없다고 하길래 월산리에 있는 동생에게로 달려갔었다.
육체적인통증도 짜증이 났고 합쳐진 시부모님과의 생활도 조금 짜증이 나던 날, 일상을 탈출하고픈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동생에게로
내달리게 했는데, 기다린듯이 동생역시 스트레스로 인상이 구겨져 있었다.
"우리 제주도로 한번 날아갈까? 까이꺼 다 놔두고 그냥..."
늘 버겁게 살아가던 동생이지만 그 즈음의 스트레스는 남달랐나 보다.
흔쾌히 가겠다는 동생의 대답에 문자를 날렸다.
"청안 이씨 딸들 제주도로 여행갈 수 있는 사람 문자 바람"..
다섯명의 딸들이지만 한번 뭉치기는 이산가족 상봉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큰언니의 일정이 미리 짜여진채 아쉽게 빠지고, 동생 진숙이는 '이혼이라도 하고 가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보이며 빠지고
결국 바로위의 언니와 막내와 함께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과연 새로운 봄이 오기나 할까,
3월이 오기나 할까..하는 마음은 갓 입대한 군인의 마음이기도 하고, 전역날짜를 앞에둔 말년병장의 마음이기도 했다.
받아둔 날은 빨리 온다는 명언처럼, 어느새 봄 소식이 들리고 남녁의 꽃소식이 들리는가했더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21일이 성큼 다가섰다.
구정이 지난 다음, 작은 형부의 생신에 모인 우리는 색깔별로 츄리닝을 준비하고 입기 민망한 레깅스도 용감하게 하나씩 준비했다.
때맞추어 있는 생일선물로 주현이가 사준 트레킹화는 이날만을 위하여 반짝이며 대기를 했고, 열흘전부터 일정을 짜기에 바쁜 나는
책을 읽을 틈 조차 없을 지경이다.
언니와 동생에게 각자의 준비물을 부담시키고 나는 사흘동안의 아침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일주일전, 커다란 캐리어를 챙기고 옷을 개키고, 뺐다가 넣었다가, 다시 빼고 다시 넣고,
카메라와 충전기와 화장품과 모자와 물병까지 꼼꼼히 챙기는 마음은 이미 푸른 바다를 날아가 제주의 어느 한적한 길목앞에 있는 듯하다.
3월 21일,
아침부터 분주한 나는 시부모님께 자매들과의 여행을알리고 인사를 드린 후, 주현이의 지갑을 털게하여 용돈을 받아 챙긴다.
어제 저녁부터 용돈을 보낸다던 세현이는 과연 얼마나 보낼까.. 기대가 되기고 한다.
열흘전에 준비했다며 도톰한 봉투를 꺼내는 신랑을 보니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슬며시 끼어든다.
평내에서 오후 4시 25에 김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5시 50분,
고양시에 사는 언니는 미리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시 50분에 출발하는 진에어를 타고 제주로 날아가는 하늘은 이미 밤을 맞이한채, 두근거리는 마음처럼 두근거리며 제주공항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5번 게이트에서 600번 버스를 타면 4500원의 요금을 내고 풍림리조트로 가는데 마침 버스가 대기중이어서 올라타자마자 씽~~하는 소리를 내며 제주 밤공기를 가르며 내달린다.
1시간 10분간 달려간 풍림리조트,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니 집에서 달려온 여섯시간의피로가 한꺼번에 다가든다.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지만 약을 먹어야 한다는 동생의 말에 준비해간 누룽지를 끓여 한공기씩 먹으니 이또한 별미다.
더블침대위에 깨끗한시트가 깔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실에 각자의 이부자리를 편채로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각자의 꿈속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는 꿈을 꾼다.
곁에서 철썩이는 흰 파도는 잊은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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