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남편이 안수집사 임직식때 집사님이 선물한 蘭이다.
3년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올 때 꽃이 피었는데, 애지중지 하던 것이 어쩌다 톡~ 부러지더니
조심성 없는 나를 나무라기라도 하듯이 그 후로 꽃이 피질를 않았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올해는 난을 들여다보며 사과하고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미안하다, 아팠을텐데.. 꽃이 보고 싶으니 꼭 좀 피워줘봐"라고..
그리고 가을이 지나는 날, 작은 꽃봉우리가 맺히나 했더니 더디게 더디게 꽃을 피웠다.
선물한 경자집사에게도 미안했는데 꽃이 피어나니 가장 먼저 생각이 나서 폰으로 찍어서 보내는 센스까지..
11월 23일 구리한양대병원에서 성대결절 수술을 했다.
15년전에 경희의료원에서 한번 했었는데 그동안 잘 견디어왔는데 지난 여름부터 목이 이상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관리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은 아닌것 같아서 11월부터 샬롬찬양대와 수요찬양대인 호산나 찬양대까지 쉬기로 했다.
그리고 동네 이비인후과에 9월부터 2개월 이상을 다녔지만 여전히 그대로이다.
수술을 해야된다거나 약물치료를 해야한다거나 말도 없이 묵묵히 다니며 약을 먹었는데 어느날 의사선생님왈,
'지금까지 계속 감기약 드렸는데 감기가 낫질 않네요' 라고.. 맙소사..
당장 구리에 있는 한양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수술날짜를 잡고 수술까지 했다.
별것이 아니지만 숨을 쉬는 숨길 깊은 곳에 결절이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해야했고 사흘간 입원을 해야했다.
그리고 한달 이상 말을 하지 않아야 하며 그 후로는 말을 해도 한두마디씩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덕분에 요즘 쓰지 않던 글씨를 쓰느라 팔이 아플 지경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손짓발짓으로 말을 하면 큰아들은 얼굴만 보고 90%를 알아듣고, 동생은 80%를 알아듣고, 세현인 50%를 알아듣는데
함께 29년을 살았던 서방이란 사람은 20%도 제대로 못알아듣는다는 참으로 기가 차는 노릇이다.
그래서 짜증을 넘어 분노가 치밀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말을 해도된다면 걸쭉하게 욕을 한바탕 쏟아붓고 싶은 심정이 한두번이 아니다.
참느라 이젠 속병에다 홧병까지 날 지경이다. 에구^^
오늘이 2주째라 한두마디는 해도된다고 하지만 스스로 말이 하기가 싫은걸 보니 아직은 침묵이 필요한가 보다.
앞으로 음성치료도 받아야 하고 병원에도 몇번을 가야한다.
이 겨울을 침묵하고 새봄에 진달래처럼 고운 빛으로 고운 말만 해야겠다. ㅋㅋ
은쟁반위에 옥구슬이 또르르 굴러가는 그날까지 참아야 하느니라.
마취 후유증인지 아직 몸은 완전하지 않지만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