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덤~

여디디아 2012. 10. 25. 14:05

 

새현이의 선물 귀걸이.. ㅋㅋ

 

 

 

 

 

 

 

 

 

 

 

 

 

 

 

 

나는 언제부터 내가 우선이고, 언제까지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2남 5녀의 유년시절,  셋째딸로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난 우선순위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쩐지 우선순위가 그리웠던 것인지,

아기의 시절 내내 아파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우고 할머니의 부적과 집안 곳곳에 붉은 팥을 뿌리고 점쟁이를 찾게하고 어딘가에 늘 빌게함으로 나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것 같다.

 

빈 곳간은 줄줄이 딸들을 귀하게 여기기보다는 어쩌면 거추장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남매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가난한 집 아이들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예뻤고, 그보다 조금더 똑똑했고, 또 조금더 남과는 다름으로 부모님들께 기쁨을 드리기도 했었다.

새옷을 입지 못해도 시험성적은 뛰어났고, 학교에 납부할 돈은 제때에 내지 못해 시간마다 일어섰다 앉았다를  당하면서도 예의바른 행동으로 이웃동네 사람들에게까지 칭찬을 듣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우선순위와는 상관없었다.

 

결혼적령기가 되어지고 남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할 때쯤, 온전히 나로서의 삶을 감당할 그때가 되어서야 누군가에게 우선순위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

쉰이 넘어가니 남편으로부터 우선순위는 시들해지고 여전히 내 아들들에게만은 우선순위이고 싶어지는데,

이 녀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까지 마치고나니 이젠 엄마는 엄마일 뿐이지,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남을 서글프게 인정해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ㅠㅠ    

하기사 그 나이때에 모든 남자들의 우선순위는 엄마가 아니라 '그녀'임을 알기에 질투 보다는 늙어가는 나를 발견할 수 밖에...

 

어제저녁, 지하 휘트니스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온 세현이가 저녁화장을 하는 내게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내민다.

'엄마 이거 어때?' 라며 귀걸이 하나를 내민다.

'휘트니스센터에서 줏었어?'라며 되묻는 내게 아니라고 귀에 걸어보라고 채근이다.

물론 내 취향은 아니지만 끔찍하게 사랑하는 작은아들이 내미는 것이니 하는 척이라도 해볼 수 밖에 없다.

귀에 걸어보니 생각보다는 이쁘다.

"괜찮네, 생각보다 이쁘다"라고 했더니 엄마 가지란다. 

아무래도 줏은것 같아서 어디서 났느냐고 계속 물어보니 특유의 선한 웃음과 어딘가 미진한 모습의 웃음을 보태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자친구 생일선물을 샀는데 덤으로 하나 따라왔더라고"...한다. 

(이 쉐키가... 어떻게 키운 놈인데.. 이럴 수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래서 여자친구것 사는데 덤으로 온거 나  가지라고?" 했더니 그렇단다.

 

그러고보니 그럴 나이이다.

섭섭하다고 따질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다.

엄마를 팔아서라도 여자친구를 가지고 싶을 그럴 때란걸 내 어찌 모르리.

"고마워, 예쁘네" 라는 오버로 인사를 건네고 오늘아침 노란 귀걸이를 귀에 걸고 나오면서 신랑한테 일러바쳤다.

 

"덤으로 온거라도 당신주니 고맙다고 해야지"라는 신랑 말에

나 혼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함께 늙어가는구나 싶어지는 아침에,

가을비가 내 마음처럼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면 또 그만치 추워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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