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우 화
신 경 숙 / 문학동네
그야말로 신경숙의 처녀작이다.
1985년 겨울에 쓴 소설이니 이십칠년전에 쓴 글이다.
1990년 10월에 신경숙의 첫 소설집으로 나온 작품이 실렸다.
그러다가 1998년 7월에 첫 책을 새로 내면서 작품 배열과 몇몇의 소설들이 제목을 바꾸기도 하고 조금씩의 보수공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 다시 겨울우화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고 한다.
1985년이라면 내가 주현이를 낳은 그때이기도 하니 어느새 29년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나는 신실한 모습으로 신경숙의 팬으로 남아있어서 그녀의 글들을 섭렵하고 그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고 휘젓어지기도 했다.
그런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채 신경숙은 여전히 마음을 담은 글을 발표함으로 나를 행복하게 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신경숙 또한 이러한 팬들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좋은 글들을 오래오래 써주었으면 좋겠다.
겨울우화
강물이 될 때까지
밤길
조용한 비명
聖日
初經
황성옛터
지붕
등대댁
어떤 실종
외딴 방
소설의 내용은 모두가 우리 주변의, 나의 이야기들이고 그것들을 딱 맞는 옷을 입었을 때 느끼는 만족함처럼
더함도 덜함도 없이 표현함으로 글을 읽는 내내 행복하게 만들고 '어쩌면..'이라며 무릎을 치게 만든다.
고단한 아버지의 삶의 모습, 그 아버지의 젊을 때의 청춘의 사랑과 후회하는 이야기들,
어느 순간도 가족을 떼어 놓지 못하는, 창자를 끊는 아픔을 가지고 허리를 휘어지게 살아가는 엄마들의 이야기,
시퍼런 청춘을 주체하지 못해서 사랑의 열병을 앓아가며 그로인해 병들어가며 그로인해 치유되어가는 그래서 좀 더 성숙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청춘남여의 사랑이야기,
정의앞에서 굴복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맞서며 그로인해 괴로워하는 아들의 이야기와
소아마비 여자와 유부남의 이루지못한 사랑 혹은 어느 한 사람의 불륜으로 인해 피폐되어가는 딸들의 이야기,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남매들의 이야기,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작가의 생각보다는 주인공의 마음에서만 표현되어지는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행복한 이야기들..
언제나처럼 낱낱이 주는 문체들의 섬세하면서 미묘한 아름다움과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됨...
밤마다 텔레비젼 대신에 읽는 책은 순간의 기쁨과 순간의 감정보다는 되새김질하는 무엇처럼 잔잔하게 나를 둘러싸곤 했다.
이미 여러번을 읽은 내용도 다시 새롭고 다시 설렘으로 다가오는 글들.
여전히 글을 읽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던 마음을 고백한다.
손안에 든 폰 하나로 세상을 읽어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글자들이 주는 편안함과 생경스런 이야기에 바쁜 우리 마음을
쉬어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독서는 치매를 예방한다고 하니 책 많이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